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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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국가안보실 3가지 조건

국가 ‘컨트롤 타워’로 대통령 보좌·정책의 연관성·위기관리 능력 필요

  •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hbm625@daum.net

    입력2013-01-14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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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설 국가안보실 3가지 조건
    막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해 외교, 국방,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 활용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수석실보다 향상된 구조와 기능을 갖는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안보회의)를 법적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이자, 대통령 차원의 안보정책 협의체로 운영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안보회의 기능을 확대하는 문제로 법리논쟁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안보회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외교안보수석실을 운영했지만, 중·장기 정책 기능의 약화와 전·평시 업무의 이원화로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따라 그 기능 발휘가 달라진다.

    대통령의 눈과 귀 노릇

    이번에 신설 운영되는 국가안보실은 대통령 보좌기관으로 외교, 국방, 통일 등 분야별 안보정책의 유기적 연계성과 국가 차원의 총괄적 정책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무엇보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또한 안보정책에 대한 중·장기 정책기획과 현안 안보정책의 조정 기능, 위기관리 및 정책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책기획 부서는 대통령의 안보철학을 비롯한 안보전략의 기조, 전통과 비전통 안보를 포괄하는 안보정책은 물론, 대북전략의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가칭 ‘안보전략서’를 조속히 발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 인력 30명 내외를 확보하되 정부 부서에서 파견한 인원을 최소화하고 대통령의 눈과 귀 노릇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이른바 ‘대통령의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

    국가안보실장의 소임은 안보 정보의 중립적 관리자 또는 충직한 조정자가 돼야 한다. 자기 목소리를 너무 내서도 아니 되고, 협상자로서 외교 일선에 나서는 일도 삼가야 한다. 특정 부처의 주장에 끌려다녀서도 안된다. 국가안보실은 정책 집행 때 야기될 수 있는 폐단을 막는 일에 신경 써야 한다.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담긴 지침서는 비밀을 이유로 관계 부처 각료 등 소수에 한해 공개되므로 그에 따르는 해석상 혼란 및 집행 관료의 자의적 해석과 고의적 지연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미국처럼 국가안보실 산하에 차관급 위원회를 두어 집행 감시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위기관리 요체는 신속 정확한 상황 인식이다. 무엇보다 정보 실패가 있어서는 안된다. 안보 정보는 그 실체가 적시에 생산, 컨트롤 타워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실 산하에 정보팀을 둬야 한다. 이 팀은 정보의 최종 판단자이지만 정책결정에서는 배석자 구실에 한정돼야 한다. 또 연평도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청와대는 전쟁 지휘의 최고 사령탑이다. 유사시 명확한 지침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 지침이 ‘단호한 대응’과 ‘확전 방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면 현장 지휘관의 작전에 혼란을 가져온다. 군령(軍令) 관련 민군 오해 가능 영역을 문민통제를 위해 숙지해야 한다.

    몇 가지 주요 사례를 들어보자. 유사시 군사력 운용의 목적이나 목적 달성의 주요 수단(핵이나 전략 무기 등)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적 분야로 문민 몫이다. 수단을 활용하기 위한 부대 지휘는 지휘관 영역이다.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함정을 격퇴하는 일은 작전 분야이지만, 한계선을 넘어 추적하고 응징하는 일은 정치적 결정에 따라야 한다. 무력시위나 군사제재 방안은 정책 분야이며, 그것을 실시하는 일은 작전 분야에 속한다. 북한 급변사태 시 관련 군사조치는 사전에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선언한 ‘능동적 억제’ 개념과 이에 기초한 전력 증강 방향은 문민통제에 부담이 되는 만큼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이 개념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북한 군사도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발행위 자체보다 도발의지를 분쇄하려고 만든 이상적 개념으로, 북한의 공격 의지가 보이면 공격 거점을 선제타격할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억제는 상대가 보복위협을 인식해야 성공한다. 6·25전쟁 이후 잇단 국지도발에 보복 면죄부를 받아온, 그리고 최근에는 핵 보유를 자처하는 북한이 정치적 필요가 있을 때 국지도발을 자제할지 의문이다. 억제가 깨질 증후가 있거나 실제 깨졌을 때 선제타격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문민 정책결정에 큰 부담이 된다. 정보 판단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확전 위험성, 경제에 미칠 악영향, 그리고 동맹국 미국과의 협의 등 다양한 정책의 불확실성을 안고 단시간 안에 결정해야 한다.

    신설 국가안보실 3가지 조건

    2012년 4월 20일 국방개혁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국회 국방위.

