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보다는 분열, 합의보다는 비토. 여의도 정치의 현주소다. 한국 정치가 갈등의 극한에서 서로 대립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정치인들의 이념과 정책 성향이 당별로 얼마나 같고 다를까. 이를 진단하기 위해 ‘주간동아’는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와 공동으로 정당 정치지도부의 이념과 정책 성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6월26~30일 진행된 설문조사는 각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 속하는 4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그중 23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정당별로 한나라당 6명, 자유선진당 5명, 민주당 4명, 창조한국당 1명, 민주노동당 5명, 진보신당 2명이다. 먼저 이념 성향 분석에서는 지도부 자신이 설정한 이념 성향과 지도부가 평가한 각 정당의 이념 성향, 정당 지도부의 이념적 가치에 대한 입장, 지도부가 인식하는 국민의 평균 이념을 조사한 자료를 사용했다. 단, 이 분석에서는 응답자가 1~2명인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은 제외했다.
또한 현재 국회 파행사태에 대한 갈등을 각 정당 지도부의 정책적 입장을 통해 분석해봤다. 개헌, 북핵, 전시작전통제권, 개성공단, 경제 양극화, 미디어관계법 등 현안들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1. 이념 성향]
정당마다 이념 정체성 뚜렷하지만 사안별 합종연횡
(지도부 및 정당의 이념성향) 예외 없이 ‘중도적 위치’ 선호하며 중도층 지지 갈망
정당 지도부에게 자신의 이념 성향을 5점 척도(1-매우 진보, 2-약간 진보, 3-중도, 4-약간 보수, 5-매우 보수)로 표현하게 했다. 그 결과 자유선진당 지도부가 3.5로 가장 보수적이었고, 한나라당이 3.2로 그 뒤를 이었다(표1 참조). 민주당 지도부는 2.25로 중도진보적 성향을 보였으며,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지도부는 1.5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띠었다.
다음으로 정당 지도부에게 각 정당의 평균 이념을 평가하게 했다. 먼저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자신의 이념 성향(3.5)보다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3.32)을 덜 보수적인 것으로 인식했으며, 한나라당(3.48)을 자기 정당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간주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또한 자신들의 이념 성향(3.2)보다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3.07)을 자유선진당보다 중도적 위치에 설정함으로써 이념적 중도층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 이들 두 정당의 지도부는 민주당을 중도진보 정당으로, 민노당을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으로 인식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자신의 이념 성향(2.25)보다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2.3)을 좀더 중도적 위치에 놓았다. 민노당 지도부 역시 자신들의 이념 성향(1.5)보다 소속 정당을 더 중도적 위치에 올려놨다(2.04). 한편 민노당은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을 모두 중도 오른쪽에 위치한 보수정당으로 간주했다.
(지도부가 보는 국민의 이념 성향) 한나라당, 국민과의 이념 거리 가장 가까워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 평균 이념이 중도보다 조금 진보 쪽에 기울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2 참조). 그리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이 국민보다 보수적이라고 인식한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는 자기 정당이 국민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인식했다. 이 같은 인식은 4개 당 모두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함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한편 각 정당 지도부가 인식하는 정당과 국민 이념의 거리는 한나라당이 가장 가깝고 그 다음으로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노당 순으로 나타났다. 민노당 지도부는 국민의 이념 성향이 다른 정당 지도부들에 비해 더 우경화됐다고 보면서 자기 정당과의 거리가 가장 멀다고 인식했다.
(이념적 가치에 대한 정당별 입장) 성장 vs 분배 대립 뚜렷한 반면 다수가 ‘자유시장’ 옹호
‘성장 대(對) 분배’라는 전통적인 가치 대립에서 각 정당 지도부의 이념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표3 참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의 다수가 성장론자인 데 반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 전원은 자신을 분배론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점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 중에서도 분배론자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 대 공평’이라는 가치 대립을 보면 한나라당은 응답자 전원이 효율론자, 민노당은 응답자 전원이 공평론자에 가깝다고 답했다. 한편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의 응답자는 효율론자와 공평론자로 갈려 완화된 차별성을 보였다.
‘개방주의 대 보호주의’라는 이슈에서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은 공히 개방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민노당 지도부는 대부분 반(反)개방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보여줬듯이 세계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쟁점은 양대 정당 사이의 대립 쟁점이 아닌, 누가 더 안정적으로 잘 진전시킬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합의 쟁점이다.
한편 ‘평화 대 안보’ ‘환경 대 개발’ 이슈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평화론자와 환경론자에 가깝다고 밝혀, 이들 이슈에서는 각 정당이 크게 대립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표4 참조). 오히려 같은 정당 내부에서 대립 양상이 드러났는데, 한나라당의 경우 3:2로 평화 대 안보, 환경 대 개발로 의견이 갈렸다.
