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에서 임원을 영입할 때의 일이다. 정부 산하 정책연구기관 임원이었던 A씨가 최종면접에 올랐다. 그는 학벌이 좋았고 방송이나 신문에 자주 등장해 지명도도 꽤 높았다. 그런데 A씨가 재직했던 연구기관의 직원들에게 평판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그가 지나치게 외부 활동에만 치중해 업무에 소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부하 직원들의 연구성과물을 자신의 것으로 도용한 일까지 알려져 도덕성 문제로 채용이 무산됐다.
반면 별다른 ‘스펙’이 없는 B부장이 굴지의 외국계 석유화학회사 팀장으로 뽑힌 건 바로 평판조회 덕분이었다. 다른 후보자들이 갖춘 외국 명문대 경영학 석사(MBA)도, 외국계 회사에서의 화려한 경력도 없었지만, 평판조회 과정에서 동료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다. 특히 B부장과 함께 일하다 회사를 차려 독립한 한 임원이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기회가 닿으면 내가 데려다 쓰려고 했다”고 칭찬한 게 전세를 역전시켰다.
최근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평판조회(reference check)’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평판조회는 경력직을 영입할 때 최종 단계에서 후보자의 학력이나 경력이 맞는지, 조직적응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지, 도덕적 문제가 없는지 따위를 전 직장동료나 상사 등에게 확인하는 작업. 한 조사에 따르면 경력자 채용 때 평판조회를 하는 기업이 45%에 이른다. 헤드헌팅 업체 HR코리아가 최근 276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평판조회는 면접 다음으로 중요한 채용 도구로 자리 잡고 있고, 특히 재무·회계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그래프 참고).
재무·회계에서 많이 활용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는 9월 1일 평판조회 전문 서비스인 ‘커리어체크’(www.careercheck.kr)를 시작했다. 학력이나 경력 사항에 거짓이 없는지, 과거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퇴사 이유 등을 알아보는 퇴직자 인터뷰, 채용하려는 인재가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낼지 예측하는 모의평가 등 다양한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리어케어 신현만 사장은 “평판조회 의뢰 건수가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7~9월에는 임원급 경력자만 80명의 평판조회를 진행했다. 이처럼 평판조회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커리어체크의 평판조회 서비스는 전문 컨설턴트가 채용 대상자의 주변 인물들에게 업무능력과 리더십 역량, 사회성, 인성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통 채용 후보자의 동의를 받는다. 주로 전화나 e메일 등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지만 간혹 관계자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 컨설턴트가 내용의 진위를 판단하고 가장 나쁜 답변과 좋은 답변 2개를 뺀 후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비용은 한 사람당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선으로 고가인 편.
커리어케어처럼 별도의 서비스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대다수 헤드헌팅 업체도 경력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평판조회를 병행한다. 보통 평판조회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상사의 견해.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중요시하면서 상사뿐 아니라 동료, 부하 직원의 의견도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사 등 업무에 관련된 인물에게 평판조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의견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평판조회가 일반화돼 있고, 평판조회 인터뷰에 참여하는 사람도 자신의 답변이 인재 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료, 특히 같이 일했던 부하 직원을 평가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정서가 있어 평판조회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평판조회가 많아지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람이 늘면서 성실히 답변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평판조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은 무엇일까.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들은 “업무 능력보다는 태도, 즉 조직 융화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도덕성과 일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실제로 평판조회를 통해 입사가 취소된 사례를 살펴보면 △실적은 좋았으나 조직 관리를 제대로 못해 누구도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고 △담당 부서에서 유난히 퇴사자가 많이 발생했으며 △학력 및 경력, 휴직과 퇴사 사유 등을 위조하고 △횡령 등 금전 문제를 일으켰으며 △불륜이나 성희롱 문제가 발각된 경우가 많다. 다음은 신현만 사장의 설명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지사에 있었는데 본사에 있었다’ ‘건강상 이유로 그만뒀다고 했는데 실은 저성과로 인한 권고사직이었다’ 등 교묘히 경력을 속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구직자들도 이렇게 조금씩 거짓말하는 걸 당연하다 여기죠. 그런데 회사가 이런 거짓 행렬에 동참한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횡령사고가 나면 회사는 ‘조용히 덮을 테니 당사자만 나가라’는 식으로 해결합니다. 밖으로 알려지면 회사 역시 골치 아프니까요. 그러면 당사자는 경력상 일반 사직을 한 게 되니 아무런 제한 없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겁니다. 이런 사항은 평판조회 아니면 알아낼 수 없죠.”
나쁜 평판은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야
이처럼 평판조회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직장인은 어떻게 자신의 평판을 관리해야 할까. 평소 업무에 대한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동료 및 업무에 관계된 사람들과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고 특별히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직을 고려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평판을 해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대부분 평판조회는 당사자 동의를 받아 진행하며 직접 추천인의 명단을 받기도 한다. 이때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일처리 방식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상사나 동료를 미리 섭외해놓는 게 좋다. HR코리아 최경숙 전무는 “상사나 동료에게 단순히 ‘잘 부탁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원하는 바와 일에 대한 가치관 등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자신에 대한 나쁜 평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 해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거짓 정보나 사소한 잘못이 크게 부풀어 만들어진 나쁜 평판이라면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때 감정을 배제하고 문제를 객관화해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회계부서 출신인 C씨는 전 직장 기획팀 임원인 D씨와 업무상 마찰이 많았다. 이후 C씨는 이직을 시도했고 지원한 기업의 면접까지 마쳤으나, 이 기업이 C씨에 대한 평판조회를 의뢰해 D씨로부터 좋지 않은 평판을 전해 들었다. 입사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C씨는 회사에 소명할 기회를 요청했다. 그는 전 직장 회계부서와 기획팀의 업무구조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시했고, 그의 해명이 받아들여져 성공적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자신에 대한 나쁜 평판이 있다고 해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해결책도 나온다. 최 전무는 “나쁜 평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기록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별다른 ‘스펙’이 없는 B부장이 굴지의 외국계 석유화학회사 팀장으로 뽑힌 건 바로 평판조회 덕분이었다. 다른 후보자들이 갖춘 외국 명문대 경영학 석사(MBA)도, 외국계 회사에서의 화려한 경력도 없었지만, 평판조회 과정에서 동료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다. 특히 B부장과 함께 일하다 회사를 차려 독립한 한 임원이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기회가 닿으면 내가 데려다 쓰려고 했다”고 칭찬한 게 전세를 역전시켰다.
