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납치 살해된 예슬, 혜진 양.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데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민생침해범죄 소탕 60일 계획, 분야별 평가기준 및 특별승진 추진계획’ 문건의 ‘실종자 수사 평가배점’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실종자를 발견해 수배를 해제시키면 2~60점을 주게 되는데, 그 실종자 대상이 14세 미만의 아동(초등학생과 영·유아)과 미(未)귀가 여성(14세 이상 여성)뿐이다. 14세 이상 남자 청소년과 성인은 아예 배점 기준에서 빠져 있는 것. 또한 요즘 연쇄살인과 성폭행 사건의 주요 피해자가 되는 여자 청소년과 여자 성인 실종자, 즉 미귀가 여성을 찾아내도 최하 점수인 2점만 주게 돼 있다(여자 청소년 실종자 발견의 경우 ‘언론에 보도되면 3~5점의 가점을 준다’).
이는 청소년 및 성인 실종자들이 사고나 범죄로 희생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이 실종사건의 경우 경찰의 초동수사 의지가 사건해결의 관건이 되는 관례에 비춰볼 때 경찰이 지난해 발생한 ‘예슬, 혜진’양 사건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 실종자 중에는 지체장애인이 많아 편중 수사의 우려도 나온다.
형사들 “실종자는 다 마찬가지인데…”
14세 미만 실종자에 대한 수사실적 배점에도 문제가 많다. 2000년 말 이전 실종자에는 60점, 2001~2005년 실종자에는 40점, 2006~2008년 12월 실종자에는 10점 등 높은 점수를 배정한 반면, 2009년 1월1일 이후 실종자에는 최하 점수인 2점을 배정했다. 이와 관련해 각 경찰서 실종사건 전담수사팀 형사들의 입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범죄형 실종사건 해결의 열쇠가 기민한 초동수사라는 사실을 경찰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실종자가 초등학생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점수 배정 체계라면 오래 묵은 아동 실종사건에만 매달리지, 최근 발생한 청소년 및 성인 실종사건에 누가 열의를 보이겠나. 남자 실종자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일선 경찰이 오래 묵은 초등학생 및 영·유아 실종사건에만 골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범죄형 실종사건(살인, 강도, 성폭력 등)의 경우 실종자의 사망 여부에 관계없이 발견 점수와 더불어 범죄해결 점수(6~30점)가 주어지기 때문. 또한 묵은 실종사건은 수사를 하다 도저히 찾을 수 없거나 범죄 혐의가 없어 ‘내사종결’할 때도 1점을 주도록 배정해놓았다. 부실 수사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이 평가 기준을 만든 경찰청 폭력계 관계자는 “청소년 및 성인 실종사건의 경우 범죄와의 연관성이 적어 배점이 낮다. 특히 성인 남자는 자발적 가출이 많다. (특별 기간과 비교해) 점수는 전체적으로 낮지만 이런 기준은 평소에도 똑같다. 최근에 발생한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오래된 실종사건은 이렇게 인센티브를 마련해놓지 않으면 집중적인 수사가 어렵다. 내사종결 실종사건은 추후 꼼꼼히 검토하기 때문에 부실 수사 우려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문제는 포상이나 특진이 아니라 실종사건 수사에 대한 경찰의 전문성과 의지다. 실제로 이번 소탕 기간에 묵은 실종사건을 해결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