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차동민 서울고검장.
다음 총장이 집권 말기 사정기관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청와대는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정권 말에 터지곤 하는 권력형 비리나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현 정권에서도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정부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파동으로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점도 고려했겠지만 대외 사항을 더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차기 총장 임기가 다음 정권인 2013년 8월까지 이어지는 만큼 이 대통령 퇴임 이후도 감안해 후임 총장을 뽑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재산 및 대출 관계, 납세 현황 등 여러 사항을 검토한 끝에 차동민 고검장, 한상대 지검장, 박용석(56·13기) 대검 차장과 노환균(54·14기) 대구고검장을 후임 총장 1차 물망에 올렸다. 하지만 김준규 총장의 사퇴와 맞물려 이귀남 법무부 장관 교체설이 대두되면서 차 고검장과 한 지검장으로 압축됐다. 이 법무부 장관도 7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소년원 출원 성공인사 다큐멘터리’(법무부 제작) 시사회장에서 “한 지검장은 대학 선후배 사이고, 차 고검장은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서 두 사람이 유력한 총장 후보임을 인정했다.
늦어도 7월 20일 이전에 지명
차 고검장은 경기 평택 출신으로 인천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3부 부장검사,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낸 특수통. 200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시절 ‘최규선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 씨를 구속 기소했다. 200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때는 벤처기업 ‘패스21’ 대표 윤태식 로비 의혹 사건 등을 수사했다.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 차장도 거쳤다. 대검 공보관 출신답게 대언론 관계도 무난하다는 평을 듣는다.
차 고검장의 최대 장점은 검찰 내 신망이 두텁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과 임채진 전 검찰총장 사퇴로 수뇌부 공백 사태가 빚어졌을 때 구원투수로 대검 차장에 전격 발탁된 점도 이런 평가를 대변한다. 다만 대검 차장 시절 청와대와 김준규 총장의 중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보성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검찰에서 기획통으로 통하며, 법무부 법무실장과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소탈한 성격으로 후배를 잘 챙기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고검장으로 재직하다 올해 2월 이례적으로 후배 기수인 노환균 고검장 후임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총장 인선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선 지검장 경험이 없는 그에게 전국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을 맡겨 야전 경력을 보완해줬다는 논리다.
장인이 대구 출신의 박정기 국제육상연맹 집행위원인 점도 법조계에서 회자된다. 박 위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한국중공업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지냈고, 이 대통령 지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검장은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핵탈출증(일명 디스크)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 말이 많다. 그러나 한 지검장은 “다쳐서 수술을 받았고 증빙 자료가 충분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박용석 차장은 경북 군위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부산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2월 대검 차장에 임명됐으며, 현재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노환균 고검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 대건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공안통.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그랜저 검사 사건 등으로 야권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올해 2월 임명된 박용석 대검 차장(왼쪽)과 검찰 안팎에서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발표될 때까지 단언할 수 없는 일이지만, 차기 총장 구도가 차 고검장과 한 지검장의 2파전으로 압축된 데는 후임 법무부 장관 임명이 고려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권재진 민정수석(10기·경북)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권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검찰총장은 지역 안배 차원에서 비TK(대구·경북) 출신 중 한 명을 뽑을 공산이 크다.
후임 법무부 장관 지명도 고려
박 차장은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권 수석의 고교 1년 후배라는 점이 반영돼 후보군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 고검장은 다른 후보보다 기수가 낮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노 고검장은 기수가 낮아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차 고검장이, 법무부 장관은 권 수석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두 사람을 상대로 한 청문회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도 “이 대통령 처지에선 지연이나 학연으로 얽히지 않은 차 고검장이 껄끄러울 수 있지만 검찰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그를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