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화여대 다니는 미군이야.”
‘금남의 구역’이라 부르는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듣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남학생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온 교환학생 윌리엄 대니얼 리터(29)다. ‘당연히 한국어를 못하겠지’ 하는 지레짐작에 영어로 질문을 던지니, 그는 “한국말로 얘기하라. 나 한국말 잘한다”며 한국어 실력을 뽐낸다.
“한국에선 한국말 해야죠. 그래야 한국사람과 더 친해질 수 있어요.”
그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 미군으로 복무했다. 6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애리조나주립대를 다니던 그가 올해 한국 교환학생으로 선발됐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그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였어요.”
현재 여든 살인 그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미군 제2보병부대에서 복무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한국 이야기를 듣고 자라 일찍이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싸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어요. 함께 싸우다 죽은 전우 얘기도 기억이 나요. 제게 ‘한국에서 즐겁게 지내고 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6·25전쟁 참전비와 비무장지대(DMZ)를 꼭 구경하라고도 했죠. 6·25전쟁 이후 한국을 다시 찾은 적이 없어서인지, 할아버지는 ‘한국’ 하면 아직도 전쟁부터 떠오르나 봐요.”
자기 역시 할아버지처럼 선뜻 6·25전쟁에 참전했을 것이라는 그는 앞으로 “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미군이 되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9·11테러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미국이 테러공격을 많이 받고 있었어요. 군인이 돼 테러리즘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싶었죠.”
어릴 적부터 한국 이야기 듣고 자라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 육군 특수전학교에서 심리전과 특수전 등의 훈련을 마치고 2005년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배치됐다. 같은 해 이라크에 파병됐다. 1년여 간의 파병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방언어교육원에서 제공하는 외국어 수업 중 한국어를 선택한 것.
“1년 반 동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했죠. 그땐 지금보다 한국어를 더 잘했을걸요(웃음).”
2010년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한 그의 전공은 인류학과 동아시아학이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교내 국제교류팀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준비했다.
그는 “예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군인일 때는 이라크전쟁 참전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교환학생 선발에 지원했고, 마침내 1년 동안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에서 강의 네 과목을 듣는다. ‘동아시아 국제관계’ ‘북한주민의 일상생활’ ‘동아시아 문화와 생각’ ‘세계화와 문화’가 그것이다. 그중 좋아하는 과목은 ‘동아시아 문화와 생각’과 ‘북한주민의 일상생활’이다. 그는 다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해선 “숙제를 많이 하고 매일 교재도 읽어야 해서 가끔 어렵지만, 모든 강의를 잘 따라갈 수 있다. 강의를 맡은 교수님은 하버드대에서도 강의했던 분이다. 교수들의 강의 실력이 좋고 방식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의 방식이 미국과 달라 생소했다고 한다.
“강의는 주로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돼요. 발표를 통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죠. 물론 교수님도 강의를 하지만, 보통은 학생이 발표한 뒤 비평하고 코멘트를 합니다. 미국과는 조금 달라요.”
그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교환학생이 많이 오는 만큼 한국 학생들도 글로벌한 오픈 마인드를 지녔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똑똑하고 친절하고 예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기말고사와 논문 준비로 바쁘지만 그는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다.
“앞으로 정부 및 국제관계 관련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 하는 공부를 매우 즐기고 있어요.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더 공부할 생각이에요.”
그는 내년 여름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할아버지 덕분에 연세대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는 김치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갈비와 김치를 가장 좋아해요. 미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처음 맛봤는데, 그때부터 좋아하게 됐어요.”
한번은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김치에 밥을 싹싹 비벼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모습에 한국 친구들이 놀랐다고.
구석구석 여행하며 한국 문화 더 배우고 싶어
한국에 오기 전 그는 한국을 ‘아주 바쁜(very busy) 나라’라고 생각했다. 한국어를 배울 때 재미동포인 그의 선생님이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는데, 빠른 속도와 ‘빨리빨리’ 문화, 그리고 기술이 아주 발달한 나라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또 “한국인은 갑자기 화냈다가 금세 가라앉는 김치 성질(Kimchi temper)을 가졌다고도 들었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직접 와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나라다. 미국보다 범죄 발생률이 낮아 안전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며 “밤에도 낮처럼 환해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말을 이용해 서울의 여러 명소를 둘러본 그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곳은 지극히 한국적인 곳, 바로 궁(宮)이다. 기억에 남는 곳은 경복궁.
“덕수궁과 경복궁에 가봤는데, ‘traditional and modern’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전통 궁궐과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낯설고도 아주 매력적이죠. 신기해요. 앞으로 한국의 모든 궁을 둘러보고 싶어요. 역사가 짧은 미국에선 볼 수 없는 동양과 한국만의 전통을 접할 수 있거든요. 역동적이고 현대화된 도시에서 전통과 옛 정취를 찾을 수 있어 아름다워요.”
내년 봄 대학 졸업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즐길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을 사랑해요. 앞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이미 제주와 부산을 여행할 여름방학 계획도 짜놓았어요. 아참, 먼저 기말고사부터 잘 봐야겠죠(웃음)?”
