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파로티’는 ‘7번방의 선물’(7번방)에 이어 요즘 흥행 조건을 모두 충족한 작품으로 보인다. 먼저 이성보다 눈물이 앞서는 ‘신파’다. 화려한 영상과 긴박한 이야기가 찰떡처럼 맞아떨어지는 ‘웰메이드 영화’라는 수식어보다는 어딘가 소박하고 유치한 듯 보여도 콧등 찡하게 하고 가슴 울컥하게 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휴먼 드라마’라는 단어가 썩 잘 어울린다.
요새 인기를 끈 ‘7번방’같은 영화나 ‘내 딸 서영이’ ‘일밤-아빠! 어디가?’ 같은 TV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아빠나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웠다. ‘파파로티’는 남다른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 당연히 제자를 위해 희생하고 눈물 흘리는 스승의 신파가 그려진다. ‘군사부일체’라는 사고가 아직도 뿌리 깊은 관객에겐 ‘아빠나 스승이나’거기서 거기다. 조금 세련된 유행어로 말하면 ‘멘토’라는 흥행 요소를 안고 있는 작품이 ‘파파로티’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노래’가 나오는 영화라는 점도 흥행이 점쳐지는 이유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가수로 나서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TV 채널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치고, 그 오디션 접수 창구마다 신청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요즘 이 영화엔 노래 경연대회가 나오고, 주인공은 노래를 부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파로티’는 이 모든 흥행 요소가 큰 빈틈없이 잘 맞물렸다. 어지간해선 흥행에 실패하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흥행 요소 빈틈없이 맞물린 작품
‘파파로티’는 주먹보다 노래가 좋았던 조폭 청년과 그 청년을 성악가로 만든 스승에 대한 이야기다.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멋진 성악곡과는 딴판으로, 굴러가는 게 신기한 고물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김천예고 음악선생 ‘상진’(한석규 분). 주차하다 먼저 서 있던 대형 세단을 살짝 긁는데, 문을 열고 튀어나오는 검은색 양복 차림의 사내들이 험상궂다. 성깔이 까칠한 상진은 몇 마디 대꾸하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본전도 못 찾고 굽신거리며 돌아선다.
교장실에 도착해 교장(오달수 분)에게 새로 전학 온 학생을 소개받는데, 얼굴을 보니 아까 그 차 뒷자리에 앉아 졸개들을 부리던 청년 ‘장호’(이제훈 분)다. 그는 부하 서너 명을 데리고 술집을 관리하는 폭력조직 깡패로, 이 학교 저 학교에서 쫓겨났다가 고교 졸업장이나 따자고 다시 교문을 두드린 참이다. 교장은 “‘진짜 지니어스(천재적인)한 목소리를 가진 학생”이라며 “몇 년간 콩쿠르 입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 학교에 보물이 될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매사 불만인 데다 첫 만남부터 꼬인 상진에겐 장호가 달가울 리 없다. 상진은 마지못해 그를 맡기로 한다. 이쯤 되면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의 재미는 학생답지 않은 학생과 선생답지 않은 선생이 날을 세우며 앙숙처럼 싸우다 점차 서로를 진정한 제자와 스승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서슬 퍼런 눈빛과 조폭이란 ‘후광’ 때문에 교장이나 학생지도 교사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장호. 등교 때마다 검은색 대형 세단을 타고 와 교문 앞에서 내리는데, 그때마다 먼저 내려서 기대리던 졸개들이 고개를 숙이며 “열공(열심히 공부)하십시오, 형님!”이라고 합창하는 진풍경도 연출한다. 빳빳하게 쳐든 턱과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을 단 한 번도 풀지 않는 장호는 상대가 선생이라도 안하무인이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노래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만은 누구보다 강한 장호는 이제나저제나 상진의 테스트와 지도를 기다린다.
그러나 상진은 상진대로 ‘막간다’. 지도를 맡았으니 일단 노래는 들어봐야 할 텐데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야 아느냐”며 장호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다. 왜 노래를 시키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장호에게 “넌 그냥 조폭 해. 노래하는 건달, 폼 나잖아”라며 냉소한다. 상진은 원래 전도유망한 성악가였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촌구석 예고에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한심한 신세가 된 인물이다. 실패한 인생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 때문에 의지박약, 복지부동, 애정결핍으로 욕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교사가 된 것이다. 장호는 장호대로 아픔이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어린 나이에 조폭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성악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데다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안타까운 인생이다. 그는 자신을 무시하고 야유하는 선생에게 “깡패는 노래 부르면 안 되느냐”며 절규한다.
한석규·이제훈 매력적 연기
티격태격하던 둘의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는 계기는 상진이 장호의 노래를 들으면서부터다. 장호의 재능에 놀란 상진은 제자를 통해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려 한다. 어긋난 톱니바퀴같이 불협화음만 내던 둘의 관계는 차츰 앙상블을 이루고, 서로에게 숨어 있던 아픔을 보듬어 간다. 그렇지만 레슨을 받는 와중에도 벨만 울리면 “형님!” 하고 꼭 전화를 받아야 하고, 호출받으면 무조건 술집으로 뛰어가야 하는 장호의 처지. 상진은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장호는 목숨 내놓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나올 수 없다. 전국 콩쿠르 결선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상진은 장호를 조직에서 빼내려고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이야기는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때론 웃기고 때론 짠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자칫 작위적이고 유치할 법한 상황조차 매력적인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한석규와 이제훈의 연기가 좋다. 특히 한석규는 껄렁껄렁하고 냉소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잊힌 꿈과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한석규 몫이 7할 이상이라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다.
