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만 번째 만난 특별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연극 ‘댄스레슨’(리처드 알피에리 작, 김달중 연출)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속삭인다. 이 대사만 보면 아마 결혼 프러포즈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남자는 댄스 강사이고 상대 여자는 노부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일탈의 은밀한 현장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흔히 연상되는 로맨스도 불륜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대신 조금 특별한 사랑을 묘사한다. 남자주인공 마이클(지현준 분)은 게이 청년이고, 여자주인공 릴리(고두심 분)는 여든 살 넘은 할머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욕망하는 뜨거운 관계는 아니지만, 웬만한 연인보다 더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성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더 근본적이고 깊은 교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릴리와 마이클은 살아온 환경도, 속한 문화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세상의 변방으로 밀려난 약자이며, 홀로 소외된 채 외롭게 산다는 점에서다. 릴리는 30년간 교직에 있었고 목사의 아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퇴직한 지 오래이고, 남편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상태다. 그는 사람들에게 점점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을 상실해간다. 마이클은 뉴욕 뮤지컬 무대에서 코러스로 활동했지만, 현재는 노인 댄스교실의 강사로 일한다. 어머니를 잃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큰 상처를 입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곳 플로리다까지 오게 됐다.
이런 두 사람의 만남은 마이클이 댄스 개인레슨을 위해 릴리 집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첫 만남은 평탄치 않다. 뒤끝은 없지만 까칠한 마이클과 인정은 많으나 깐깐한 릴리의 성격이 맞부딪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결국에는 사회적, 성적 차이를 뛰어넘어 동류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달래주며 가족, 친구, 애인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댄스’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춤은 슬픔을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유혹하려는 ‘목적성’과 무관한 만큼 천진하게 춤을 즐긴다. 각 장면마다 한 장르의 춤이 등장하는데 스윙, 탱고, 왈츠, 차차차, 폭스트롯, 컨템퍼러리 등은 장면별 내용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춤 장르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배우들의 의상과 실내 분위기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품은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2인극이고 무대 전환이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다. 짜임새 있는 대본, 극 흐름과 감동 포인트를 잘 살린 연출, 연기와 다양한 춤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배우, 그리고 분위기를 잡아주는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황혼에 접어드는 바닷가를 표현한 영상은 릴리 인생과 맞물리며 여운을 남긴다. 고두심과 지현준은 인물 캐릭터와 다양한 춤을 모두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춤으로 흥을 돋우고 능청스럽게 익살을 부리다가도 진정성 있는 연기로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등 관객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9월 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극 ‘댄스레슨’(리처드 알피에리 작, 김달중 연출)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속삭인다. 이 대사만 보면 아마 결혼 프러포즈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남자는 댄스 강사이고 상대 여자는 노부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일탈의 은밀한 현장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흔히 연상되는 로맨스도 불륜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대신 조금 특별한 사랑을 묘사한다. 남자주인공 마이클(지현준 분)은 게이 청년이고, 여자주인공 릴리(고두심 분)는 여든 살 넘은 할머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욕망하는 뜨거운 관계는 아니지만, 웬만한 연인보다 더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성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더 근본적이고 깊은 교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릴리와 마이클은 살아온 환경도, 속한 문화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세상의 변방으로 밀려난 약자이며, 홀로 소외된 채 외롭게 산다는 점에서다. 릴리는 30년간 교직에 있었고 목사의 아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퇴직한 지 오래이고, 남편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상태다. 그는 사람들에게 점점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을 상실해간다. 마이클은 뉴욕 뮤지컬 무대에서 코러스로 활동했지만, 현재는 노인 댄스교실의 강사로 일한다. 어머니를 잃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큰 상처를 입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곳 플로리다까지 오게 됐다.
이런 두 사람의 만남은 마이클이 댄스 개인레슨을 위해 릴리 집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첫 만남은 평탄치 않다. 뒤끝은 없지만 까칠한 마이클과 인정은 많으나 깐깐한 릴리의 성격이 맞부딪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결국에는 사회적, 성적 차이를 뛰어넘어 동류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달래주며 가족, 친구, 애인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댄스’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춤은 슬픔을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유혹하려는 ‘목적성’과 무관한 만큼 천진하게 춤을 즐긴다. 각 장면마다 한 장르의 춤이 등장하는데 스윙, 탱고, 왈츠, 차차차, 폭스트롯, 컨템퍼러리 등은 장면별 내용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춤 장르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배우들의 의상과 실내 분위기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품은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2인극이고 무대 전환이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다. 짜임새 있는 대본, 극 흐름과 감동 포인트를 잘 살린 연출, 연기와 다양한 춤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배우, 그리고 분위기를 잡아주는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황혼에 접어드는 바닷가를 표현한 영상은 릴리 인생과 맞물리며 여운을 남긴다. 고두심과 지현준은 인물 캐릭터와 다양한 춤을 모두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춤으로 흥을 돋우고 능청스럽게 익살을 부리다가도 진정성 있는 연기로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등 관객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9월 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