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했다고 경험과 재능까지 녹스는 건 아니잖아요?”
2010년부터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령지식인’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노후준비도 잘한 편이다. 따라서 이전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가진 은퇴자 집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의 고졸 비율은 46.1%로 당시 50대 고졸 비율(33.5%)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졸 이상자 비율도 28.5%로 당시 50대(16.6%)보다 훨씬 높았다. 더욱이 베이비붐세대는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에 부를 축적한 덕분에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닌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은퇴는 노령지식인의 증가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따라서 베이비붐세대에게는 꼭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다양한 기회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 자원봉사가 답이 될 수도 있다. 베이비붐세대가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와 공유한다면 이들에게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가 아닌 ‘창조의 시기’가 될 것이다. 또한 노령지식인의 사회 참여 증가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시니어봉사단 회원 수 50만 넘어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은퇴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까. 미국에서 은퇴자들이 활동하는 대표적인 자원봉사 단체로 ‘시니어봉사단’이 있다. 55세 이상 은퇴자로 구성된 이 단체는 회원 수만 50만 명이 넘는데, 은퇴자의 경험과 기술, 재능을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이 단체의 대표 활동 가운데 하나가 ‘수양할아버지·할머니 프로그램’이다. 은퇴자와 이들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를 연결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 취지다. 은퇴자는 일주일에 40시간 정도 아이들의 수양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에게는 친구이자 멘토로서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 다른 자원봉사활동으로는 은퇴자를 일상생활이 불편한 성인과 연결해주는 ‘시니어 친구들 프로그램’이 있다. 은퇴자는 일상생활이 불편한 성인을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쇼핑 또는 간단한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친구가 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 밖에 ‘은퇴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RSVP)’도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은퇴자는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 주택건설에서부터 환경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미국에는 시니어봉사단 외에도 은퇴자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단체가 여러 곳 있다. 그중 하나가 ‘경험봉사단’이다. 이 단체는 경험이 풍부한 은퇴자를 자원봉사자로 활용한다. 경험봉사단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교육. 대도시 공립학교에서 방과 후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하거나 아이가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주는 일을 한다. 아이에게는 든든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생기고, 은퇴자에게는 자신이 여전히 사회에 쓸모 있는 존재임을 확인시킴으로써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대기업 임원 출신 은퇴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자원봉사단체 ‘은퇴경영인봉사단(SCORE)’도 있다. 주로 유명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사람으로 구성돼 창업하거나 성장, 도약을 꾀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를 돕는다. 현재 은퇴경영인봉사단은 산업체 50개와 기술 600개 이상에 대해 일대일 무료지도를 실시하는데, 특별 주제를 정해 온라인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수백 개 비즈니스 템플릿과 툴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동뿐 아니라 같은 고령자 돕기도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퇴직을 겪은 일본에도 은퇴한 노령지식인의 전문능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려는 자원봉사단체가 여러 개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단카이 노블레스 오블리주(DNO)’다. DNO는 일본 베이비부머라 할 수 있는 단카이세대가 대량 퇴직한 다음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설립한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이다. DNO는 은퇴라는 인생 단계를 맞아 새로운 형태의 사회 참여와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은 단카이세대의 전문능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 내 아시아인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컴퓨터나 정보기술(IT) 교육을 실시하고, 창업지원 강좌나 지역사회 지도자 육성 강좌를 열기도 한다.
일본 은퇴자 중에는 치매고령자를 지원하는 시민 후견인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본래 치매 등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진 환자의 재산관리는 성인 친족이나 변호사가 맡아왔지만, 재산관리의 어려움으로 친족이 후견인이 되기를 꺼리는 일이 많아졌다.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맡기려니 매달 비용 3만~5만 엔이 발생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 시민 후견인 제도다. 2006년부터 시민 후견인을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한 NPO ‘시민 후견인모임’은 정년퇴직자를 중심으로 시민 후견인 양성 강좌를 실시하는데, 이 강좌를 수강한 회원 100여 명이 시민 후견 활동을 하고 있다. 자기 같은 고령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은퇴자가 무상으로 시민 후견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노령지식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요한 사회 이슈로 부각할 것이다. 노령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노령지식인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소속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 좋고, 퇴직 후 적절한 사회 참여를 통해 주류사회로부터의 소외감도 극복할 수 있다. 지역사회 역시 노령지식인의 경험과 재능을 활용해 건강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은퇴하고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이들이 가진 경험과 재능까지 바래는 것은 아니다.
