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 프로야구가 페넌트레이스 사상 첫 700만 관중을 향해 잰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시즌 좌석 점유율은 80%(작년 65.7%)에 육박해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69.9%)와 일본 프로야구(65.9%)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800만 관중도 가능하리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흥행 대박은 프로야구가 최근 수년간 국민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데다 박찬호와 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많은 해외파 스타가 돌아온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에이스’ 자리를 놓고 다투는 한화 류현진(25)과 KIA 윤석민(26) 두 투수의 뜨거운 자존심 경쟁이 야구팬을 끌어모으고 있다.
첫해부터 두각 vs 불펜에서 MVP로
류현진과 윤석민은 8개 구단 투수 가운데 각각 왼손과 오른손을 대표하는 최고 투수로 꼽힌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성장과정에서는 적잖은 차이점을 보인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해이던 2006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그야말로 ‘괴물 투수’다. 데뷔 첫해 18승을 거뒀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2010년에는 개인 최고 방어율 1.82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큰 어려움 없이 첫해부터 선발투수로 두각을 나타낸 반면, 윤석민은 굴곡진 길을 걸었다. 2005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윤석민은 류현진이 신인왕과 MVP를 석권한 2006년 5승6패19세이브 9홀드 방어율 2.28을 기록하는 등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다. 2007년이 돼서야 선발로 전환했고, 그해 방어율 3.78로 18패를 거두며 시즌 최다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윤석민은 지난 시즌 17승5패 방어율 2.45로 투수부문 4관왕을 차지하며 MVP에 올랐다.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투수가 된 것이다.
류현진의 피칭 폼은 “투수 교본에 나올 수 있을 만큼 완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투수는 볼을 팔로 던지는 게 아니라 하체로 던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 하체의 완벽한 중심이동을 통해 볼을 최대한 끌고 나가 타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뿌린다(release). 큰 키를 활용해 왼손으로 높은 곳에서 볼을 뿌리는 게 류현진의 강점이다.
윤석민은 최상의 피칭 균형을 자랑한다. 투수 체형으로는 조금 마른 편인데도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것도 빼어난 균형 감각 덕이다.
투수의 기본은 직구다. 직구가 좋아야 변화구도 위력을 발휘한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모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를 구사한다. 류현진은 초속과 종속의 직구 구속 차이가 평균 10.7km, 윤석민은 12.5km에 불과하다. 두 사람 손에서 나온 볼이 묵직하다는 증거다.
두 사람에게는 서로 부러워하는 필살기가 하나씩 있다.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과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은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지만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진다. 떨어지는 각도가 예리하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류현진이 마음먹고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은 타자 사이에서 “알고도 못 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는 우타자 기준으로 직구처럼 들어오다 밖으로 휘어나가는 궤적을 보인다. 류현진이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처럼 윤석민도 슬라이더를 던질 때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피칭한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최고 구속이 147km에 달해 타자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통한다. 우완 투수의 슬라이더는 대부분 좌타자를 압도하기 힘들지만,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다르다. 제구와 종속이 좋아 좌타자들이 더 어려워한다.
류현진과 윤석민이 각각 자랑하는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눈을 감고 던져도 포수 미트에 꽂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0%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인다.
류현진은 올 시즌 신종 슬라이더를 자신의 주무기 목록에 추가했다. 2년 전쯤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고 그동안 간간이 사용했지만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류현진의 신종 슬라이더는 일반 슬라이더와 다른 그립으로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각이 컷보다 크고 슬라이더보다 작은데, 빨리 떨어지고 구속도 빠르다.
류현진이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것과 달리 윤석민은 2008년(14승)과 지난해에만 10승 이상을 마크했다. 꾸준하다는 점에서는 류현진이 윤석민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2007년 이후 로테이션을 지키며 등판한 횟수나 이닝 소화 능력에서도 아직까지는 류현진이 앞선다. 특히 류현진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타자를 적절히 상대하는 노하우를 지닌 반면, 윤석민은 기복이 심한 편이다. 5월 1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1안타 완봉승을 거뒀으나 바로 다음 등판인 5월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3이닝 6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쓴 게 좋은 예다.
양팀 감독 “굳이 피할 이유 없다”
작년과 올해 두 투수의 전체 성적을 놓고 보면 류현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 투수가 이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관계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슬라이더는 물론 체인지업, 커브, 팜볼 등 다양한 구종에 능하다. 타자 사이에선 “윤석민이 100% 컨디션으로 던지면 류현진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 지존을 노리는 두 투수는 알게 모르게 선의의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류현진이 부진한 가운데 MVP에 올랐던 윤석민은 “올해는 류현진과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맞대결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07년 8월 26일 광주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딱 한 번 벌였다. 나란히 7이닝씩 던졌고 류현진이 1실점, 윤석민이 3실점을 했다. 그렇다고 류현진이 승리한 건 아니다. KIA가 8회 한화 불펜을 공략하면서 역전승을 거둬 두 투수 모두 승패와 무관했다.
둘의 재대결을 고대하는 이유는 2007년 당시 윤석민과 지금 윤석민의 위상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류현진, 둘의 진정한 맞대결이 올 시즌 성사될 수 있을까. 다행히 선동열 KIA 감독이나 한대화 한화 감독 모두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2012년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류현진과 윤석민 두 투수의 맞대결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둘의 맞대결이 조만간 성사되고, 과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라이벌 최동원-선동열의 ‘퍼펙트게임’처럼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를 펼쳐주길 바란다.
