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는 741호 커버스토리 ‘마약류에 바친 그녀들의 몸매’(2010년 6월 22일자)를 통해 다이어트 전문 클리닉인 서울 중구 B병원의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약품) 남용 처방과 의약법 위반 현장을 고발했다.
이 병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4주 이상 처방하지 않도록 권고한 향정약품 펜타씬을 12주 이상 처방하고 다이어트와 관련 없는 감기약, 혈압약 등을 펜타씬과 병용 처방했으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석 달치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다. 심지어 의사의 진찰 없이 무면허 간호사가 불법으로 처방전을 발급하기도 했다.
주간동아는 6월 중순 관할보건소에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과 기사 등 증거자료를 제공했고, 중구보건소는 B병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만 용서해달라. 새로운 삶을 살겠다. 만약 자격정지를 당하면 병원이 문을 닫아 현재 임신 중인 부원장과 간호조무원까지 직업을 잃게 된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다섯 달이 흘러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키 165㎝에 몸무게 53㎏인 대학생 김모 씨는 11월 첫째 주, 이 병원에서 체지방 검사를 받았는데 체질량지수 BMI가 19.4로 표준체중보다 4.2㎏ 덜 나가는 것으로 나왔다. 즉, 의학적으로는 더 뺄 살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한눈에도 마른 체격이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B병원 측은 다이어트약이라며 두 달치 향정약품을 처방했다.
한 달 처방전으로 몇 달치 약 지어줘
김씨에 따르면 B병원 의사는 “몇 개월분 약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이번 달 말 유학을 가니 최소한 두 달치 약을 달라”고 말했다. 의사는 “식약청 권고가 있어서 원래는 그렇게 처방할 수 없다. 일단 처방전은 한 달분만 쓰고 약국과 협의해 두 달치 약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김씨가 받아온 처방전과 지난 6월 기자가 받은 처방전을 비교하니, 펜타씬을 비롯해 처방된 의약품 성분은 모두 같으나 1회 투약량이 2배나 많았다. 그런데 약국에서는 28일용 처방전 한 장으로 56일치 약을 지어줬다. 기존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불법 처방전을 여러 장 발급했지만, 이제는 한 사람 처방전에 약을 과다 처방해 여러 달치로 나누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김씨는 “대기실에서 보니 손님들이 카운터에 와서 이름만 대고 ‘처방전 주세요’ 하니까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처방전을 내줬다.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위법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본래 의사 진료 없이 간호사가 처방전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의사와 간호사 자격정지 3개월,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범죄다. 지난 6월 주간동아 기사에서도 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왜 B병원은 고발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일까? 관할 중구보건소 의약과장에게 이후 상황을 물었다. 과장에 따르면 중구보건소는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증거로 B병원을 경찰청에 고발했고 중부경찰서 지능팀에서 1차 조사를 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보냈고, 검찰 측은 조사 후 법원에 사건을 송치했다.
10월 초 서울지방법원은 B병원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유죄가 선고되면 자연히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따르지만 B병원이 항소를 해 2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벌금 선고 및 자격정지 처분은 없었다. 기사가 나간 후 지난 5개월 동안 B병원은 처방전을 허위로 발급하는 등 기존 방식대로 영업을 해왔다. 언제 항소심이 재개돼 B병원이 벌금형 및 행정처분을 받게 될지 기약이 없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도 잘못을 시정하지 않은 병원도 문제지만, 위와 같은 불법을 알면서도 바라만 본 관할보건소도 문제다. 이를 지적하자 의약과장은 볼멘소리를 했다.
“보건소 단속직원이 2명뿐이고, 그나마도 병원 측에서 이미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자체 고발을 위한 증거 수집이 힘들 수밖에 없죠.”
국민 건강권보다 의사 처방권이 중요?
더 큰 문제는 향정약품 남용 처방에 대해 여전히 처벌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의사, 약사들에게 향정약품을 “4주 이내만 쓰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의원, 약국이 이를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 식약청 관계자는 “의사에게는 고유의 처방권이 있기 때문에 향정약품 과다 처방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구보건소가 6월에 B병원을 고발했을 때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처방전을 제공한 혐의만 인정됐을 뿐, 향정약품 펜타씬을 12주 이상 처방한 것은 처벌하지 못했다. 향정약품을 장기 투여하면 수면장애, 헛구역질, 불면, 우울증, 각성작용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위와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식약청은 7월 향정 식욕억제제 등 취급업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해 마약법을 위반한 18곳을 고발하는 등 의법 조치하고, 식욕억제제 성분인 펜디메트라진 등 60개의 마약류에 대한 품질 적합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만 거창했지 실체를 살펴보면, 관리 대상인 향정약품을 장부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었던 약국에 취급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였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식약청에서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는 사이 국민들의 건강권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4주 이상 처방하지 않도록 권고한 향정약품 펜타씬을 12주 이상 처방하고 다이어트와 관련 없는 감기약, 혈압약 등을 펜타씬과 병용 처방했으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석 달치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다. 심지어 의사의 진찰 없이 무면허 간호사가 불법으로 처방전을 발급하기도 했다.