최근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평판조회(reference check)’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평판조회는 경력직을 영입할 때 최종 단계에서 후보자의 학력이나 경력이 맞는지, 조직적응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지, 도덕적 문제가 없는지 따위를 전 직장동료나 상사 등에게 확인하는 작업. 한 조사에 따르면 경력자 채용 때 평판조회를 하는 기업이 45%에 이른다. 헤드헌팅 업체 HR코리아가 최근 276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평판조회는 면접 다음으로 중요한 채용 도구로 자리 잡고 있고, 특히 재무·회계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그래프 참고).
재무·회계에서 많이 활용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는 9월 1일 평판조회 전문 서비스인 ‘커리어체크’(www.careercheck.kr)를 시작했다. 학력이나 경력 사항에 거짓이 없는지, 과거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퇴사 이유 등을 알아보는 퇴직자 인터뷰, 채용하려는 인재가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낼지 예측하는 모의평가 등 다양한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리어케어 신현만 사장은 “평판조회 의뢰 건수가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7~9월에는 임원급 경력자만 80명의 평판조회를 진행했다. 이처럼 평판조회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커리어체크의 평판조회 서비스는 전문 컨설턴트가 채용 대상자의 주변 인물들에게 업무능력과 리더십 역량, 사회성, 인성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통 채용 후보자의 동의를 받는다. 주로 전화나 e메일 등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지만 간혹 관계자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 컨설턴트가 내용의 진위를 판단하고 가장 나쁜 답변과 좋은 답변 2개를 뺀 후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비용은 한 사람당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선으로 고가인 편.
커리어케어처럼 별도의 서비스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대다수 헤드헌팅 업체도 경력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평판조회를 병행한다. 보통 평판조회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상사의 견해.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중요시하면서 상사뿐 아니라 동료, 부하 직원의 의견도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사 등 업무에 관련된 인물에게 평판조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의견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평판조회가 일반화돼 있고, 평판조회 인터뷰에 참여하는 사람도 자신의 답변이 인재 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료, 특히 같이 일했던 부하 직원을 평가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정서가 있어 평판조회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평판조회가 많아지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람이 늘면서 성실히 답변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평판조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은 무엇일까.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들은 “업무 능력보다는 태도, 즉 조직 융화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도덕성과 일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실제로 평판조회를 통해 입사가 취소된 사례를 살펴보면 △실적은 좋았으나 조직 관리를 제대로 못해 누구도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고 △담당 부서에서 유난히 퇴사자가 많이 발생했으며 △학력 및 경력, 휴직과 퇴사 사유 등을 위조하고 △횡령 등 금전 문제를 일으켰으며 △불륜이나 성희롱 문제가 발각된 경우가 많다. 다음은 신현만 사장의 설명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지사에 있었는데 본사에 있었다’ ‘건강상 이유로 그만뒀다고 했는데 실은 저성과로 인한 권고사직이었다’ 등 교묘히 경력을 속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구직자들도 이렇게 조금씩 거짓말하는 걸 당연하다 여기죠. 그런데 회사가 이런 거짓 행렬에 동참한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횡령사고가 나면 회사는 ‘조용히 덮을 테니 당사자만 나가라’는 식으로 해결합니다. 밖으로 알려지면 회사 역시 골치 아프니까요. 그러면 당사자는 경력상 일반 사직을 한 게 되니 아무런 제한 없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겁니다. 이런 사항은 평판조회 아니면 알아낼 수 없죠.”
나쁜 평판은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야
이처럼 평판조회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직장인은 어떻게 자신의 평판을 관리해야 할까. 평소 업무에 대한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동료 및 업무에 관계된 사람들과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고 특별히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직을 고려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평판을 해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대부분 평판조회는 당사자 동의를 받아 진행하며 직접 추천인의 명단을 받기도 한다. 이때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일처리 방식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상사나 동료를 미리 섭외해놓는 게 좋다. HR코리아 최경숙 전무는 “상사나 동료에게 단순히 ‘잘 부탁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원하는 바와 일에 대한 가치관 등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자신에 대한 나쁜 평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 해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거짓 정보나 사소한 잘못이 크게 부풀어 만들어진 나쁜 평판이라면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때 감정을 배제하고 문제를 객관화해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회계부서 출신인 C씨는 전 직장 기획팀 임원인 D씨와 업무상 마찰이 많았다. 이후 C씨는 이직을 시도했고 지원한 기업의 면접까지 마쳤으나, 이 기업이 C씨에 대한 평판조회를 의뢰해 D씨로부터 좋지 않은 평판을 전해 들었다. 입사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C씨는 회사에 소명할 기회를 요청했다. 그는 전 직장 회계부서와 기획팀의 업무구조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시했고, 그의 해명이 받아들여져 성공적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자신에 대한 나쁜 평판이 있다고 해서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해결책도 나온다. 최 전무는 “나쁜 평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기록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