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아지 유치원.
유치원에서 TV도 시청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 반려(伴侶)동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 유치원, 호텔 등 관련 산업이 팽창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95년 5000억 원이던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2010년 1조80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팔자가 ‘진짜 상팔자’가 됐다. 집 지키기는 더는 이들의 임무가 아니다. 반려동물은 차를 타고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놀거나 예절 교육을 받는다. 몸이 아프면 언제든 CT검사를 받을 수 있고, 아래위 이빨이 어긋난 경우 100만 원이 넘는 교정 치료를 받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은 의료원, 미용실, 유치원, 카페 등을 갖춰 사람이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24시간 운영하는 의료원에는 수의사 약 20명이 전문 분야별로 나눠 상주하고 있다. 이 의료원을 찾는 반려동물은 하루 평균 30마리. 강희경 대리는 “야간 진료시간에는 급체나 추락사고로 병원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중한 수술의 경우 보호자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곤 한다”고 말했다.
온돌 바닥이 깔린 유치원에서는 배변 학습과 예절 교육 등을 진행한다. 유치원에는 반려동물이 하루 15~20마리 출석한다. 교실에는 미끄럼틀을 타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반려견도 있다. 친구가 많아 즐거워서인지 잠을 자거나 기운 없이 처져 있는 반려견은 눈에 띄지 않는다. 15마리 정도 되는 강아지들이 쉴 새 없이 깡충깡충 뛴다.
동물들은 다른 동물과 함께 어울리며 사회화 교육을 받고, 유치원 선생님은 반려동물의 일과와 특이사항 등을 알림장에 적어 보호자에게 전달한다. 보호자는 알림장을 통해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말썽을 부리진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보호자 한향이(29) 씨는 “우리 강아지가 사람하고만 지내니까 다른 강아지랑 어울리지 못하고 이기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유치원에 맡겨봤다”며 “강아지가 외로움도 덜고 친구도 사귀고 와서 좋았다”고 말했다.
유치원 옆에 위치한 미용실에는 작은 상담실이 있다. 그곳에서 보호자와 반려동물은 다른 강아지의 사진을 보면서 원하는 미용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상담이 끝난 후 미용실로 가면 반려동물 전용 드라이기를 비롯해 각질제거까지 가능한 스파 시설도 준비돼 있다.
언니가 휴가를 떠나서 오늘부턴 호텔에 묵게 됐어요. 언니는 지금쯤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제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저는 사실 냄새나고 칙칙한 언니 방보다 이곳이 더 좋아요. 여긴 공기청정기도 있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거든요. 간호사 언니들이 매일 산책을 하게 해주고, 의사 선생님이 회진도 오세요. 2박3일 동안 호강하다 가겠네요. 야호!
자식 같은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고액을 지불하는 주인도 있다.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참석해 강아지 이해하기, 사회화 교육, 올바른 산책법 등을 배우는 퍼피클래스는 4회(1회 40분)에 약 30만 원. 40분에 7만5000원꼴이다. 반려동물 용품 가격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 가격에 버금간다. 한 명품 브랜드 우비는 12만5000원이고, 머리가 좋아진다는 장난감은 7만~8만 원대이다.
2. 반려동물 의료원의 진료 스케줄. 3. 드라이어로 강아지 털을 손질하는 모습. 4. 강아지 유치원에서 ‘학부모’에게 보내는 알림장.
다쳐서 입원 중인 강아지.
반려동물의 호강은 죽은 후에도 계속된다. 주인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반려동물 장묘업체에 연락해 전문적인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 장례식, 화장, 납골, 제사 등의 과정은 식의 종류와 동물 크기에 따라 30만~500만 원선에서 진행된다. 160만 원 상당의 순금 금장수의를 판매하는 온라인 장묘업체도 있다. 2007년 반려동물 장묘업을 제도적으로 도입한 이후 현재 전국에는 약 270개 애완동물 장묘 및 보호 서비스업체가 등록돼 있다.
매년 장례식 400건 이상을 대행하는 A장묘업체는 등급에 따라 20만, 50만, 100만, 300만 원을 받고 식을 준비한다. 유골단지가 포함된 20만 원짜리 개별 장례식의 경우 보호자 참관만 가능하지만, 가장 비싼 VIP장의 경우 VIP예식실 사용, 염습, 최고급 수의, VIP실 납골, 장례전용 대형 리무진 등이 추가된다.
납골 비용 역시 조건에 따라 1년에 10만, 40만, 100만 원 단위로 나뉘며, 100만 원짜리 납골당에는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된다. 하지만 납골당을 이용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A장묘업체 대표는 “납골당 비용이 부담돼서라기보다 유골을 가까이 두고 싶어서 집에 가져가는 고객이 많다”며 “고객 중 90%가 유골을 집에서 보관한다”고 말했다.
죽어서까지 호강은 계속
유골을 스톤 형태로 제작해 목에 걸고 다니는 고객도 있다. 스톤은 화장 후 남은 순수 유골분을 초고온으로 용융해 만든 물체다. 비록 반려동물은 죽었지만 유골이라도 곁에 두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다. 스톤을 자갈 크기로 만들어 보관할 수 있고, 그보다 더 작게 제작해 펜던트, 휴대전화 고리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고객들은 각자의 종교에 따라 장례식을 진행하기도 하며 사이버분향소에 비문을 새기고 추모 글을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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