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질된 한대화 전 한화 감독과 한화 새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조범현 전 KIA 감독(오른쪽 사진 오른쪽).
그러나 요즘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구단은 삼성도, 4강 후보 구단도 아닌 ‘꼴찌’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최근 감독 경질과 함께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 선언이 불거지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전임 한대화 감독의 거취 문제는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로 3년 임기가 끝나는 한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팀이 최하위에 머물며 일찌감치 경질설이 나돌았다. 그를 대신해 모씨가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둥 구체적인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시즌 중반 팀이 안팎으로 흔들리자 한화는 구단 차원에서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한대화 감독 체제로 갈 것”이라고 공표해 감독 거취 문제를 매듭짓는 듯했다. 하지만 한화는 스스로 이 약속을 깨고 8월 말 한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자진 사퇴로 포장했을 뿐 사실상 해고였다. 한 감독 대신 한용덕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에 올랐다.
그렇다면 한화의 새 감독은 누가 될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은 소속팀과 2년 재계약을 체결해 후보군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야구계에서는 김 감독이 한화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코칭스태프 조각 등에 이견을 보여 협상이 틀어졌고, 이에 고양과 서둘러 재계약을 추진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정훈·조범현 이름 거명
김성근 감독이 제외되면서 현재 차기 감독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후보는 이정훈 천안 북일고 감독과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이다. 이 감독은 빙그레와 한화를 거친 이글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2008년부터 천안 북일고를 전국 최강팀으로 이끌었다. 현역 시절 ‘악바리’라는 별명처럼 선수 근성을 이끌어내는 장점을 지니지만, 프로 감독으로서 검증을 받지 못한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최근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으나 5위에 그쳤고, 일본전을 앞두고 근거 없는 ‘부정배트 의혹’을 제기했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SK와 KIA 사령탑을 지낸 조범현 위원장은 2003년 SK를 맡자마자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2009년에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무엇보다 팀 재건에 장점을 보이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충청지역에 연고가 없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오히려 이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KBO 육성위원장으로 전국 아마추어 현장을 돌보면서도 꾸준히 재기를 준비해와 ‘공부하는 지도자’로도 명성이 높다.
한 감독대행을 포함한 내부 인사 승격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여기에 ‘재야인사’의 물밑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때 ‘우승 청부사’로 불리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 몇 년 된 인사가 “한화 감독 자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은 얼마 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며 “구단이 미국 진출을 허락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올 시즌을 마치면 7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류현진은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류현진이 빅리그를 밟으려면 ‘포스팅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이른바 ‘완전 FA’로 통하는 9년 FA가 아닌 7년 FA 자격이기 때문이다. 9년 FA는 구단 동의 없이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의 몸’이지만, 7년 FA는 구단 동의를 받아 포스팅시스템을 거쳐야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포스팅시스템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해외 선수를 영입할 때 실시하는 공개입찰제도다. 예를 들어 류현진을 놓고 포스팅시스템이 성사되고, A구단이 1000만 달러의 최고액을 제시한다면 A구단은 류현진과 독점 협상을 통해 입단을 추진할 수 있다. 1000만 달러는 한화가 이적료 명목으로 챙길 수 있으며, 류현진은 A구단과 개인 협상을 별도로 진행해 연봉을 받는다.
‘스포츠동아’는 최근 8개 구단 선수와 코치, 야구해설가 등 총 30명에게 류현진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류현진이 올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2년 후 완전 FA로 도전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었다. 그 결과 30명 가운데 26명이 “올 시즌 후 나가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한 살이라도 젊고 힘 있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이유가 많았다. 삼성 투수 배영수는 “선수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면서 “류현진은 현재 한국 최고 투수다. 가장 좋을 때 가야 한다”고 말했다. KBS N 하일성 해설위원은 “우리는 그동안 국제대회를 통해 류현진에게 많은 빚을 졌다. 이번에는 류현진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월 6일 대전구장에는 메이저리그 10여 개 팀 스카우터 20여 명이 몰려(작은 사진) 류현진의 역투를 지켜봤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KIA 투수 서재응은 완전 FA 자격을 취득한 뒤 나가는 쪽에 표를 던졌다. 서재응은 “현재 류현진은 구단 선택권이 없다. 내셔널리그가 처음 적응하기에는 더 유리한 점이 많다. 완전 FA가 되면 더 많은 금전적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내가 원하는 팀, 내게 유리한 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화는 어떻게 판단할까.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단 현실을 감안할 때 류현진의 존재는 팀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포기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류현진이 없는 팀과 있는 팀은 천지 차이다. 제삼자라면 “류현진을 보내줘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한화 구단은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류현진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즈니스적으로도 이롭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년 뒤 류현진이 완전 FA가 돼서 해외로 떠나면 한화는 돈이나 보상선수 등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내년 시즌 류현진이 있다고 해도 한화는 당장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차라리 포스팅 머니(류현진을 보내고 받은 대가)로 새로운 선수를 육성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결국 모든 판단은 한화 몫이다. 한화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새 감독 선임과 함께 류현진의 미국 진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한화의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