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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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열외부터 열외해야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7-11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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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앞으로 OO상병은 고참 대우하지 않아도 된다.”

    2001년 5월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받아 정신없이 지낼 때였습니다. ‘하느님보다 계급이 두 단계 높다’는 병장이 이등병, 일등병 전원을 집합시켰습니다.

    OO상병은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소위 ‘고문관’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챙겨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훈련을 나갈 때도, 회식을 할 때도 그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었습니다. 그가 휴가를 나가기라도 하면 “어휴 그 자식 상판대기 안 봐서 속이 다 시원하다”는 원색적인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습니다.

    군대를 계급사회라고 합니다. 사회에서 만나면 한주먹도 안 될 거 같은 녀석도 나보다 군 생활을 빨리 시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급자 대우를 해줘야 하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이런 군대에서 가장 큰 죄가 바로 항명죄입니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군인이기에 어떤 조직보다 상급자의 영(令)이 중요합니다. 그런 군대에서 자신의 권위는 상급자가 이를 인정하고, 하급자가 군소리 없이 따를 때 유지됩니다.



    기수열외부터 열외해야
    그렇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벌이 바로 ‘기수열외’입니다. 기수열외란 눈 밖에 난 특정 병사에 대해 후임자가 선임 대접을 해주지 않거나 선임이 후임을 인정해주지 않는 일종의 집단 따돌림입니다. OO상병은 후임병이 들어올 때마다 기수열외를 당했던 것입니다. 참다못한 OO상병은 결국 스스로 손목을 긋는 자해행위를 하다가 다른 부대로 전출됐습니다. 몇몇 고참은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최근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에서 ‘기수열외’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기자가 군을 제대한 지 십여 년이 다 됐지만 악습은 여전한가 봅니다. 군대에 사회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댈 수는 없지만, 진정한 강군을 만들려면 이런 악습부터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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