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합쳐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임시 지도부와 소속 의원 등이 2011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그렇지만 통합 이후 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싶다. 급히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생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권력투쟁 등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기 때문. 물리적 통합에는 성공했지만, 화학적 결합으로 감동을 주는 통합을 이루지 못한 야권은 여전히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멱살잡이’ 끝 어렵사리 성사
이해찬 민주통합당 한반도비대위원장(가운데)이 2011년 12월 20일 원혜영(왼쪽), 이용선(오른쪽) 공동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갑자기 한 지붕 아래 모인 세력 간의 갈등이다. 특히 당내외로 흩어졌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결집하면서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친노’의 핵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는 유력한 당권주자로 떠올랐고, 좌장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서 직후 한반도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부산 출마를 타진해 주목받았으며 ‘토크 정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독자 전당대회 도전을 준비하던 일부 민주당 출신 주자는 통합 과정에서 뒤바뀐 ‘전당대회 룰’ 때문에 출마를 아예 포기했다. 20여 명에 달하던 후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여기에 총선 공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으로 지역위원장의 영향력도 크게 축소됐다. 구(舊)민주계 출신 한 인사는 “배고픈 야당생활을 견디며 지역을 지켰는데, 결국 통합 열매는 친노 세력이 대부분 가져가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영남지역 한 원외지역위원장은 ‘조강지처’에 본인을 비유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 사람이 누구냐. 그런데 이제 와서 기득권 세력, 구세력이라고 비난받으니 너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별개로 총선에 대한 큰 기대가 역으로 내부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만큼, 공천에서 이들이 충돌할 우려가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는데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계파의 힘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12년 19대 총선이야말로 최고의 기회’라는 생각에 최근 야권 출마 희망자가 급증하면서 아슬아슬한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난다. 올해 총선 관심지역인 부산의 경우 최근 일부 원로정치인이 막후에서 ‘지역구 양보’를 후보에게 권유해 큰 반발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인사는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한동안 잠적하더니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수도권과 호남 출신 전·현직 일부 의원은 계파에 ‘양다리’를 걸쳐 ‘공천연대’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 내부에서조차 ‘계파정치 부활’ ‘줄 서기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합을 추진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계파모임을 ‘짜장면 정치’에 빗대면서 당내 세력에게 한차례 경고한 바 있다.
통합 효과는 후유증 극복에 달려
한 정치 전문가는 “최근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켜 쇄신을 꾀하고, 친이(친이명박) 세력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해체하는 데 대해 야권이 긴장해야 한다”면서 “만일 민주통합당이 계파정치를 반복하고, 내부 분열 후유증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박근혜의 한나라당’에 국민의 관심을 다시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야권이 통합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올해 총선에서 거둘 ‘통합’ 결실의 크기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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