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면 중년인가요?”
중년이 대세인 시대다. 굳이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가리지 않고 중년의 활약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패션 감각과 몸매는 물론, 매너에 경제력까지 갖춘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꽃중년’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그런데 중년은 도대체 어떤 사람, 누굴 두고 하는 말일까? 중년은 한자로 ‘中年’, 영어로 ‘Middle Age’라고 쓴다. 이는 ‘생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로 인생 전성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중년이란 말은 이렇게 화려한 뜻보다 그저 ‘청년과 노년 사이에 낀 애매한 시기’라는 의미로 사용한 경우가 더 많았다.
중년이란 말이 인류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채 1세기도 안 된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중년이란 말 자체도 드물었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인생 중간에 할당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1세기 전만 해도 선진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당시 사람은 청년 시절 인생 절정기에 도달한 다음 허겁지겁 노년의 골짜기로 하산해야 했다. 이들 삶에선 중년이라 부를 만한 기간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늘날 선진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80세에 육박한다. 이렇게 수명이 가파르게 늘면서 청년(靑年)이라 부르기엔 너무 나이 들고, 그렇다고 노년(老年)이라 부르기엔 젊은 세대가 대거 등장했는데, 이들을 가리켜 청년과 노년 사이에 끼었다는 의미로 ‘중년(中年)’이란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몇 살이면 중년인가’에 대한 대답은 우리 사회가 몇 살까지를 청년으로 보고 언제부터 노인으로 보는지에 달렸다. 통상 청년이란 신체적으로 한창 성장기인 20대를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이의 취업과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30대까지를 청년이라 일컫는 일이 잦아졌다. 실제 5월 서울시가 청년창업지원 희망자를 모집할 때도 신청대상 연령을 20~39세로 정했다.
40~60대 광범위한 나이가 중년
그렇다면 몇 살부터 노인으로 보는 게 좋을까. 통상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통계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기준일 뿐 일반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68.3%가 적어도 70세는 돼야 노인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 중 83.7%가 70세 이상이 돼야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은 7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활동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건강수명’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1.3세였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연령층을 ‘중년’이란 이름으로 아우를 수 있다.
각종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년 범위가 지금보다 줄어든다. 먼저 주택연금의 경우 부부가 모두 60세를 넘어야 신청자격이 생긴다. 국민연금법에서는 수령자가 60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탈 수 있다. 다만 내년부터 61세를 시작으로 매 5년마다 1세씩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늦춰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수령 가능하다. 기초노령연금은 진작부터 65세가 돼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장기요양보험도 65세가 넘어야 혜택을 받는다. 만약 각종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부터 노년이 시작된다고 보면, 40대부터 60대 초반에 해당하는 사람을 중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년퇴직을 하는 순간부터 노년이 시작된다고 보면 중년에 해당하는 연령층은 또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 정년제도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선 비교적 잘 지켜지지만, 일반 기업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정년제도가 있는 회사도 평균 퇴직연령은 55세에 못 미치고, 일단 퇴직하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좋은 일자리를 다시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보는 것도 알고 보면 기업에서 정한 정년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소득활동 측면에서 중년은 기껏해야 55세까지라 할 수 있다.
일자리와 연금까지 아우르는 대책 필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를 잃어 소득 면에서는 이미 노인 취급을 받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건강한 중년이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 세간에서 문제가 되는 ‘노인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 같은 측면에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나 75세로 올리려면, 거기에 걸맞게 중년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런 개혁에 가장 먼저 앞장서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1994년부터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일본은 2006년 4월 관련법을 개정해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제도를 기업에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은 ‘정년연장, 계속고용, 정년폐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직원 31명 이상 기업의 96.6%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도 2001년 근로자 고용 시 나이 차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영국도 2006년부터 근로자 나이에 따른 취업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고, 50세 이상 근로자의 직업훈련과 임금보조금제도를 연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같은 구체적인 일자리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이면 그 부작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노인 기준 연령에 맞춰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70세나 75세로 늦춘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55세에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은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짧게는 15년, 길게는 20년 가까운 기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었다고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일자리가 없어 고통 받는 중년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무작정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일 게 아니라, 일자리와 연금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년이 대세인 시대다. 굳이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가리지 않고 중년의 활약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패션 감각과 몸매는 물론, 매너에 경제력까지 갖춘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꽃중년’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그런데 중년은 도대체 어떤 사람, 누굴 두고 하는 말일까? 중년은 한자로 ‘中年’, 영어로 ‘Middle Age’라고 쓴다. 이는 ‘생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로 인생 전성기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중년이란 말은 이렇게 화려한 뜻보다 그저 ‘청년과 노년 사이에 낀 애매한 시기’라는 의미로 사용한 경우가 더 많았다.
