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남자 같아서 딸을 못 낳은 거야.”
주부 임지연(38) 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이 던진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열 살, 여섯 살짜리 아들 둘을 키운다. 지난 10년간 아이들과 종일 “몸으로 부딪치며” 지내왔다. 매일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소리도 변했다.
“딸 키우는 엄마와 아들 키우는 엄마는 목소리 톤이 달라요. 딸 키우는 엄마는 상냥하고 사근사근하게 말하지만 아들 키우는 쪽은 그렇지 못해요. 몸이 지치니까 말도 무뚝뚝하게 단답식으로 할 때가 많죠.”
엄마 마음 진짜 몰라주는 아들
목소리 큰 엄마도 여자인지라 “남자 같다”는 아들의 말은 상처가 됐다. “아들을 키우다 보니 여성스러운 면이 자꾸 사라진다”는 임씨는 “요즘엔 딸 가진 엄마가 많이 부럽다”고 말했다.
“딸은요, 엄마랑 잘 통하잖아요. 그런데 남자애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아이가 커가면서 더 어려워지네요.”
일곱 살 아들과 네 살 딸을 키우는 김나영(43) 씨도 아들 키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큰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진 남자아이여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산만한 아들과 달리 또래 여자아이들이 차분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을 보고 ‘남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학업에서 남녀 차이가 확연히 나요.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은 쓰기 숙제를 너무나 싫어해 10분이면 끝날 일이 한 시간 걸려요. 숙제할 때가 되면 일부러라도 화장실에 다녀오고, 물도 마시고, 엉뚱한 질문도 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져요.”
많은 ‘아들 둔 엄마’는 아들을 기르면서 충분히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고은숙(30) 씨 역시 벌써 이 같은 고민이 시작됐다. “딸처럼 아기자기하게 키우고 싶어서 여성스러운 옷을 사 입히고 머리에 핀을 찔러준 적도 있다”는 고씨는 “딸은 크면 엄마랑 친구가 되지만 아들은 클수록 엄마랑 멀어진다는 얘길 자주 듣다 보니 아이가 아들이란 사실이 가끔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마 닮은’ 여성스러운 아들도 부모에겐 걱정거리다. 여섯 살짜리 아들에 대해 “또래 남자아이들과 비교해 부끄러움이 많고 마음도 여린 것 같다”고 말하는 한 주부는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아들이 예쁘지만 한편으론 나중에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지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사회 각층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요즘의 상황도 아들 둔 부모에게는 걱정거리다. 학교에서도 공부와 각종 과외 활동은 물론 학생회 활동에서도 여학생이 남학생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실력의 여학생, 이른바 ‘알파걸’이 부각되면서 ‘베타보이’라는 말도 생겼다.
남아선호에서 여아선호로 급속히 바뀐 사회풍조는 “아들은 사춘기 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에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같은 유머까지 만들었다.
김은성(35) 씨는 아들 3형제를 두었다. 큰애는 여덟 살, 둘째는 다섯 살, 막내는 아직 돌도 되지 않았다. 그는 “막내가 태어났을 때 주변에서 축하인사를 건네기보단 걱정 어린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은 옛날에 태어났으면 호강했을 거라며 위로하시더군요. 친정어머니가 특히 슬퍼하셨어요. 노후에 외로울 거라고.”
딸보다 상대적으로 발달 늦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들만 있는 엄마는 우울증이나 쇼핑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근거 없는’ 풍문도 돈다. 아들 키우기의 어려움은 아들 둔 부모를 타깃으로 한 교육서의 인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출간한 교육서 중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마츠나가 노부후미, 21세기북스)의 경우 현재까지 30만 부 넘게 팔렸다. 비슷한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동일한 저자의 딸 교육법 관련 서적의 두 배에 달한다. 2009년 출간한 ‘남자아이 심리백과’(마이클 거리언, 살림) 역시 꾸준히 판매돼 지난해에는 교육서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지난해 ‘아들을 공부하라’ ‘아들은 아빠가 키워라’ 등 두 권의 아들 교육 관련 서적을 기획한 글담출판사의 이경숙 편집자는 “외자녀 가정이 늘고 비교와 경쟁도 심해졌는데, 아들은 딸보다 상대적으로 발달이 느린 데다 교육 체계도 딸에게 유리한 탓에 아들 둔 부모가 느끼는 좌절감이 큰 편”이라며 아들 교육서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아들 교육서가 전 세계적인 여풍 현상을 ‘위기’로 인식하고, 아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21세기북스 조유진 편집자는 “부모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아들 키우기가 녹록지 않다”면서 “주로 양육을 맡은 사람이 동성인 아빠가 아닌 이성인 엄마다 보니 아들 교육법이 (딸 교육법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체계는 아들에게 불리?
