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감기나 독감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상당수가 각종 검사를 거친 뒤 천식이나 비염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천식을 감기로 오진해 환자가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면 급성 천식 발작, 두드러기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천식은 염증으로 인한 만성 호흡기 질환의 총칭. 숨쉴 때 들어오는 자극물질(알레르겐)에 대한 기관지의 과민반응으로 기관지를 비롯한 기도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염증은 기관지를 부어오르게 해 공간을 좁게 한다. 천식 환자가 대부분 천명(쌕쌕거리는 호흡음)을 동반한 기침과 발작적 호흡곤란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작의 강도는 환자에 따라 다르며, 빈도나 지속시간도 가지가지다.
비염도 천식과 원인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면역과잉 반응으로 인한 염증이 코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다. 코 안에 염증이 생겨 민감해지고 좁아지다 보니 재채기가 나오고 맑은 콧물이 쉴새없이 흐르며 코가 막힌다. 꽃가루 때문에 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염을 일으키는 항원은 이 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봄, 가을에 휴지 사용량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계절적 요인 비염과 관계가 깊을 가능성이 높다.
비염은 천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즉 알레르겐도 비슷하고 증상과 치료제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점 또한 비슷하다. 그리고 둘 다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코와 기관지는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주요 통로로, 비염과 천식은 호흡기관의 염증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 천식 환자의 약 80%가 비염을 앓으며 비염 환자의 10~43%가 천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요람을 흔드는 손’ ‘사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요 등장인물이 천식을 앓는다는 것. 영화에 드러난 천식은 극 전개에서 긴장감, 공포심을 배가시키거나 인물에게 닥친 역경을 상징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나 영화 속 천식의 모습이 다는 아니다. 천식은 영화에나 나오는 희귀 질환이 아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나타나며, 세계 인구의 5~10%인 3억명이 앓는 만성질환. 적게 잡아도 20명 가운데 1명이 천식을 앓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현재 300만명이 천식으로 고통받으며, 매년 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소아 천식도 10%에 이르러 10년 전보다 2배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유병률은 12.7%나 된다.
WHO 발표 ‘사망요인 5위’
알레르기의 주요 증상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팀의 조사 결과 천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의료비, 약제비, 건강식품 등 직접비용(9620억원)과 생산성 손실을 뜻하는 간접비용(1조864억원)을 합해 약 2조484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삶의 질 저하와 관련된 무형 비용(2조664억원)까지 합치면 4조1148억원이나 된다.
당시 조사특위원장이었던 조상헌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전통적인 치료방법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조기 치료의 기회를 놓쳐 천식이 악화, 만성화하는 것이 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염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천식 증상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유발인자가 같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비염은 소아나 청소년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공식적인 유병률은 7.8%. 하지만 2007년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비염의 의사 진단 유병률은 무려 24.5%에 달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51.9%가 비염 때문에 일상생활과 공부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석률도 8.3%나 됐다. 비염이 위험한 것은 환자의 80% 정도가 20세 이전에 비염으로 시작해 아토피 피부염, 기관지 천식으로 상황이 나빠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른바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의 시작점이 바로 비염이다.
소아·청소년 집중력 장애 유발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천명. 이런 증상은 간헐적,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천식에서 발생하는 기침은 일반 감기나 기관지염에서 보이는 기침과는 달리 한 번 시작하면 연속적으로 나오고 목이 간질간질하며 밤이나 새벽에 더욱 심해진다. 호흡곤란은 경미할 때는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하고 가슴에 압박감을 느끼는 데 그치지만, 심할 때는 기침과 천명을 동반한 호흡곤란이 오며 더욱 악화되면 호흡부전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호흡곤란, 기침, 천명 등 천식의 3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전형적인 천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호흡곤란이나 천명음 없이 만성적인 기침만 주된 증상인 기침형 천식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환자는 그냥 가슴이 답답하거나 목에 가래가 걸린 느낌만을 호소하기도 한다.
비염의 주증상은 맑은 콧물과 코막힘 및 재채기. 눈을 포함한 코 주위의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심할 때는 눈이 부시거나 눈물이 많이 흐르기도 하며, 두통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잘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축농증(부비동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아나 청소년은 이로 인한 집중력 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모든 신경이 코에 쏠려 짜증을 자주 내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어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비염 환자들은 코가 가려워 얼굴을 찡그리거나 코를 자주 후비며, 때로는 손바닥으로 코를 비비고(allergic salute), 코를 지나치게 자주 비벼 코 아래쪽에 수평주름(allergic nasal crease)이 생기기도 한다. 이 밖에 코 윗부분이 부으면서 아래 눈꺼풀 주위가 어두워지고(allergic shiner), 심한 경우에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목, 귀의 가려움을 호소하기도 하다. 이 정도로 악화되면 잠을 잘 못 자고 일상생활과 운동에 불편을 느끼며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알레르기 천식과 비염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서 생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정확한 기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임상경험상 그렇다는 얘기다. 천식 환자들은 흔히 비염을 동반하는데, 부모 모두에게 천식이나 비염이 있으면 자녀에게 천식이 발병할 확률은 70%에 이른다(한쪽 부모만 있는 경우는 30%). 비염 환자는 이렇듯 대부분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을 갖고 있다.