중년이란 말이 인류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채 1세기도 안 된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중년이란 말 자체도 드물었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인생 중간에 할당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1세기 전만 해도 선진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당시 사람은 청년 시절 인생 절정기에 도달한 다음 허겁지겁 노년의 골짜기로 하산해야 했다. 이들 삶에선 중년이라 부를 만한 기간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늘날 선진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80세에 육박한다. 이렇게 수명이 가파르게 늘면서 청년(靑年)이라 부르기엔 너무 나이 들고, 그렇다고 노년(老年)이라 부르기엔 젊은 세대가 대거 등장했는데, 이들을 가리켜 청년과 노년 사이에 끼었다는 의미로 ‘중년(中年)’이란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몇 살이면 중년인가’에 대한 대답은 우리 사회가 몇 살까지를 청년으로 보고 언제부터 노인으로 보는지에 달렸다. 통상 청년이란 신체적으로 한창 성장기인 20대를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이의 취업과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30대까지를 청년이라 일컫는 일이 잦아졌다. 실제 5월 서울시가 청년창업지원 희망자를 모집할 때도 신청대상 연령을 20~39세로 정했다.
40~60대 광범위한 나이가 중년
9월 1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중년 구직자들.
실제 우리나라 사람은 7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활동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건강수명’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1.3세였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연령층을 ‘중년’이란 이름으로 아우를 수 있다.
각종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년 범위가 지금보다 줄어든다. 먼저 주택연금의 경우 부부가 모두 60세를 넘어야 신청자격이 생긴다. 국민연금법에서는 수령자가 60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탈 수 있다. 다만 내년부터 61세를 시작으로 매 5년마다 1세씩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늦춰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수령 가능하다. 기초노령연금은 진작부터 65세가 돼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장기요양보험도 65세가 넘어야 혜택을 받는다. 만약 각종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부터 노년이 시작된다고 보면, 40대부터 60대 초반에 해당하는 사람을 중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년퇴직을 하는 순간부터 노년이 시작된다고 보면 중년에 해당하는 연령층은 또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 정년제도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선 비교적 잘 지켜지지만, 일반 기업에선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정년제도가 있는 회사도 평균 퇴직연령은 55세에 못 미치고, 일단 퇴직하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좋은 일자리를 다시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보는 것도 알고 보면 기업에서 정한 정년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소득활동 측면에서 중년은 기껏해야 55세까지라 할 수 있다.
일자리와 연금까지 아우르는 대책 필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를 잃어 소득 면에서는 이미 노인 취급을 받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건강한 중년이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 세간에서 문제가 되는 ‘노인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 같은 측면에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나 75세로 올리려면, 거기에 걸맞게 중년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런 개혁에 가장 먼저 앞장서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1994년부터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일본은 2006년 4월 관련법을 개정해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제도를 기업에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은 ‘정년연장, 계속고용, 정년폐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직원 31명 이상 기업의 96.6%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도 2001년 근로자 고용 시 나이 차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영국도 2006년부터 근로자 나이에 따른 취업 제한을 완전히 철폐하고, 50세 이상 근로자의 직업훈련과 임금보조금제도를 연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같은 구체적인 일자리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이면 그 부작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노인 기준 연령에 맞춰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70세나 75세로 늦춘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55세에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은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짧게는 15년, 길게는 20년 가까운 기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었다고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일자리가 없어 고통 받는 중년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무작정 노인 기준 연령만 높일 게 아니라, 일자리와 연금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