사실 아들 교육서의 인기는 근래 뇌과학 혹은 진화심리학의 발달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는 행동, 인지, 가치관, 선호도에서 남녀 간의 성차가 성적 사회화의 결과라기보다는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에 더 힘을 실어준다. 정신과 전문의인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아들과 딸이 다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행동장애에 걸릴 확률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 비해 3~5배 정도 높고, 실제 병원 방문자도 7~9배 정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손 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특히 아들 양육에서 아빠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 원장은 “딸보다 아들이 아빠에게 더 영향을 받는다”면서 “아빠는 아들과 몸을 부딪치고 교류하면서 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아들은 아빠를 모델로 삼아 남성의 성역할을 배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교육 체계가 여자아이에게 유리한 탓에 아들 키우기가 더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 초중고 남녀 교사의 비율은 각각 56%와 44%로 남교사가 많았지만 1997년을 기점으로 여교사가 남교사를 앞질렀고 2009년 현재 여교사의 비율은 65%가 넘는다. 2010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75.1%며 남교사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학교도 전국적으로 270여 군데가 된다. 더불어 교사의 강의가 주를 이루는 학교의 교육방식은 듣기 능력이 뛰어난 여자아이에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교육학계에서는 딸과 아들에 맞게, 성별을 나눠 차별적인 양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20~30년 전만 해도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사회 심리적 요구와 반응은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성별에 구애하지 말고 똑같이 키우라는 아동 양육법이 대세였다”면서 “최근에는 성별에 따라 성장발달 속도나 지향성, 예민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성별에 맞는 양육철학과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미국에서 ‘아들 양육 방법’이 새롭게 관심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들 의사소통 능력 키우기 중요
문 교수는 “통계에 따르면 남자아이가 비행을 저지를 확률이 또래 여자아이에 비해 5배 이상이 높고, 학교 폭력의 60% 이상이 남학생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면서 “남자와 여자의 행동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남자 쪽이 언제나 불량스러워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생물학적 차이에 더해 이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환경, 이른바 ‘잠재적 교육’과정이 남자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딸은 겁을 먹거나 우는 것이 용인되지만 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또 총을 가지고 노는 여자아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형을 가지고 노는 남자아이는 이상하게 받아들입니다. 여자아이는 어떤 행동을 해도 자주 칭찬을 받는 반면, 남자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평가 먼저 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만큼 상처도 큽니다.”
문 교수는 “상처를 입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건 남자아이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아들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세상이 요구하는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상처 입은’ 아들을 보듬고 이해하는 것은 부모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아들 키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다.
주부 임지연(38) 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이 던진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열 살, 여섯 살짜리 아들 둘을 키운다. 지난 10년간 아이들과 종일 “몸으로 부딪치며” 지내왔다. 매일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소리도 변했다.
“딸 키우는 엄마와 아들 키우는 엄마는 목소리 톤이 달라요. 딸 키우는 엄마는 상냥하고 사근사근하게 말하지만 아들 키우는 쪽은 그렇지 못해요. 몸이 지치니까 말도 무뚝뚝하게 단답식으로 할 때가 많죠.”
엄마 마음 진짜 몰라주는 아들
목소리 큰 엄마도 여자인지라 “남자 같다”는 아들의 말은 상처가 됐다. “아들을 키우다 보니 여성스러운 면이 자꾸 사라진다”는 임씨는 “요즘엔 딸 가진 엄마가 많이 부럽다”고 말했다.
“딸은요, 엄마랑 잘 통하잖아요. 그런데 남자애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아이가 커가면서 더 어려워지네요.”
일곱 살 아들과 네 살 딸을 키우는 김나영(43) 씨도 아들 키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큰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진 남자아이여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산만한 아들과 달리 또래 여자아이들이 차분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을 보고 ‘남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학업에서 남녀 차이가 확연히 나요.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은 쓰기 숙제를 너무나 싫어해 10분이면 끝날 일이 한 시간 걸려요. 숙제할 때가 되면 일부러라도 화장실에 다녀오고, 물도 마시고, 엉뚱한 질문도 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져요.”
많은 ‘아들 둔 엄마’는 아들을 기르면서 충분히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고은숙(30) 씨 역시 벌써 이 같은 고민이 시작됐다. “딸처럼 아기자기하게 키우고 싶어서 여성스러운 옷을 사 입히고 머리에 핀을 찔러준 적도 있다”는 고씨는 “딸은 크면 엄마랑 친구가 되지만 아들은 클수록 엄마랑 멀어진다는 얘길 자주 듣다 보니 아이가 아들이란 사실이 가끔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마 닮은’ 여성스러운 아들도 부모에겐 걱정거리다. 여섯 살짜리 아들에 대해 “또래 남자아이들과 비교해 부끄러움이 많고 마음도 여린 것 같다”고 말하는 한 주부는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아들이 예쁘지만 한편으론 나중에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지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사회 각층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요즘의 상황도 아들 둔 부모에게는 걱정거리다. 학교에서도 공부와 각종 과외 활동은 물론 학생회 활동에서도 여학생이 남학생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실력의 여학생, 이른바 ‘알파걸’이 부각되면서 ‘베타보이’라는 말도 생겼다.