‘금남의 구역’이라 부르는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듣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남학생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온 교환학생 윌리엄 대니얼 리터(29)다. ‘당연히 한국어를 못하겠지’ 하는 지레짐작에 영어로 질문을 던지니, 그는 “한국말로 얘기하라. 나 한국말 잘한다”며 한국어 실력을 뽐낸다.
“한국에선 한국말 해야죠. 그래야 한국사람과 더 친해질 수 있어요.”
그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 미군으로 복무했다. 6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애리조나주립대를 다니던 그가 올해 한국 교환학생으로 선발됐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그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였어요.”
현재 여든 살인 그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미군 제2보병부대에서 복무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한국 이야기를 듣고 자라 일찍이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싸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어요. 함께 싸우다 죽은 전우 얘기도 기억이 나요. 제게 ‘한국에서 즐겁게 지내고 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6·25전쟁 참전비와 비무장지대(DMZ)를 꼭 구경하라고도 했죠. 6·25전쟁 이후 한국을 다시 찾은 적이 없어서인지, 할아버지는 ‘한국’ 하면 아직도 전쟁부터 떠오르나 봐요.”
자기 역시 할아버지처럼 선뜻 6·25전쟁에 참전했을 것이라는 그는 앞으로 “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미군이 되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9·11테러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미국이 테러공격을 많이 받고 있었어요. 군인이 돼 테러리즘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싶었죠.”
어릴 적부터 한국 이야기 듣고 자라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 육군 특수전학교에서 심리전과 특수전 등의 훈련을 마치고 2005년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배치됐다. 같은 해 이라크에 파병됐다. 1년여 간의 파병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방언어교육원에서 제공하는 외국어 수업 중 한국어를 선택한 것.
“1년 반 동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했죠. 그땐 지금보다 한국어를 더 잘했을걸요(웃음).”
2010년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한 그의 전공은 인류학과 동아시아학이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교내 국제교류팀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준비했다.
그는 “예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군인일 때는 이라크전쟁 참전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교환학생 선발에 지원했고, 마침내 1년 동안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에서 강의 네 과목을 듣는다. ‘동아시아 국제관계’ ‘북한주민의 일상생활’ ‘동아시아 문화와 생각’ ‘세계화와 문화’가 그것이다. 그중 좋아하는 과목은 ‘동아시아 문화와 생각’과 ‘북한주민의 일상생활’이다. 그는 다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해선 “숙제를 많이 하고 매일 교재도 읽어야 해서 가끔 어렵지만, 모든 강의를 잘 따라갈 수 있다. 강의를 맡은 교수님은 하버드대에서도 강의했던 분이다. 교수들의 강의 실력이 좋고 방식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의 방식이 미국과 달라 생소했다고 한다.
“강의는 주로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돼요. 발표를 통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죠. 물론 교수님도 강의를 하지만, 보통은 학생이 발표한 뒤 비평하고 코멘트를 합니다. 미국과는 조금 달라요.”
그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교환학생이 많이 오는 만큼 한국 학생들도 글로벌한 오픈 마인드를 지녔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똑똑하고 친절하고 예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2008년 미국 국방언어교육원에서 1년간 한국어 수업을 받은 뒤 찍은 기념 사진.(위) 2010년 초 이라크 2차 파병 당시 리터의 모습(맨 오른쪽).(아래)
“앞으로 정부 및 국제관계 관련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 하는 공부를 매우 즐기고 있어요.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더 공부할 생각이에요.”
그는 내년 여름 애리조나주립대를 졸업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할아버지 덕분에 연세대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는 김치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갈비와 김치를 가장 좋아해요. 미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처음 맛봤는데, 그때부터 좋아하게 됐어요.”
한번은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김치에 밥을 싹싹 비벼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모습에 한국 친구들이 놀랐다고.
구석구석 여행하며 한국 문화 더 배우고 싶어
한국에 오기 전 그는 한국을 ‘아주 바쁜(very busy) 나라’라고 생각했다. 한국어를 배울 때 재미동포인 그의 선생님이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는데, 빠른 속도와 ‘빨리빨리’ 문화, 그리고 기술이 아주 발달한 나라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또 “한국인은 갑자기 화냈다가 금세 가라앉는 김치 성질(Kimchi temper)을 가졌다고도 들었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직접 와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나라다. 미국보다 범죄 발생률이 낮아 안전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며 “밤에도 낮처럼 환해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말을 이용해 서울의 여러 명소를 둘러본 그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곳은 지극히 한국적인 곳, 바로 궁(宮)이다. 기억에 남는 곳은 경복궁.
“덕수궁과 경복궁에 가봤는데, ‘traditional and modern’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전통 궁궐과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낯설고도 아주 매력적이죠. 신기해요. 앞으로 한국의 모든 궁을 둘러보고 싶어요. 역사가 짧은 미국에선 볼 수 없는 동양과 한국만의 전통을 접할 수 있거든요. 역동적이고 현대화된 도시에서 전통과 옛 정취를 찾을 수 있어 아름다워요.”
내년 봄 대학 졸업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즐길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을 사랑해요. 앞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이미 제주와 부산을 여행할 여름방학 계획도 짜놓았어요. 아참, 먼저 기말고사부터 잘 봐야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