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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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태블릿PC “너 죽고 나 살자”

장점 살리면서 가격 경쟁력 유지에 총력전…스마트폰 시장 강자들은 다양한 라인업으로 승부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입력2011-10-04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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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죽다 살아난’ 휴렛팩커드(HP)의 태블릿PC 터치패드가 화제다. 8월 20일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한 뒤 75% 이상 싸게 파는 ‘눈물의 땡처리’를 하면서 갑작스러운 인기를 누리는 것. 급기야 HP는 사업 철수 발표를 한 지 열흘 만에 추가 생산을 결정했다. 매장 창고의 ‘천덕꾸러기’에서 줄서서 사야 하는 귀한 몸이 됐다. 터치패드는 국내에서도 화제다.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터치패드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터치패드 구매 대행’이 뜰 정도다.

    HP는 결국 8월 30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가격 인하 후 터치패드의 재고 물량이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면서 “HP의 웹 운영체제(OS) 기반 제품은 생산하지 않겠지만 터치패드는 일시적으로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얼마나 더 생산할지 확정하지 않았으며, 터치패드를 사려는 모든 소비자에게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HP는 10월경에 추가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가 이하의 세일 터치패드의 부활

    터치패드가 화제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가격 때문이다. HP는 8월 20일 사업 철수를 발표한 뒤 웹 OS 기반의 399달러(약 42만6000원·16GB 기준)짜리 터치패드를 99달러(약 10만6000원)에 팔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10만 원 안팎의 태블릿PC라면 사실상 ‘멸종’ 위기에 놓인 ‘웹 OS 생태계’라 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애플 ‘아이패드’를 따라잡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전자업계는 비록 원가 이하의 파격 세일이긴 해도 터치패드 부활이 던져주는 시사점에 주목한다. 즉, 소비자들이 태블릿PC가 반드시 필요한 제품인지를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이 주는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다.



    현재 아이패드의 라이벌이 될 만한 태블릿PC는 없다. 아이패드가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는 애플만의 고유한 생태계, 다시 말해 음악, 게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나머지는 아이패드의 상대가 되기엔 아직 벅차다. 아이패드를 능가하는 콘텐츠가 없고, 태블릿PC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지도 못한다. 소비자는 아이패드 외에 나머지 태블릿PC는 가벼운 넷북, 혹은 스마트폰의 확장판 정도로 판단한다.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없는, 일종의 ‘보완재’ 정도로 느끼는 셈이다. 보완재에 수십만 원을 기꺼이 투자할 사람은 적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부담 없는 가격이라면 ‘세컨드 넷북’ 혹은 ‘세컨드 스마트폰’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 이 때문에 제조업체는 고민이 많아졌다. 사실상 애플이 독주하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려면 아이패드를 넘어서는 하드웨어를 갖추거나, 자체 콘텐츠로 승부하면서 가격은 아이패드보다 싸야 한다. 자체 콘텐츠로 승부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하드웨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이는 원가경쟁력을 깎아먹는다. 하드웨어에 강한 삼성전자 태블릿PC의 영업이익률은 스마트폰보다 낮다.

    그렇다고 아예 저가로 가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데다 처음부터 영업이익률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애플이 사각형의 자사 디자인 권리를 무기로 삼성전자 등을 끊임없이 공격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감안한다면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팔아봤자 손해인 구조가 이어지는 것.

    이해 관계자 속속 시장 뛰어들어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어려운 시장에서 기존 하드웨어 업체가 고민하는 사이, 새로운 시장 참여자는 과감한 저가경쟁을 주도한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커피머신 회사처럼 기계를 싸게 팔아도 되는 ‘믿는 구석’이 있다. 커피머신 회사가 전용 커피캡슐을 팔아 수익을 올리듯, 아마존은 방대한 전자책 콘텐츠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아마존의 전자책 콘텐츠 수익은 자체 전자책 리더기 수익을 뛰어넘을 만큼 급성장하는 중이다.

    아마존은 올 4분기에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PC를 249달러쯤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499달러인 애플 아이패드2(16GB·와이파이 버전)의 절반 수준이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콘텐츠로 무장한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 등이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가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마존, 반스앤드노블 같은 대형서점뿐 아니라 기존 노트북 회사, 휴대전화 회사가 속속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각자 자기만의 ‘장기’를 살리면서도 가격경쟁력은 유지하려는 힘겨운 싸움을 하반기부터 전개할 전망이다.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에서도 태블릿PC가 단연 화제였다. 그중에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업체는 소니였다. 소니는 그동안 그룹 차원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음악, 영화, 게임 같은 콘텐츠가 있고 TV에서부터 전자책까지 만들어온 하드웨어 기술도 있는데, 정작 각각의 장점을 아우른 히트 상품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니의 첫 태블릿PC인 ‘소니 태블릿’이 소니그룹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이 IFA에서 이 제품을 발표하면서 “하드웨어, 콘텐츠, 네트워크 컨버전스의 ‘화신’이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기 때문이다. 소니의 ‘태블릿S’와 ‘태블릿P’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제품은 접을 수 있는 태블릿P. 양쪽에 5.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폴더형 태블릿P는 전자책과 멀티미디어 기능에 강점을 뒀다. 또 새로 선보인 네트워크 플랫폼 ‘소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는 하나의 계정으로 비디오와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개인용 컴퓨터(PC) 사업을 맡는 IT솔루션사업부는 PC에 가까운 프리미엄 태블릿PC를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미엄 PC에 들어가는 인텔 ‘코어 i5’와 128GB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제품에 넣는다. 가격은 저가와 거리가 멀다. 고급 노트북 수준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PC처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 프로페셔널 OS’를 탑재해 MS 환경에 익숙한 기업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는 다양한 라인업과 통신기능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10.1을 미국과 유럽, 인도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하반기에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탭7.7로 인기몰이를 이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스마트폰보다 크고 태블릿PC보다 작은 ‘갤럭시노트’도 화제다. ‘S펜’을 지원해 손으로 글씨를 쓸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HTC는 4세대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과 초고속패킷접속플러스(HSPA+)를 지원한 10.1인치 태블릿PC ‘제트스트림’을 9월 초 AT·T를 통해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제트스트림에도 펜 인식 기능이 포함돼 있다. ‘HTC 스크라이브’ 기술로 인터넷 화면에 디지털 펜으로 메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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