민노당 지도부 가운데 1명이 자신을 개발론자에 가깝다고 한 것은 좌파 내 탈물질주의와 물질주의 가치의 대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주의적 가치에 가장 적극적인 정당은 민주당이었으며, 안보 우위의 우익적 성향은 자유선진당이 가장 강했다.
전체적으로 보수는 국제주의, 진보는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5 참조). 자유선진당 지도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60%는 자신을 국제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 전원은 민족주의를 택했다. 이는 보수보다 진보에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적 이념 지형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구 사회에서 ‘자유시장 대 정부개입’은 좌-우를 나누는 전통적 이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물론, 민주당까지도 응답자의 다수가 자유시장 옹호론자에 가까워, 이 이슈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큰 이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당 간 이념 구도가 서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념적 가치에 대한 정당별 입장을 물었다(그림1 참조). 성장-국제-개방-안보-개발-효율-시장을 ‘보수’ 항목, 분배-민족-보호-평화-환경-공평-정부를 ‘진보’ 항목으로 했을 때 그 이념 성향은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의 순으로 배열된다.
보수 항목에 대해서는 자유선진당 71.4%, 한나라당 62.9%, 민주당 23.8%, 민노당 7.4%로 선호도의 차이가 컸다. 반면 민노당은 진보 항목에 대해 무려 92.6%나 선택했고 민주당 76.2%, 한나라당 37.1%, 자유선진당 28.6%를 보였다. 주요한 이념적 가치 차원에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순으로 진보-보수의 이념적 배열이 성립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결과라 하겠다.
[2. 정책 성향]
외교안보는 공감대 형성, 미디어관계법·4대강 정비사업은 찬반 극명
정책 성향 조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표면화한 듯한 정당 간 갈등이 그리 심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면 현안의 갈등 폭이 너무 커서 앞으로 정당들이 국회 내에서 정책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먼저 18대보다 17대의 국회 운영이 낫다고 생각하는 정당 지도부 비율이 65.2%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월 국회사무처가 일반의원 1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7대가 낫다’고 생각한 의원 비율인 14.4%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정당 지도부가 현재의 국회운영을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여야 간 갈등은 현실 인식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먼저 대통령의 국정쇄신 방향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체로 옳다고 보는 데 반해, 모든 야당 지도부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 지도부는 갈등 정국 타개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여야가 단기간에 타협을 모색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 여야가 공감하는 사안은 개헌이 시간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개헌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지금은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외교안보 분야는 비교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이양 시기에 대해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지도부의 다수, 그리고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지도부 전원이 2012년에 예정대로 전작권을 이양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양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전체 응답자 중 자유선진당의 1명에 불과했다.
FTA 현안 불거져도 타협 가능성 커
한미 FTA에 관해서도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제외하곤 여야 지도부 사이에 큰 이견이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원안 통과를 기대했으며, 민주당에서도 의회 통과를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FTA가 현안으로 부각돼도 타협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개성공단의 향후 전망도 정당 간 큰 차이가 없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상화할 것으로 예측한다는 응답이 77%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정당별 차이가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도부 중 2명, 자유선진당 지도부 중 3명이 지원을 중단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4명 중 3명이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과 유사한 입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대북지원 사업을 계승하려는 측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상황 전망에 대해 민노당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지도부의 절반 이상은 경제회복의 징후가 있긴 하지만 아직 회복 단계로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경제 양극화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지도부 절반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데 반해, 나머지 정당 지도부는 모두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고 여겼다(그림2 참조). 그리고 양극화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보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미디어관계법과 관련된 갈등은 정당 간 불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그림3 참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국회의 틀 속에서 정당 간 협의를 제시하지만, 다른 야당들은 미디어관계법안의 무조건적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논의했을 때 한나라당의 양보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신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과 관련된 이슈인 안락사 규정, 대체 복무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자유선진당 지도부만이 대체 복무제를 전원 반대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 보호 수준에 대해 한나라당 응답자의 절반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는 데 비해, 야당 지도부는 모두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 정책, 여성권익 보장 수준에 대한 평가에서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다수 야당 지도부들은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극명하게 여야 차이를 보이는 이슈는 4대강 정비사업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여당 지도부들은 전원이 반대했다.
