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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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숨소리와 땀방울 거실에서 생생하게

사상 첫 월드컵 3D 중계 … 방송사·TV 제조사 주도권 잡기 경쟁 치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5-31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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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숨소리와 땀방울 거실에서 생생하게
    2010 남아공월드컵 B조인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조별예선 경기. 박주영의 깊은 태클에 아르헨티나 선수가 넘어진다. 심판의 휘슬과 함께 프리킥이 주어진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상대 프리킥을 방해하기 위해 벽을 쌓는다. 가슴 졸이며 경기를 보는 브라운관 밖의 시청자. 박지성과 이청용은 그를 향해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들과 벽을 만든 시청자는 공이 다가오자 선수들과 함께 껑충 뛰어오른다. 날아가는 공, 등을 돌려 달려가는 선수들. 그리고 ‘3D 입체영상으로 진짜에 더 다가서다’라는 광고 카피가 이어진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광고의 한 장면이다.

    남아공월드컵 25경기 3D로 생중계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 28억 달러 수입이라는 전무후무한 흥행성적을 남기면서 한순간에 영화계의 화두는 3D(3차원)가 됐다. 3D는 기존의 2D(2차원) 모노 영상에 깊이(depth) 정보를 부가해 시청자로 하여금 생동감 있는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바타 이후 ‘타이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할리우드 대작이 앞다퉈 3D 영화를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도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국내 최초로 3D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밝히는 등 3D 영화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5월 13일 ‘서울디지털포럼 2010’에서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의 성공으로 3D가 대세임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비단 영화계뿐 아니라 방송계도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3D 방송에 대한 일반인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장윤정(26) 씨는 얼마 전 TV를 3D TV로 바꿨다. 장씨는 “2002 한일월드컵처럼 직접 경기장 분위기를 느낄 수 없지만 3D 방송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고 전했다. 장씨의 말처럼 3D 방송은 생생한 현장감이 강점이다. 남아공에서 수만km 떨어진 한국에서도 마치 경기장에 있는 듯 선수들의 땀냄새와 숨결까지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남아공월드컵은 3D TV 방송의 성공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3D로 생중계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영국, 미국, 일본 5개국이다. 3D 방송 콘텐츠 제작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채널인 ESPN. 6월 11일 월드컵 개막전을 시작으로 월드컵을 포함해 미국 프로농구, 대학농구 등 최소 85경기를 3D 영상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3D 전용 방송 카메라와 전송 장비 등이 개당 수백만 달러이다 보니 국내의 3D 영상 콘텐츠 개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D 시험방송을 위해 KBS, SBS, MBC, EBS 등에 지상파 채널 66번의 사용을 허용했다.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SBS는 ESPN이 3D로 제작할 25개 축구경기를 66번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 하지만 이 채널은 서울과 경기 일부 등 수도권 지역으로 제한된다.

    반면 위성방송 채널인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하면 지역에 관계없이 3D 방송을 볼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 김지은 과장은 “지상파(66번)에서 중계하는 3D 실험 송출은 수도권에 제한되지만, 스카이라이프를 이용하면 한반도 전역에서 3D로 중계되는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LG 3D TV 한판승부

    3D 방송을 수신하는 3D TV 시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전운이 감돈다. 세계 3D TV 시장 규모는 2010년 380만 대를 기점으로 2011년 1300만 대, 2012년 2870만 대로 성장하고, 2014년에는 83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ED TV의 성공신화를 3D TV에서도 재현하겠다는 전략이고, LG전자는 ‘이번에도 밀리면 끝이다’라는 각오로 3D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월 25일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Full LED 3D TV’를 출시하며 3D TV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 제품은 1200개의 LED 소자를 화면 전체에 촘촘히 배치, 같은 3D 영상이라도 일반 에지(edge) LED보다 밝게 표현한다. 화면을 초당 480장의 속도로 연속 구현해 영상겹침(Cross-Talk) 현상을 최소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2010년 3D TV 시장을 25% 수준의 점유율로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 권희원 LCD TV 사업부장은 “3D TV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3D 콘텐츠 및 디바이스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세계 3D TV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월 19일 삼성전자는 ‘Full HD 3D LCD TV’ 750 시리즈 46인치와 55인치 2종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번에 나온 제품에는 3D 전용 패널과 독자 개발한 3D 하이퍼리얼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색상, 명암, 움직임 등을 최적의 상태로 제어해 생동감 넘치고 편안한 3D 입체화질을 구현한다. 또한 2D의 일반 영상을 3D 입체영상으로 변환해주는 ‘2D → 3D’ 변환기술이 탑재됐다.

    3D 기술 표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업체들 간의 이합집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5월 24일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소니는 삼성 측에 3D TV LCD 패널 공급량 확대 요청을 비롯해 3D TV 기술표준에서의 연합전선 구축 등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D TV 시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선뜻 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3D TV 가격도 하락 추세다. 하지만 3D 방송과 3D TV가 반짝 인기를 넘어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값비싼 가격 외에도 △눈의 피로감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 △3D 콘텐츠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바타가 3D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남아공월드컵은 3D가 보편화하기 위한 숙제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으로 월드컵 120% 즐기기

    선수 숨소리와 땀방울 거실에서 생생하게
    부득이하게 월드컵을 시청할 수 없다면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자.

    월드컵 2010 국내에서 만든 어플로 개막전까지 남은 시간을 초 단위까지 보여준다. 한국의 평가전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 경기를 문자로 중계한다. 무료.

    월드컵 피버(World Cup Fever) 스카이스포츠, 피파닷컴 등 대표적인 축구 사이트의 월드컵 관련 영문 뉴스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을 열 때마다 자동으로 뉴스가 업데이트된다.

    사우스 아프리카 세이프티 2010 월드컵(South Africa Safety 2010 World Cup) 직접 남아공을 갈 때 유용하다. 현지 경찰과 병원 전화번호는 물론 안전한 여행을 위한 대처 요령과 현금지급기, 음식 등에 관한 일반 정보가 담겨 있다. 가격은 99센트.

    월드컵 응원 현대자동차가 거리응원을 위해 내놓은 어플. 관중이 많이 몰리는 거리응원전에서 친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 찾기’를 비롯해 아이폰 카드섹션, 5박자 응원, 단체 매스게임, 불꽃놀이와 샴페인 터뜨리기 등 총 6개의 응원도구로 이뤄져 있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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