남아선호에서 여아선호로 급속히 바뀐 사회풍조는 “아들은 사춘기 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에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같은 유머까지 만들었다.
김은성(35) 씨는 아들 3형제를 두었다. 큰애는 여덟 살, 둘째는 다섯 살, 막내는 아직 돌도 되지 않았다. 그는 “막내가 태어났을 때 주변에서 축하인사를 건네기보단 걱정 어린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은 옛날에 태어났으면 호강했을 거라며 위로하시더군요. 친정어머니가 특히 슬퍼하셨어요. 노후에 외로울 거라고.”
딸보다 상대적으로 발달 늦어
남자아이의 파란색 선호는 타고난 것일까, 강요된 것일까. 사진작가 윤정미 작품.
2007년 출간한 교육서 중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마츠나가 노부후미, 21세기북스)의 경우 현재까지 30만 부 넘게 팔렸다. 비슷한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동일한 저자의 딸 교육법 관련 서적의 두 배에 달한다. 2009년 출간한 ‘남자아이 심리백과’(마이클 거리언, 살림) 역시 꾸준히 판매돼 지난해에는 교육서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지난해 ‘아들을 공부하라’ ‘아들은 아빠가 키워라’ 등 두 권의 아들 교육 관련 서적을 기획한 글담출판사의 이경숙 편집자는 “외자녀 가정이 늘고 비교와 경쟁도 심해졌는데, 아들은 딸보다 상대적으로 발달이 느린 데다 교육 체계도 딸에게 유리한 탓에 아들 둔 부모가 느끼는 좌절감이 큰 편”이라며 아들 교육서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아들 교육서가 전 세계적인 여풍 현상을 ‘위기’로 인식하고, 아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21세기북스 조유진 편집자는 “부모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아들 키우기가 녹록지 않다”면서 “주로 양육을 맡은 사람이 동성인 아빠가 아닌 이성인 엄마다 보니 아들 교육법이 (딸 교육법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체계는 아들에게 불리?
사실 아들 교육서의 인기는 근래 뇌과학 혹은 진화심리학의 발달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는 행동, 인지, 가치관, 선호도에서 남녀 간의 성차가 성적 사회화의 결과라기보다는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에 더 힘을 실어준다. 정신과 전문의인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아들과 딸이 다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행동장애에 걸릴 확률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 비해 3~5배 정도 높고, 실제 병원 방문자도 7~9배 정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손 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특히 아들 양육에서 아빠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 원장은 “딸보다 아들이 아빠에게 더 영향을 받는다”면서 “아빠는 아들과 몸을 부딪치고 교류하면서 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아들은 아빠를 모델로 삼아 남성의 성역할을 배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교육 체계가 여자아이에게 유리한 탓에 아들 키우기가 더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 초중고 남녀 교사의 비율은 각각 56%와 44%로 남교사가 많았지만 1997년을 기점으로 여교사가 남교사를 앞질렀고 2009년 현재 여교사의 비율은 65%가 넘는다. 2010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75.1%며 남교사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학교도 전국적으로 270여 군데가 된다. 더불어 교사의 강의가 주를 이루는 학교의 교육방식은 듣기 능력이 뛰어난 여자아이에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교육학계에서는 딸과 아들에 맞게, 성별을 나눠 차별적인 양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20~30년 전만 해도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사회 심리적 요구와 반응은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성별에 구애하지 말고 똑같이 키우라는 아동 양육법이 대세였다”면서 “최근에는 성별에 따라 성장발달 속도나 지향성, 예민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성별에 맞는 양육철학과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미국에서 ‘아들 양육 방법’이 새롭게 관심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들 의사소통 능력 키우기 중요
문 교수는 “통계에 따르면 남자아이가 비행을 저지를 확률이 또래 여자아이에 비해 5배 이상이 높고, 학교 폭력의 60% 이상이 남학생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면서 “남자와 여자의 행동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남자 쪽이 언제나 불량스러워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생물학적 차이에 더해 이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환경, 이른바 ‘잠재적 교육’과정이 남자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딸은 겁을 먹거나 우는 것이 용인되지만 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또 총을 가지고 노는 여자아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형을 가지고 노는 남자아이는 이상하게 받아들입니다. 여자아이는 어떤 행동을 해도 자주 칭찬을 받는 반면, 남자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평가 먼저 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만큼 상처도 큽니다.”
문 교수는 “상처를 입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건 남자아이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아들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세상이 요구하는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상처 입은’ 아들을 보듬고 이해하는 것은 부모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아들 키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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