    이 능동적 억제의 구현을 위해 우리 육·해·공군은 경쟁적으로 전략무기 획득에 치중한다. 또한 보복 전력의 강화 때문에 북한이 노리는 국지도발의 허점을 보완하는 기반 전력이나 신속 대응 전력의 개선은 뒤로 밀리고 있다. 북한 전력의 강점은 대량살상과 전략무기에 있지만, 실제 전투에 사용할 재래식 전력은 우리에 비해 열세다. 북한은 선군정치하에서는 전략 무기와 재래식 무기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거나, 전쟁 지속 능력 및 군사훈련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 방위태세의 약점을 우리 강점으로 만들어 새로운 전략 개념에 반영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능동적 억제’ 개념 재검토 불가피

    2년 후면 우리 군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행사한다. 그 준비와 미국과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 해체되는 한미연합사에 버금가는 미래 지휘체제를 한미 간 논의 중이다. 미래 지휘체제가 효율성을 이유로 우리가 가진 전작권 행사의 주도권을 제약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된다.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이양은 작전지휘가 과거 수직에서 수평으로 이동하는 것이며,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제대별 한미 협의기구는 공동작전의 협의이지 작전권 협의가 될 수 없다. 이른바 ‘미니연합사’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창설돼야 한다. 연평도 사태 같은 북한 도발에 우리의 자위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일이야말로 북한에 대한 억제 효과를 높이고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이다.

    국방부는 국가정책과 군사정책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각 군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해 3군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군이 전투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정부기관이다. 남북 대치와 군심 확보 등의 이유로 문민장관 임용이 시기상조라 할지라도, 군 출신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현역 참모들에게 포위돼서는 안 된다.

    국방부 문민 기반은 확대돼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문민 기반 확대를 법으로 제도화했으나 그 성과가 미흡했다. 숫자상으로 국방부 국·과장급 70%가 민간인으로 대체됐지만 군 출신 예비역으로 대부분 채워졌으며, 국방부 출신 공무원은 극히 소수다. 군 출신 예비역은 군사 전문성은 있으나 사고방식은 현역과 다를 바 없다. 단기적으로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대 등으로부터 우수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물론, 직무연수 등을 통해 국방부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방 공무원제도를 도입해 국방인재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제1단계로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을 묶어 안보 직렬로 신설하고, 국방 부문 일반직 공무원과 군무원을 단계적으로 융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군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는 가급적 현역을 마친 후 최소 3년 내지 5년이 지난 사람이 좋을 것이다. 사회, 국가 차원에서 군을 보고 관리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찾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현역 복무 후 10년이 지난 사람을 각 군 장관과 정책 부서 차관에 임용한다. 3군 균형 발전과 합동성 강화를 위해 해·공군 출신 예비역의 국방부 장관 임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신설 국가안보실 3가지 조건

    2012년 12월 31일 경기 광주시 특수전교육단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막바지에 민주통합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을 약속했다. 부사관을 매년 일정 규모로 양성한다면 연차적으로 18개월 단축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선 기간 중 표심을 잡기 위한 안보 공약을 넘어 2006년 입법화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국방개혁의 추진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비효율적 부대 조정을 전력 약화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전력화와 구조조정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의 국방개혁 실태를 평가하고 임기 중 추진할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 추세와 구조조정에 따라 절감된 인건비를 전력화 예산으로 전용해 비효율적 조직을 정비하고, 후방부대 정예화를 꾀해야 한다. 또한 조직 통폐합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즉 또 다른 조직을 만드는 풍선효과를 방지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과 신뢰 회복

    방위사업청은 획득 절차의 전문화, 효율화를 바탕으로 더 혁신해 시행착오가 없는 국방부 외청이 돼야 한다. 군 인사법에서 정한 고위 보직자 임기를 보장해 조직 관리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줘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도한 군 상부 지휘구조의 입법화 추진은 중단해야 한다. 이 개혁은 새로운 방위 전략 출현에 따른 3군 기능의 재정립 및 대폭적인 군사력 감축을 필요로 하는 통일 이후로 미뤄야 한다. 성공적 국방개혁을 위한 조건은 각 군과 민군 및 부처 간 이기주의 극복이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와 총괄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마지막으로 대북 전략이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에는 통일부 폐지론이 대두됐다. 필자는 대통령 통일고문회의 위원으로 고문회의에서 통일부 폐지에 신중론을 폈다. 정부가 바뀌었으니 정부 조직이나 정책을 바꿀 수 있지만, 지난 정부의 통일정책 입안은 대부분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 시행하되, 시행착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이 정부의 대북전략은 시행착오는 없었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일관성을 대북 전략의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확고한 ‘원칙하에 유연성’을 갖는 대북전략을 구사해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는 북한 도발 불용이라는 큰 원칙하에 비핵화와 남북대화 병행, 정부 지원과 민간 지원 및 인도적 지원 분리, 그리고 상호주의 수위 결정 등 원칙적 문제에서부터 대북 전략에 대한 한미 조율 및 중·일과의 협의 등 많은 정책적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또 대북 협상 시 5·24 7대 조치 해제 조건과 새로운 대북전략에 대해 국민, 특히 보수층의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대북전략의 큰 그림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대북전략이 성공적으로 실시돼 한반도에서 화해, 협력과 공영의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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