유전·환경적 요인 복합 작용
천식은 전 세계 3억명이 앓는 질환. 국내에서도 이로 인해 해마다 4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환경적 요인은 크게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알레르겐과 악화요인으로 나뉜다. 비염과 천식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천식의 흔한 원인물질은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바퀴벌레, 꽃가루, 나무, 잔디, 약물, 바퀴벌레, 음식물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거나 이런 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비특이적인 자극, 예를 들어 차고 건조한 공기, 운동, 담배연기, 향수, 매연, 자극적인 냄새, 강한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때도 천식이나 비염이 나타나고 증상을 악화시킨다.
천식을 악화하는 요인은 대기오염, 인스턴트식품, 흡연 등 산업화의 결과물이 대부분으로 요즘 문제가 되는 새집증후군도 그 하나다. 예전에는 먼지나 곰팡이로 인한 호흡기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기오염에 따른 호흡기 환자가 증가세를 보인다.
천식 환자는 일반인보다 외부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특히 상기도 감염을 일으켜 기관지의 상피세포를 손상하는 감기는 가장 큰 적이다. 아스피린을 비롯한 소염진통제도 천식의 급격한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부비동염(축농증)과 코에 물혹이 있는 천식 환자는 40% 이상에서 천식 발작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 치료제를 흡입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운동도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일부 천식 환자는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고 신선하게 보이려고 쓰는 식품보조제 아황산염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들은 아황산염이 많이 들어간 말린 과일, 맥주, 과일 농축액, 감자요리, 새우요리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천식과 비염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알레르기 질환인 것은 아니다. 실체를 알려면 의사의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
천식 검사 중 대표적인 것은 폐 기능 검사. 예컨대 호흡곤란 때문에 찾아온 환자가 폐 기능이 떨어져 있고, 기관지를 일시적으로 넓히는 효과가 있는 기관지 확장제를 투여했을 때 폐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된다면 천식으로 진단할 수 있다. 현재는 호흡기 증상이 없지만 가끔 천식 발작이 나타나는 환자, 폐 기능이 정상인 환자, 혹은 기침만이 주된 증상인 환자들은 기관지를 자극하는 유발시험으로 폐 기능 감소를 관찰하면 천식을 진단할 수 있다.
유발물질 제거, 회피가 최선책
천식과 비염의 예방과 1차적 치료에서는 이를 일으키는 알레르겐과 악화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제1의 명제다.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바퀴벌레, 곰팡이 등 실내에 있는 알레르겐을 없애려면 철저한 청소와 세탁이 기본이다. 다음은 구체적인 방법.
[애완동물]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은 기르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실내에서 기르는 것은 금물. 애완동물을 집 밖으로 내보낸 뒤에도 비듬이나 털은 수개월 넘게 집에 남아 있어 천식과 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기정화기] 공기청정기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것은 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로 지름 0.3㎛의 작은 입자까지 99.9%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정전기를 이용한 필터(electrostatic precipitation filter)는 꽃가루처럼 입자가 큰 항원이나 담배연기같이 작은 입자를 걸러내는 데 효과적이지만, HEPA 필터보다 효능이 떨어지고 자주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참고로 집먼지진드기나 바퀴벌레 항원은 무거워 공기 중에 오래 떠 있지 못하므로 공기정화기가 효과적이진 않다.
[세탁] 집먼지진드기의 생활 근거지가 되는 카펫이나 가구, 침대 매트리스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커버를 만들어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물청소를 한다. 침구는 물세탁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며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한다. 찬물 세탁으로는 집먼지진드기를 죽일 수 없으며 합성세제를 사용해도 큰 효과는 없다. 집 안의 바닥은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재질이 좋다. 커튼도 자주 세탁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베개, 이불, 요, 침대 매트리스 등의 침구는 집먼지진드기의 통과를 막을 수 있는 특수 재질의 커버를 이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싼 게 흠.
[꽃가루· 대기오염] 꽃가루가 원인인 천식, 비염 환자들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잘 닫아둬야 한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대기오염이 심한 경우, 황사가 있을 때도 외출을 삼간다. 오존주의보가 있을 때도 외출을 포기한다.
