4월 18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상정 표결을 앞두고 진주의료원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도의원의 의회 진입을 막으려고 경남도의회 앞에 모였다.
넓이가 같은 상상의 두 마을 A, B가 있다고 하자. A마을에는 100명이 살고, B마을에는 그 8배인 800명이 산다고 가정해보자. 넓이가 같으므로 B마을의 인구밀도는 A마을의 8배가 된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해 누구나 하루에 한 잔씩 마신다고 하자(인구가 적은 시골 마을치고 아주 특이한 마을이다). 여기서 질문. 두 마을에 커피전문점 45개를 낸다면 A, B마을에 각각 몇 개씩 내야 할까. 어렵지 않은 문제니까 독자 모두 종이와 연필을 꺼내서 각자 답을 찾아보길.
답을 구했는가. A마을에 5개, B마을에 40개가 답이다. 커피전문점 45개를 이렇게 두 마을에 나눠 내는 것이 가장 좋은 이유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A, B마을 모두 커피전문점 1개당 고객 20명을 사이좋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커피전문점 1개가 A마을에서 B마을로 옮겨가면, B마을의 커피전문점은 A마을 커피전문점보다 평균고객수가 적게 되고, 반대로 B마을에서 A마을로 커피전문점이 1개 옮겨가면 거꾸로 A마을의 커피전문점이 B마을보다 장사가 안 되게 된다.
커피전문점이 두 마을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면, 결국 5개와 40개로 나뉘게 된다(이런 상황을 물리학에서는 평형상태, 경제학에서는 내시 균형이라 부른다). 커피전문점들은 이 상황에서 다른 마을의 커피전문점을 부러워할 필요 없이 평화롭게 장사를 한다.
이윤 추구 커피전문점과 비교 안 될 말
한편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고객은 어떨까. 앞에서 두 마을의 넓이가 같다고 했는데, 계산 편의상 두 마을 모두 넓이가 40km2 라 하자. 먼저 B마을에는 커피전문점 40개가 있으므로, 한 커피전문점 주변 1km2 안에 사는 사람이 고객이 된다. 즉, 어림잡아 말하면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고객은 1km2 의 제곱근인 1km 정도를 걸어야 가장 가까운 커피전문점에 갈 수 있다. 2차원에서 거리는 넓이의 제곱근에 비례하니까 말이다. 한편 A마을 사람은 40km2 ÷5 = 8km2 의 제곱근인 약 3km를 터벅터벅 걸어와야 한다.
결국 A마을 사람은 불만이 생긴다. 이익이 중요한 커피전문점 경영자 처지에선 고객이 얼마나 먼 거리를 걸어와 커피 한 잔을 마시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경영자를 탓할 수는 없다. 커피전문점이 자선단체는 아니지 않은가. 10리 길을 걸어왔든, 커피전문점 바로 옆 미장원에서 왔든 커피전문점 경영자에게는 한 잔의 커피 매출이 정확히 같은 가치를 갖는다.
앞의 간단한 사고 실험(독일어로 Gedan- kenexperiment, 영어로는 Thought experiment로, 아인슈타인이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창안했을 때 이러한 접근법을 많이 사용)을 통해, 커피전문점이 행복한 상황과 그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행복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문제를 바꿔서 이제 커피가 아니라 마을 사람의 교육을 갖고 사고 실험을 해보자. 여러분이 두 마을이 함께 속한 지역의(주민 20명당 평균 1개 학교를 지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과한 경우) 군수라면, 학교 45개를 각 마을에 어떻게 나눠 설치해야 할까. 현명한 군수라면 각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의 통학거리 합을 각각의 학교에 대해 계산한 뒤 모든 학교가 같은 값을 갖도록 학교를 배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A마을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통학거리 합이 B마을 학교보다 크다면, 당연히 B마을에 있는 학교 중 하나를 A마을로 옮기는 것이 좋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최적의 배치는 A마을에 9개, B마을에 36개다. 이렇게 학교를 나눠 배치하면, A마을 학교 1개에 평균 100÷9명의 학생이 평균 거리를 걸어오므로, 학교 1개당 학생의 통학거리 총합은 가 된다.
한편 36개 학교가 있는 B마을의 학교 1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계산을 하면 가 돼 A마을의 학교와 같아진다(눈치채셨는지. 이 두 마을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할 뿐 아니라 교육열도 엄청나서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학교에 간다).
자, 지금까지의 사고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자. 인구밀도가 8배 차이 나는 두 마을에 커피전문점 45개를 낼 때는 5개와 40개로 8배 차이가 나도록 나누는 것이 좋고, 학교라면 9개와 36개로 4배 차이가 나게 나눠 짓는 것이 좋다. 간단히 상상의 두 마을을 예로 들어 계산해봤지만, 그 결과는 일반적으로 얘기해도 좋다. 즉, 이윤을 추구하는 커피전문점 같은 시설은 그 밀도를 인구밀도에 정비례하게, 학교 같은 공익 성격에 사람들의 이동거리를 생각해야 하는 시설은 그 밀도를 인구밀도의 3분의 2승에 비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인구밀도가 8배 차이 나므로 8의 2/3승을 구하면 된다. 82/3=22=4 ).