주간동아는 6월 중순 관할보건소에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과 기사 등 증거자료를 제공했고, 중구보건소는 B병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만 용서해달라. 새로운 삶을 살겠다. 만약 자격정지를 당하면 병원이 문을 닫아 현재 임신 중인 부원장과 간호조무원까지 직업을 잃게 된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다섯 달이 흘러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키 165㎝에 몸무게 53㎏인 대학생 김모 씨는 11월 첫째 주, 이 병원에서 체지방 검사를 받았는데 체질량지수 BMI가 19.4로 표준체중보다 4.2㎏ 덜 나가는 것으로 나왔다. 즉, 의학적으로는 더 뺄 살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한눈에도 마른 체격이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B병원 측은 다이어트약이라며 두 달치 향정약품을 처방했다.
한 달 처방전으로 몇 달치 약 지어줘
김씨에 따르면 B병원 의사는 “몇 개월분 약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이번 달 말 유학을 가니 최소한 두 달치 약을 달라”고 말했다. 의사는 “식약청 권고가 있어서 원래는 그렇게 처방할 수 없다. 일단 처방전은 한 달분만 쓰고 약국과 협의해 두 달치 약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김씨가 받아온 처방전과 지난 6월 기자가 받은 처방전을 비교하니, 펜타씬을 비롯해 처방된 의약품 성분은 모두 같으나 1회 투약량이 2배나 많았다. 그런데 약국에서는 28일용 처방전 한 장으로 56일치 약을 지어줬다. 기존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불법 처방전을 여러 장 발급했지만, 이제는 한 사람 처방전에 약을 과다 처방해 여러 달치로 나누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김씨는 “대기실에서 보니 손님들이 카운터에 와서 이름만 대고 ‘처방전 주세요’ 하니까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처방전을 내줬다.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위법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본래 의사 진료 없이 간호사가 처방전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의사와 간호사 자격정지 3개월,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범죄다. 지난 6월 주간동아 기사에서도 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왜 B병원은 고발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일까? 관할 중구보건소 의약과장에게 이후 상황을 물었다. 과장에 따르면 중구보건소는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증거로 B병원을 경찰청에 고발했고 중부경찰서 지능팀에서 1차 조사를 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보냈고, 검찰 측은 조사 후 법원에 사건을 송치했다.
10월 초 서울지방법원은 B병원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유죄가 선고되면 자연히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따르지만 B병원이 항소를 해 2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벌금 선고 및 자격정지 처분은 없었다. 기사가 나간 후 지난 5개월 동안 B병원은 처방전을 허위로 발급하는 등 기존 방식대로 영업을 해왔다. 언제 항소심이 재개돼 B병원이 벌금형 및 행정처분을 받게 될지 기약이 없다.
B병원에서 받은 처방전 한 장으로, 한 손에 쥐기도 벅찬 두 달치 약을 받았다.
“보건소 단속직원이 2명뿐이고, 그나마도 병원 측에서 이미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자체 고발을 위한 증거 수집이 힘들 수밖에 없죠.”
국민 건강권보다 의사 처방권이 중요?
더 큰 문제는 향정약품 남용 처방에 대해 여전히 처벌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의사, 약사들에게 향정약품을 “4주 이내만 쓰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의원, 약국이 이를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 식약청 관계자는 “의사에게는 고유의 처방권이 있기 때문에 향정약품 과다 처방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구보건소가 6월에 B병원을 고발했을 때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처방전을 제공한 혐의만 인정됐을 뿐, 향정약품 펜타씬을 12주 이상 처방한 것은 처벌하지 못했다. 향정약품을 장기 투여하면 수면장애, 헛구역질, 불면, 우울증, 각성작용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위와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식약청은 7월 향정 식욕억제제 등 취급업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해 마약법을 위반한 18곳을 고발하는 등 의법 조치하고, 식욕억제제 성분인 펜디메트라진 등 60개의 마약류에 대한 품질 적합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만 거창했지 실체를 살펴보면, 관리 대상인 향정약품을 장부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었던 약국에 취급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였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식약청에서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는 사이 국민들의 건강권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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