정책들을 분야에 따라 정당별로 표시해보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회문화 분야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경제 영역에서도 다른 정당들에 비해 보수적 성격이 강했다(그림4 참조). 민주당은 외교 및 경제 분야에서 진보 성격이 강했다. 한편 자유선진당은 외교안보나 사회문화에서 한나라당과 유사한 수준의 보수성을 드러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보다 정책적으로 약간 진보적이며, 창조한국당은 외교 분야에서 보수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6월26~30일 진행된 설문조사는 각 정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 속하는 4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그중 23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정당별로 한나라당 6명, 자유선진당 5명, 민주당 4명, 창조한국당 1명, 민주노동당 5명, 진보신당 2명이다. 먼저 이념 성향 분석에서는 지도부 자신이 설정한 이념 성향과 지도부가 평가한 각 정당의 이념 성향, 정당 지도부의 이념적 가치에 대한 입장, 지도부가 인식하는 국민의 평균 이념을 조사한 자료를 사용했다. 단, 이 분석에서는 응답자가 1~2명인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은 제외했다.
또한 현재 국회 파행사태에 대한 갈등을 각 정당 지도부의 정책적 입장을 통해 분석해봤다. 개헌, 북핵, 전시작전통제권, 개성공단, 경제 양극화, 미디어관계법 등 현안들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1. 이념 성향]
정당마다 이념 정체성 뚜렷하지만 사안별 합종연횡
(지도부 및 정당의 이념성향) 예외 없이 ‘중도적 위치’ 선호하며 중도층 지지 갈망
정당 지도부에게 자신의 이념 성향을 5점 척도(1-매우 진보, 2-약간 진보, 3-중도, 4-약간 보수, 5-매우 보수)로 표현하게 했다. 그 결과 자유선진당 지도부가 3.5로 가장 보수적이었고, 한나라당이 3.2로 그 뒤를 이었다(표1 참조). 민주당 지도부는 2.25로 중도진보적 성향을 보였으며,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지도부는 1.5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띠었다.
다음으로 정당 지도부에게 각 정당의 평균 이념을 평가하게 했다. 먼저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자신의 이념 성향(3.5)보다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3.32)을 덜 보수적인 것으로 인식했으며, 한나라당(3.48)을 자기 정당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간주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또한 자신들의 이념 성향(3.2)보다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3.07)을 자유선진당보다 중도적 위치에 설정함으로써 이념적 중도층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 이들 두 정당의 지도부는 민주당을 중도진보 정당으로, 민노당을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으로 인식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자신의 이념 성향(2.25)보다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2.3)을 좀더 중도적 위치에 놓았다. 민노당 지도부 역시 자신들의 이념 성향(1.5)보다 소속 정당을 더 중도적 위치에 올려놨다(2.04). 한편 민노당은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을 모두 중도 오른쪽에 위치한 보수정당으로 간주했다.
(지도부가 보는 국민의 이념 성향) 한나라당, 국민과의 이념 거리 가장 가까워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 평균 이념이 중도보다 조금 진보 쪽에 기울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2 참조). 그리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자기 정당의 평균 이념이 국민보다 보수적이라고 인식한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는 자기 정당이 국민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인식했다. 이 같은 인식은 4개 당 모두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함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한편 각 정당 지도부가 인식하는 정당과 국민 이념의 거리는 한나라당이 가장 가깝고 그 다음으로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노당 순으로 나타났다. 민노당 지도부는 국민의 이념 성향이 다른 정당 지도부들에 비해 더 우경화됐다고 보면서 자기 정당과의 거리가 가장 멀다고 인식했다.
(이념적 가치에 대한 정당별 입장) 성장 vs 분배 대립 뚜렷한 반면 다수가 ‘자유시장’ 옹호
‘성장 대(對) 분배’라는 전통적인 가치 대립에서 각 정당 지도부의 이념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표3 참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의 다수가 성장론자인 데 반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 전원은 자신을 분배론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점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 중에서도 분배론자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 대 공평’이라는 가치 대립을 보면 한나라당은 응답자 전원이 효율론자, 민노당은 응답자 전원이 공평론자에 가깝다고 답했다. 한편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의 응답자는 효율론자와 공평론자로 갈려 완화된 차별성을 보였다.
‘개방주의 대 보호주의’라는 이슈에서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은 공히 개방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민노당 지도부는 대부분 반(反)개방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보여줬듯이 세계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쟁점은 양대 정당 사이의 대립 쟁점이 아닌, 누가 더 안정적으로 잘 진전시킬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합의 쟁점이다.
한편 ‘평화 대 안보’ ‘환경 대 개발’ 이슈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평화론자와 환경론자에 가깝다고 밝혀, 이들 이슈에서는 각 정당이 크게 대립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표4 참조). 오히려 같은 정당 내부에서 대립 양상이 드러났는데, 한나라당의 경우 3:2로 평화 대 안보, 환경 대 개발로 의견이 갈렸다.