이제훈은 ‘건축학개론’에서보다 한 뼘 성장했음을 입증한다. 오페라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같은 아리아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같은 노래가 효과적으로 쓰였다. 외국어로 된 오페라 아리아와 이제훈의 입 모양이 약간 안 맞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힐링’이라는 대세에는 한 치 어긋남도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요새 인기를 끈 ‘7번방’같은 영화나 ‘내 딸 서영이’ ‘일밤-아빠! 어디가?’ 같은 TV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아빠나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웠다. ‘파파로티’는 남다른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 당연히 제자를 위해 희생하고 눈물 흘리는 스승의 신파가 그려진다. ‘군사부일체’라는 사고가 아직도 뿌리 깊은 관객에겐 ‘아빠나 스승이나’거기서 거기다. 조금 세련된 유행어로 말하면 ‘멘토’라는 흥행 요소를 안고 있는 작품이 ‘파파로티’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노래’가 나오는 영화라는 점도 흥행이 점쳐지는 이유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가수로 나서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TV 채널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치고, 그 오디션 접수 창구마다 신청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요즘 이 영화엔 노래 경연대회가 나오고, 주인공은 노래를 부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파로티’는 이 모든 흥행 요소가 큰 빈틈없이 잘 맞물렸다. 어지간해선 흥행에 실패하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흥행 요소 빈틈없이 맞물린 작품
‘파파로티’는 주먹보다 노래가 좋았던 조폭 청년과 그 청년을 성악가로 만든 스승에 대한 이야기다.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멋진 성악곡과는 딴판으로, 굴러가는 게 신기한 고물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김천예고 음악선생 ‘상진’(한석규 분). 주차하다 먼저 서 있던 대형 세단을 살짝 긁는데, 문을 열고 튀어나오는 검은색 양복 차림의 사내들이 험상궂다. 성깔이 까칠한 상진은 몇 마디 대꾸하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본전도 못 찾고 굽신거리며 돌아선다.
교장실에 도착해 교장(오달수 분)에게 새로 전학 온 학생을 소개받는데, 얼굴을 보니 아까 그 차 뒷자리에 앉아 졸개들을 부리던 청년 ‘장호’(이제훈 분)다. 그는 부하 서너 명을 데리고 술집을 관리하는 폭력조직 깡패로, 이 학교 저 학교에서 쫓겨났다가 고교 졸업장이나 따자고 다시 교문을 두드린 참이다. 교장은 “‘진짜 지니어스(천재적인)한 목소리를 가진 학생”이라며 “몇 년간 콩쿠르 입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 학교에 보물이 될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매사 불만인 데다 첫 만남부터 꼬인 상진에겐 장호가 달가울 리 없다. 상진은 마지못해 그를 맡기로 한다. 이쯤 되면 짐작할 수 있듯, 이 영화의 재미는 학생답지 않은 학생과 선생답지 않은 선생이 날을 세우며 앙숙처럼 싸우다 점차 서로를 진정한 제자와 스승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서슬 퍼런 눈빛과 조폭이란 ‘후광’ 때문에 교장이나 학생지도 교사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장호. 등교 때마다 검은색 대형 세단을 타고 와 교문 앞에서 내리는데, 그때마다 먼저 내려서 기대리던 졸개들이 고개를 숙이며 “열공(열심히 공부)하십시오, 형님!”이라고 합창하는 진풍경도 연출한다. 빳빳하게 쳐든 턱과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을 단 한 번도 풀지 않는 장호는 상대가 선생이라도 안하무인이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노래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만은 누구보다 강한 장호는 이제나저제나 상진의 테스트와 지도를 기다린다.
그러나 상진은 상진대로 ‘막간다’. 지도를 맡았으니 일단 노래는 들어봐야 할 텐데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야 아느냐”며 장호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다. 왜 노래를 시키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장호에게 “넌 그냥 조폭 해. 노래하는 건달, 폼 나잖아”라며 냉소한다. 상진은 원래 전도유망한 성악가였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촌구석 예고에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한심한 신세가 된 인물이다. 실패한 인생에 대한 원망과 자괴감 때문에 의지박약, 복지부동, 애정결핍으로 욕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교사가 된 것이다. 장호는 장호대로 아픔이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어린 나이에 조폭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성악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데다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안타까운 인생이다. 그는 자신을 무시하고 야유하는 선생에게 “깡패는 노래 부르면 안 되느냐”며 절규한다.
한석규·이제훈 매력적 연기
티격태격하던 둘의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는 계기는 상진이 장호의 노래를 들으면서부터다. 장호의 재능에 놀란 상진은 제자를 통해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려 한다. 어긋난 톱니바퀴같이 불협화음만 내던 둘의 관계는 차츰 앙상블을 이루고, 서로에게 숨어 있던 아픔을 보듬어 간다. 그렇지만 레슨을 받는 와중에도 벨만 울리면 “형님!” 하고 꼭 전화를 받아야 하고, 호출받으면 무조건 술집으로 뛰어가야 하는 장호의 처지. 상진은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장호는 목숨 내놓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나올 수 없다. 전국 콩쿠르 결선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상진은 장호를 조직에서 빼내려고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이야기는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때론 웃기고 때론 짠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자칫 작위적이고 유치할 법한 상황조차 매력적인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한석규와 이제훈의 연기가 좋다. 특히 한석규는 껄렁껄렁하고 냉소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잊힌 꿈과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한석규 몫이 7할 이상이라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다.
이제훈은 ‘건축학개론’에서보다 한 뼘 성장했음을 입증한다. 오페라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같은 아리아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같은 노래가 효과적으로 쓰였다. 외국어로 된 오페라 아리아와 이제훈의 입 모양이 약간 안 맞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힐링’이라는 대세에는 한 치 어긋남도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