[청소] 집 안을 자주 청소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한다. 먼지가 많이 날리지 않도록 물걸레나 진공청소기를 이용하는 게 좋다. 바퀴벌레의 서식을 막기 위해 집 안 틈새를 잘 막고 음식물 보관에 신경 쓴다. 청소를 할 때 알레르기 환자가 직접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것은 삼가고, 부득이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진공청소기가 매트리스, 카펫 표면의 진드기를 없애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나 진드기 수를 줄이지는 못한다. 오히려 청소 중에 먼지가 날리므로 해롭다는 보고도 많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에서 잘 번식한다. 특히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잘 자라므로 여름철에는 제습기나 에어컨으로 습도를 조절한다. 겨울에 흔히 쓰는 가습기는 실내 습도를 높여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 번식을 촉진하고, 자주 청소하지 않으면 감염의 원인이 되므로 철저하게 관리한다.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은 25℃ 정도의 온도와 80%의 습도이며, 70℃ 이상이거나 17℃ 이하에서는 살 수 없다. 따라서 실내 온도를 18~20℃ 이하로 유지하고 습도를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
흡입형 스테로이드 복합제 추천
천식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약제로는 항염증제, 소염제, 기관지 확장제, 항히스타민제가 있는데, 이 중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은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제제. 기관지 확장제는 필요할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먹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장기간 사용하면 고혈압, 백내장, 골다공증, 면역기능 감소, 당대사 이상, 식욕 증가, 체중 증가, 문 페이스(Moon Face·달덩이 얼굴), 위궤양 등 전신 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소아에서는 성장장애가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 면역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
흡입형 스테로이드 제제는 경구용 스테로이드의 이런 단점을 개선해 기관지에만 작용하도록 고안됐다. 전 세계적 병의원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품도 흡입형. 흡입형은 약물이 표적 장기에 직접 작용해 약효가 빨리 나타나고 소량만 흡입해도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천식의 경우 염증이 생기고 수축된 기도와 기관지에만 극소량 들어가 큰 효과를 낸다. 먹는 약처럼 과량을 복용해 불필요한 스테로이드가 몸 구석구석 퍼지는 것을 줄여준다.
GSK의 흡입형 천식치료제 ‘세레타이드 디스커스’. 세계 천식치료 가이드라인에 가장 적합한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내외 천식치료 가이드라인은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가장 우선시하는 권고 약제로 꼽는다. 가이드라인은 또 흡입형 스테로이드로 천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와 함께 장시간 작용형 베타-투(β2)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만성적인 기도 염증을 치료하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기관지 수축을 치료하는 기관지 확장제를 함께 쓰도록 한 것. 따라서 두 약물이 혼합된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쓴다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내에 시판되는 약물 중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세레타이드 디스커스’가 그것이다. 둥글고 납작한 플라스틱 용기에 약이 들어 있어 화장품 케이스를 연상시킨다. 손잡이와 레버를 한 번 돌리면 1회 복용량으로 낱개 포장된 약이 흡입구에 자리한다. 들이마시는 속도와 상관없이 약물이 일정하게 흡입되는 게 장점. 또한 1회 사용량이 각각 포낭으로 이뤄져 온도 변화나 습기, 외부 충격에도 안전하며 흡입 때마다 용량 표시 숫자가 60부터 1씩 감소하기 때문에 남은 용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향과 권고와는 달리 국내 천식 환자들은 흡입형 스테로이드보다 경구용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 국민이 먹는 알약에 익숙하고, 교육의 부족으로 흡입기 사용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흡입제는 불편하다’며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새 비염치료제…아이·어른, 코·눈 증세 모두 치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2002~2007년 5년간 50.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함께 조사한 주요 환경성 질환(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중 가장 높은 증가율. 그럼에도 비염을 완치하는 방법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증상을 완화시키고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게 하는 약재가 속속 등장하는데, 가장 최근 개발돼 주목을 끄는 신약이 GSK의 ‘아바미스 나잘스프레이’(성분명 : 플루티카손 프로에이트)다.
GSK의 분무형 비염치료제 아바미스 나잘스프레이. 예민한 사람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 국소용 나잘스프레이 형태와 달리 짧은 노즐, 측면 버튼 그리고 잔여약물 확인 표시창 등의 개선으로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약물 투여시 냄새나 맛이 없고 비자극적이며 소량의 약물이 분사돼 코에서 흘러내리거나 목으로 넘어가지 않게 만들어졌다. 조직 내 잔류기간이 길어 약효 지속시간이 긴 것도 장점.
이 약의 또 다른 특징은 비염의 주요 증상인 재채기, 코막힘, 맑은 콧물 외에도 비염 환자의 약 70%에서 나타나는 눈 가려움증이나 눈 충혈 증상을 함께 치료해준다는 점. 코와 함께 눈의 증상을 개선해주는 치료제는 아바미스 나잘스프레이가 다른 비염 치료제보다 우월하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아바미스 나잘스프레이를 처음 사용할 때 코 증상 척도와 눈 증상 척도가 모두 2주 뒤에는 2배 이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런 특징 덕분에 아바미스 나잘스프레이는 비염 환자들의 수면이나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약이 눈 증상 완화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은, 코나 눈에서 각종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인체 내 매개체들의 방출을 감소시키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부신피질에 생성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에 높은 친화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 밖에 비염 치료법의 하나인 면역요법은 알레르기 원인물질, 알레르겐을 소량부터 투여해 양을 점점 늘려가며 자극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알레르겐을 반드시 발견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 데다 치료기간이 3~5년 걸리기 때문에 효율성과 면역효과 차원에서 검증이 더 필요한 치료법이다. 환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약물요법은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