2010년부터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령지식인’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노후준비도 잘한 편이다. 따라서 이전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생활양식과 가치관을 가진 은퇴자 집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의 고졸 비율은 46.1%로 당시 50대 고졸 비율(33.5%)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졸 이상자 비율도 28.5%로 당시 50대(16.6%)보다 훨씬 높았다. 더욱이 베이비붐세대는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에 부를 축적한 덕분에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닌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은퇴는 노령지식인의 증가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따라서 베이비붐세대에게는 꼭 돈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다양한 기회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 자원봉사가 답이 될 수도 있다. 베이비붐세대가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와 공유한다면 이들에게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가 아닌 ‘창조의 시기’가 될 것이다. 또한 노령지식인의 사회 참여 증가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시니어봉사단 회원 수 50만 넘어
2010년 2월 4일 변호사, 의사 등 분야별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고학력 노인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시니어 전문자원봉사단’이 출범했다.
이 단체의 대표 활동 가운데 하나가 ‘수양할아버지·할머니 프로그램’이다. 은퇴자와 이들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를 연결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 취지다. 은퇴자는 일주일에 40시간 정도 아이들의 수양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에게는 친구이자 멘토로서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 다른 자원봉사활동으로는 은퇴자를 일상생활이 불편한 성인과 연결해주는 ‘시니어 친구들 프로그램’이 있다. 은퇴자는 일상생활이 불편한 성인을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쇼핑 또는 간단한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친구가 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 밖에 ‘은퇴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RSVP)’도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은퇴자는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 주택건설에서부터 환경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미국에는 시니어봉사단 외에도 은퇴자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단체가 여러 곳 있다. 그중 하나가 ‘경험봉사단’이다. 이 단체는 경험이 풍부한 은퇴자를 자원봉사자로 활용한다. 경험봉사단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교육. 대도시 공립학교에서 방과 후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하거나 아이가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주는 일을 한다. 아이에게는 든든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생기고, 은퇴자에게는 자신이 여전히 사회에 쓸모 있는 존재임을 확인시킴으로써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대기업 임원 출신 은퇴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자원봉사단체 ‘은퇴경영인봉사단(SCORE)’도 있다. 주로 유명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사람으로 구성돼 창업하거나 성장, 도약을 꾀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를 돕는다. 현재 은퇴경영인봉사단은 산업체 50개와 기술 600개 이상에 대해 일대일 무료지도를 실시하는데, 특별 주제를 정해 온라인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수백 개 비즈니스 템플릿과 툴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동뿐 아니라 같은 고령자 돕기도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퇴직을 겪은 일본에도 은퇴한 노령지식인의 전문능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려는 자원봉사단체가 여러 개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단카이 노블레스 오블리주(DNO)’다. DNO는 일본 베이비부머라 할 수 있는 단카이세대가 대량 퇴직한 다음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설립한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이다. DNO는 은퇴라는 인생 단계를 맞아 새로운 형태의 사회 참여와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은 단카이세대의 전문능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 내 아시아인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컴퓨터나 정보기술(IT) 교육을 실시하고, 창업지원 강좌나 지역사회 지도자 육성 강좌를 열기도 한다.
일본 은퇴자 중에는 치매고령자를 지원하는 시민 후견인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본래 치매 등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진 환자의 재산관리는 성인 친족이나 변호사가 맡아왔지만, 재산관리의 어려움으로 친족이 후견인이 되기를 꺼리는 일이 많아졌다.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맡기려니 매달 비용 3만~5만 엔이 발생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 시민 후견인 제도다. 2006년부터 시민 후견인을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한 NPO ‘시민 후견인모임’은 정년퇴직자를 중심으로 시민 후견인 양성 강좌를 실시하는데, 이 강좌를 수강한 회원 100여 명이 시민 후견 활동을 하고 있다. 자기 같은 고령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은퇴자가 무상으로 시민 후견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베이비붐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노령지식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요한 사회 이슈로 부각할 것이다. 노령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노령지식인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소속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 좋고, 퇴직 후 적절한 사회 참여를 통해 주류사회로부터의 소외감도 극복할 수 있다. 지역사회 역시 노령지식인의 경험과 재능을 활용해 건강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은퇴하고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이들이 가진 경험과 재능까지 바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