이처럼 커피전문점과 학교의 경우가 달라지는 이유는 말 그대로 학교는 커피전문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처지에서는 학교에 오는 학생이 얼마나 먼 거리에서 오는지가 당연히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됐듯이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버스도 안 다니는 100km 떨어진 학교로 통학하라고 정부가 학생에게 강요해서도 안 되고, 학생의 부모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로 이사하게 간접적으로라도 유도해서는 안 된다. 왜? 학교는 커피전문점이 아니니까.
작은 시골학교가 필요한 이유
현실은 위에서 상상한 두 시골 마을의 경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렇더라도 주어진 인구밀도의 분포에 맞춰 시설물 위치를 정하는 문제는 근사적이긴 하지만 정량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다. 앞의 두 시골 마을에서 생각해본 결과를 아래처럼 일반화하자. 즉, 시설물 밀도가 인구밀도의 a승에 비례한다고 하자. 앞에서 얻은 결론은 커피전문점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시설이라면 a=1 값을, 학교처럼 공익적 성격이 강해 사람들의 이동거리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시설이라면 a=2/3 값이 시설물의 최적 분포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표1’은 필자가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통계청 등의 자료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우리나라의 다양한 시설물에 대해 a값을 직접 구해본 것이다. 두 상상의 마을에 대해 생각해본 결과와 비슷하게, 공익적 성격이 강한 시설은 상대적으로 작은 a값을,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시설물은 상대적으로 큰 a값을 갖는다(표에서 보듯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이익을 추구하는 다른 시설과 비슷한 a값을 갖는다). 즉, 물리학자의 단순화한 모형으로부터 얻어진 앞의 결과가 실제 시설물의 분포를, 정확하지는 않지만 개략적으로는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병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시설물의 경우에 예상되는 a=1 정도의 값을 갖는 데 비해, 보건소는 0.1 정도의 아주 작은 값을 갖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거의 0에 가까울 정도의 작은 a값이 갖는 의미는 병원이 많은 서울 같은 대도시든 개인병원이 거의 없는 시골 지역이든 보건소 밀도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로 미뤄보아 우리나라 보건소는 민간 병원의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읍면 지역 사람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연의 존재 이유에 충실하게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1’은 실제 위치를 구해 초등학교 1000개 정도와 한 회사의 커피전문점 900개 정도의 위치를 우리나라 지도 위에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 1개의 작은 다각형 안에는 시설물(학교 혹은 커피전문점)이 1개씩 있다. 두 그림을 비교해보면, 실제로도 커피전문점과 학교 위치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대도시에는 당연히 두 시설물 모두 그 수가 많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커피전문점 수가 아주 적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림2’는 우리나라 모든 초등학교, 그리고 한 회사의 커피전문점에 대해 시설물 밀도가 인구밀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그림으로 그려본 것이다. 앞의 간단한 사고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와 아주 흡사하게 커피전문점의 분포는 a=1, 그리고 초등학교의 분포는 a=2/3 값에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 수가 아주 적은데도 궁벽진 시골의 초등학교를 유지해야 할까. 시골 학교의 통폐합을 선호하는 이들의 논리는 사실 상당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학생 수나 교사 수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작은 시골 학교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세금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귀중한 시간 길바닥에 버려서야
만일 우리나라의 모든 초등학교 운영을 기업 하나를 택해 맡기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학교 전체 운영을 맡기면 머지 않은 시간에 학교 밀도가 인구밀도에 정비례하는, 즉 a=1 상황에 도달할 터이다.
이렇게 되면 이 ‘학교기업’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학교를 만드는 반면(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을 증가시키니까), 시골 작은 마을의 학교는 없애게(작은 시골마을에 별다방 스타벅스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된다.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오래 걸어서 학교에 오는지 이 학교기업은 관심없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떨까. 간단한 계산을 통해 확인해보니, 이러한 상황(즉, a=1)이 되면 학생들의 통학거리는 a=2/3인 경우에 비해 평균 50% 증가한다. 모든 학생에 대해 구한 평균값이 이렇다는 말이지, 시골의 작은 마을 학생은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몇십 km를 가지 않는 한 학교에 갈 방도가 없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 50% 증가한 통학거리를 이동하느라(혹은 부모가 늘어난 학생의 통학거리 때문에 아이를 차로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느라) 의미 없이 소모할 엄청난 시간의 총합을 생각해보라. 이 귀중한 시간은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학생의 공부, 혹은 부모의 생산적인 경제 활동으로 이용될 수도 있었을 바로 그 시간의 쓸데없는 낭비라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일 수도 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사회적 기회비용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학교의 통폐합이라는 문제를 개별 학교의 설치 및 운영비용을 넘어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고려한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하면, 시골 작은 학교의 통폐합은 통폐합에 찬성하는 사람이 얘기하는 바로 그 경제적 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보건소나 학교는 커피전문점이 아니다. 이윤을 많이 내려고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처럼 보건소나 학교 위치를 선정한다면, 이는 결국 국민의 접근 편이성을 해치게 된다. 지금보다 엄청 늘어난 거리를 이동해야 학교 혹은 보건소에 갈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고생의 총합은 경제적 측면으로도 국가 전체로 보면 엄청난 손실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논쟁을 일으키는 KTX나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 그리고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관련한 문제도 단지 그 시설 하나하나의 이익구조라는 면만 생각해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커피야 안 마시고 참으면 된다. 미래를 짊어질 우리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하고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멀다고 참아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