이 같은 흥행 대박은 프로야구가 최근 수년간 국민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데다 박찬호와 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많은 해외파 스타가 돌아온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에이스’ 자리를 놓고 다투는 한화 류현진(25)과 KIA 윤석민(26) 두 투수의 뜨거운 자존심 경쟁이 야구팬을 끌어모으고 있다.
첫해부터 두각 vs 불펜에서 MVP로
류현진과 윤석민은 8개 구단 투수 가운데 각각 왼손과 오른손을 대표하는 최고 투수로 꼽힌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성장과정에서는 적잖은 차이점을 보인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해이던 2006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그야말로 ‘괴물 투수’다. 데뷔 첫해 18승을 거뒀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2010년에는 개인 최고 방어율 1.82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큰 어려움 없이 첫해부터 선발투수로 두각을 나타낸 반면, 윤석민은 굴곡진 길을 걸었다. 2005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윤석민은 류현진이 신인왕과 MVP를 석권한 2006년 5승6패19세이브 9홀드 방어율 2.28을 기록하는 등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다. 2007년이 돼서야 선발로 전환했고, 그해 방어율 3.78로 18패를 거두며 시즌 최다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윤석민은 지난 시즌 17승5패 방어율 2.45로 투수부문 4관왕을 차지하며 MVP에 올랐다.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투수가 된 것이다.
류현진의 피칭 폼은 “투수 교본에 나올 수 있을 만큼 완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투수는 볼을 팔로 던지는 게 아니라 하체로 던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 하체의 완벽한 중심이동을 통해 볼을 최대한 끌고 나가 타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뿌린다(release). 큰 키를 활용해 왼손으로 높은 곳에서 볼을 뿌리는 게 류현진의 강점이다.
윤석민은 최상의 피칭 균형을 자랑한다. 투수 체형으로는 조금 마른 편인데도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것도 빼어난 균형 감각 덕이다.
투수의 기본은 직구다. 직구가 좋아야 변화구도 위력을 발휘한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모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를 구사한다. 류현진은 초속과 종속의 직구 구속 차이가 평균 10.7km, 윤석민은 12.5km에 불과하다. 두 사람 손에서 나온 볼이 묵직하다는 증거다.
두 사람에게는 서로 부러워하는 필살기가 하나씩 있다.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과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은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지만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진다. 떨어지는 각도가 예리하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류현진이 마음먹고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은 타자 사이에서 “알고도 못 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는 우타자 기준으로 직구처럼 들어오다 밖으로 휘어나가는 궤적을 보인다. 류현진이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처럼 윤석민도 슬라이더를 던질 때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피칭한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최고 구속이 147km에 달해 타자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통한다. 우완 투수의 슬라이더는 대부분 좌타자를 압도하기 힘들지만,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다르다. 제구와 종속이 좋아 좌타자들이 더 어려워한다.
류현진과 윤석민이 각각 자랑하는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눈을 감고 던져도 포수 미트에 꽂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0%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인다.
류현진은 올 시즌 신종 슬라이더를 자신의 주무기 목록에 추가했다. 2년 전쯤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고 그동안 간간이 사용했지만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류현진의 신종 슬라이더는 일반 슬라이더와 다른 그립으로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각이 컷보다 크고 슬라이더보다 작은데, 빨리 떨어지고 구속도 빠르다.
류현진이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 것과 달리 윤석민은 2008년(14승)과 지난해에만 10승 이상을 마크했다. 꾸준하다는 점에서는 류현진이 윤석민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2007년 이후 로테이션을 지키며 등판한 횟수나 이닝 소화 능력에서도 아직까지는 류현진이 앞선다. 특히 류현진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타자를 적절히 상대하는 노하우를 지닌 반면, 윤석민은 기복이 심한 편이다. 5월 1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1안타 완봉승을 거뒀으나 바로 다음 등판인 5월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3이닝 6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쓴 게 좋은 예다.
양팀 감독 “굳이 피할 이유 없다”
작년과 올해 두 투수의 전체 성적을 놓고 보면 류현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다고 보기는 힘들다. 두 투수가 이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관계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슬라이더는 물론 체인지업, 커브, 팜볼 등 다양한 구종에 능하다. 타자 사이에선 “윤석민이 100% 컨디션으로 던지면 류현진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 지존을 노리는 두 투수는 알게 모르게 선의의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류현진이 부진한 가운데 MVP에 올랐던 윤석민은 “올해는 류현진과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맞대결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07년 8월 26일 광주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딱 한 번 벌였다. 나란히 7이닝씩 던졌고 류현진이 1실점, 윤석민이 3실점을 했다. 그렇다고 류현진이 승리한 건 아니다. KIA가 8회 한화 불펜을 공략하면서 역전승을 거둬 두 투수 모두 승패와 무관했다.
둘의 재대결을 고대하는 이유는 2007년 당시 윤석민과 지금 윤석민의 위상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류현진, 둘의 진정한 맞대결이 올 시즌 성사될 수 있을까. 다행히 선동열 KIA 감독이나 한대화 한화 감독 모두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2012년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류현진과 윤석민 두 투수의 맞대결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둘의 맞대결이 조만간 성사되고, 과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라이벌 최동원-선동열의 ‘퍼펙트게임’처럼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를 펼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