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참으로 유쾌한 인터뷰였다. 시종일관 노부부의 얼굴에는 나이 따위와는 상관없는 웃음이 넘쳐흘렀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세계 192개 나라를 여행한 사실을 인증받은 이해욱(73) 전 KT 사장과 그중 145개 나라를 동행한 부인 김성심(72) 씨. 공직생활 동안의 출장에다 은퇴 후 함께 지구촌 곳곳을 누빈 경험을 담아 부부는 최근 ‘세계는 한 권의 책’(두베)이라는 여행기를 출간했다.
“둘이 함께였으니 다녔지, 안 그랬으면 외롭고 무서워서 못 했을 거예요. 아내가 잔소리를 안 하는 ‘쿨한’ 성격인 덕도 크죠.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함께 여행을 가면 다투기 십상이라고 하잖아요. 가장 훌륭한 친구보다 아내가 더 나은 것 같아요(웃음).”
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처음 만나 60년 세월을 훌쩍 넘긴 두 사람은 남편이 체신부 차관과 KT 사장, 한화정보통신 회장을 지내고 은퇴한 1993년부터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아내가 35년간 운영한 병원 문까지 닫아걸고 함께 나선 첫 여정은 유럽. 유레일패스 한 장을 손에 쥔 채 기차역 화물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그때그때 눈앞에 보이는 호텔에 여장을 푸는 글자 그대로의 배낭여행이었다. ‘철없는’ 부모 걱정에 날밤을 새운 세 딸의 성화 탓에 나서지 못한 아프리카 여행을 제외하고는 18년 내내 남편과 함께 한 길이었다.
“남편이 워낙 꼼꼼해요. 여행사진 찍겠다며 수업을 듣고,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하겠다며 미술관에서 3년을 수강했을 정도니까요. 숙소에 들어오면 나는 쓰러져 자기 바쁜데 이 사람은 꼭 수첩에 기록을 남기느라 정신없어요. ‘당신은 당신 할 일 해라. 나는 자련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함께 했지, 일일이 챙기는 다정한 부부 같았으면 오히려 힘들었을걸요(웃음).”
여행길마다 채워나간 수첩이 어느새 90권. 어디에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봤는지 꼼꼼히 써내려간 기록은 그대로 세계여행을 입증하는 증거로 남았다. 250시간 분량의 비디오테이프와 각 여행지에서 사 모은 우편엽서, 여행 준비를 위해 사 모은 각종 자료와 서적으로 이 전 사장의 개인 서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2009년에는 아프리카 오지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전국 순회전시회도 열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여행을 하기보다 직접 스케줄을 짜서 움직이세요. 숙소는 도보로도 많은 걸 볼 수 있는 중심가 호텔을 택하고요. 안락한 시설이나 좋은 음식 즐기려면 한국이 훨씬 낫죠. 냉난방 되고 샤워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나이가 있는 은퇴자라면 아무래도 문화와 예술이 빛나는 프랑스가 알맞을 것 같네요. 가끔은 핫도그를 사서 거리 벤치에 앉아 먹는 것도 좋습니다.”
배낭여행이야말로 녹슬었던 정신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부부가 ‘은퇴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 한마디다. 부부가 손잡고 걷기조차 쉽지 않은 한국에서의 체면 따위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어느새 나이가 ‘리셋’된다는 것. ‘오늘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책 속의 말처럼, 한 시간 남짓 여행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얼굴이 발그레해지도록 들떠 있던 두 사람은 부럽기 짝이 없는 청춘 그 자체였다.
“둘이 함께였으니 다녔지, 안 그랬으면 외롭고 무서워서 못 했을 거예요. 아내가 잔소리를 안 하는 ‘쿨한’ 성격인 덕도 크죠.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함께 여행을 가면 다투기 십상이라고 하잖아요. 가장 훌륭한 친구보다 아내가 더 나은 것 같아요(웃음).”
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처음 만나 60년 세월을 훌쩍 넘긴 두 사람은 남편이 체신부 차관과 KT 사장, 한화정보통신 회장을 지내고 은퇴한 1993년부터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아내가 35년간 운영한 병원 문까지 닫아걸고 함께 나선 첫 여정은 유럽. 유레일패스 한 장을 손에 쥔 채 기차역 화물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그때그때 눈앞에 보이는 호텔에 여장을 푸는 글자 그대로의 배낭여행이었다. ‘철없는’ 부모 걱정에 날밤을 새운 세 딸의 성화 탓에 나서지 못한 아프리카 여행을 제외하고는 18년 내내 남편과 함께 한 길이었다.
“남편이 워낙 꼼꼼해요. 여행사진 찍겠다며 수업을 듣고,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하겠다며 미술관에서 3년을 수강했을 정도니까요. 숙소에 들어오면 나는 쓰러져 자기 바쁜데 이 사람은 꼭 수첩에 기록을 남기느라 정신없어요. ‘당신은 당신 할 일 해라. 나는 자련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함께 했지, 일일이 챙기는 다정한 부부 같았으면 오히려 힘들었을걸요(웃음).”
여행길마다 채워나간 수첩이 어느새 90권. 어디에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봤는지 꼼꼼히 써내려간 기록은 그대로 세계여행을 입증하는 증거로 남았다. 250시간 분량의 비디오테이프와 각 여행지에서 사 모은 우편엽서, 여행 준비를 위해 사 모은 각종 자료와 서적으로 이 전 사장의 개인 서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2009년에는 아프리카 오지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전국 순회전시회도 열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여행을 하기보다 직접 스케줄을 짜서 움직이세요. 숙소는 도보로도 많은 걸 볼 수 있는 중심가 호텔을 택하고요. 안락한 시설이나 좋은 음식 즐기려면 한국이 훨씬 낫죠. 냉난방 되고 샤워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나이가 있는 은퇴자라면 아무래도 문화와 예술이 빛나는 프랑스가 알맞을 것 같네요. 가끔은 핫도그를 사서 거리 벤치에 앉아 먹는 것도 좋습니다.”
배낭여행이야말로 녹슬었던 정신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부부가 ‘은퇴 후배들’에게 남기는 조언 한마디다. 부부가 손잡고 걷기조차 쉽지 않은 한국에서의 체면 따위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어느새 나이가 ‘리셋’된다는 것. ‘오늘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책 속의 말처럼, 한 시간 남짓 여행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얼굴이 발그레해지도록 들떠 있던 두 사람은 부럽기 짝이 없는 청춘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