민노당 지도부 가운데 1명이 자신을 개발론자에 가깝다고 한 것은 좌파 내 탈물질주의와 물질주의 가치의 대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주의적 가치에 가장 적극적인 정당은 민주당이었으며, 안보 우위의 우익적 성향은 자유선진당이 가장 강했다.
전체적으로 보수는 국제주의, 진보는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5 참조). 자유선진당 지도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60%는 자신을 국제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 전원은 민족주의를 택했다. 이는 보수보다 진보에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적 이념 지형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구 사회에서 ‘자유시장 대 정부개입’은 좌-우를 나누는 전통적 이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물론, 민주당까지도 응답자의 다수가 자유시장 옹호론자에 가까워, 이 이슈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큰 이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당 간 이념 구도가 서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념적 가치에 대한 정당별 입장을 물었다(그림1 참조). 성장-국제-개방-안보-개발-효율-시장을 ‘보수’ 항목, 분배-민족-보호-평화-환경-공평-정부를 ‘진보’ 항목으로 했을 때 그 이념 성향은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의 순으로 배열된다.
보수 항목에 대해서는 자유선진당 71.4%, 한나라당 62.9%, 민주당 23.8%, 민노당 7.4%로 선호도의 차이가 컸다. 반면 민노당은 진보 항목에 대해 무려 92.6%나 선택했고 민주당 76.2%, 한나라당 37.1%, 자유선진당 28.6%를 보였다. 주요한 이념적 가치 차원에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 순으로 진보-보수의 이념적 배열이 성립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결과라 하겠다.
[2. 정책 성향]
외교안보는 공감대 형성, 미디어관계법·4대강 정비사업은 찬반 극명
정책 성향 조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표면화한 듯한 정당 간 갈등이 그리 심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면 현안의 갈등 폭이 너무 커서 앞으로 정당들이 국회 내에서 정책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먼저 18대보다 17대의 국회 운영이 낫다고 생각하는 정당 지도부 비율이 65.2%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월 국회사무처가 일반의원 1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7대가 낫다’고 생각한 의원 비율인 14.4%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정당 지도부가 현재의 국회운영을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여야 간 갈등은 현실 인식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먼저 대통령의 국정쇄신 방향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체로 옳다고 보는 데 반해, 모든 야당 지도부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 지도부는 갈등 정국 타개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여야가 단기간에 타협을 모색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다. 여야가 공감하는 사안은 개헌이 시간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개헌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지금은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외교안보 분야는 비교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이양 시기에 대해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지도부의 다수, 그리고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지도부 전원이 2012년에 예정대로 전작권을 이양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양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전체 응답자 중 자유선진당의 1명에 불과했다.
FTA 현안 불거져도 타협 가능성 커
한미 FTA에 관해서도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제외하곤 여야 지도부 사이에 큰 이견이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원안 통과를 기대했으며, 민주당에서도 의회 통과를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FTA가 현안으로 부각돼도 타협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개성공단의 향후 전망도 정당 간 큰 차이가 없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상화할 것으로 예측한다는 응답이 77%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정당별 차이가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도부 중 2명, 자유선진당 지도부 중 3명이 지원을 중단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4명 중 3명이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과 유사한 입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대북지원 사업을 계승하려는 측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상황 전망에 대해 민노당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당 지도부의 절반 이상은 경제회복의 징후가 있긴 하지만 아직 회복 단계로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경제 양극화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지도부 절반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데 반해, 나머지 정당 지도부는 모두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고 여겼다(그림2 참조). 그리고 양극화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보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미디어관계법과 관련된 갈등은 정당 간 불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그림3 참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지도부는 국회의 틀 속에서 정당 간 협의를 제시하지만, 다른 야당들은 미디어관계법안의 무조건적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논의했을 때 한나라당의 양보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신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과 관련된 이슈인 안락사 규정, 대체 복무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자유선진당 지도부만이 대체 복무제를 전원 반대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 보호 수준에 대해 한나라당 응답자의 절반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는 데 비해, 야당 지도부는 모두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 정책, 여성권익 보장 수준에 대한 평가에서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다수 야당 지도부들은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극명하게 여야 차이를 보이는 이슈는 4대강 정비사업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여당 지도부들은 전원이 반대했다.
정책들을 분야에 따라 정당별로 표시해보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회문화 분야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경제 영역에서도 다른 정당들에 비해 보수적 성격이 강했다(그림4 참조). 민주당은 외교 및 경제 분야에서 진보 성격이 강했다. 한편 자유선진당은 외교안보나 사회문화에서 한나라당과 유사한 수준의 보수성을 드러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보다 정책적으로 약간 진보적이며, 창조한국당은 외교 분야에서 보수성이 강하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