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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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유품, 쓰레기 봉투에 버려라?

소각하면 폐기물관리법 위반 100만원 과태료 … 유족들 “한국인 정서 무시” 불만

  • 유두진 자유기고가 tttfocus@paran.com

    입력2009-04-03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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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족의 유품, 쓰레기 봉투에 버려라?

    2005년 9월11일 입적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유품이 스님의 출가 본사인 충남 예산 수덕사 다비장에서 불태워지고 있다.

    경기 안산에 사는 이정명(가명·36) 씨는 최근 고인의 유품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얼마 전 가족을 잃은 이씨는 장례를 치른 뒤 유품을 소각하려 했으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물론 장례식 때 옷 몇 벌과 고인이 생전 아끼던 물건은 관 속에 함께 넣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불과 옷가지 등 부피가 상당한 유품은 처리할 길이 막막했다. 화장터 측에 문의했더니 “몇 년 전까지 자체 소각장을 운영하다 폐지했다”고 답했고, 동네 공터에서 소각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유품의 양이 만만치 않아 자칫 불길이 커질 우려가 있었다. 고민하던 이씨는 관할구청에 소각방법을 문의했지만 “개인의 유품 소각행위는 불법행위이므로 허가할 수 없다. 쓰레기종량제 봉투로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인의 체취가 남은 귀중한 유품을 차마 쓰레기더미와 함께 처리할 수 없었던 이씨는 거듭 거절당했음에도 구청 측에 통사정을 했고, 이씨의 계속된 부탁에 지친 공무원은 결국 시 관할 자원소각장에서 소각 처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양해해줬다. 천신만고 끝에 유품을 소각한 이씨는 개운한 느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해오는 걸 느꼈다.

    “고인의 넋을 달래는 일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이씨의 사례처럼 고인의 유품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장례절차 후 유품은 소각 처리하는 게 상식처럼 돼 있지만, 막상 유족이 돼 소각방법을 찾다 보면 정상적으로 유품을 소각할 장소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게 된다.



    전통 장례절차 vs 환경오염

    현재 정부는 유품의 개인적인 소각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품 소각으로 인한 연기로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산불 위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유품 소각은 한국인이 오랫동안 행해오던 장례절차였고 정서적으로도 고인의 넋을 달래는 방법으로 인식돼 정부가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합법적으로 유품을 소각할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하거나 기존의 소각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최근에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변해 유품 중 교환이 가능한 물품의 경우 중고매매상과 거래하거나 주변에 나눠주는 일도 많다. 그러나 유족들은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체취가 강하게 남은 옷가지, 이불 등은 대부분 소각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유족들은 단속의 눈을 피해 인근 야산이나 공터에서 ‘몰래 소각’하고 있어 산불 발생 위험도 높다.

    그러나 정부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2007년 8월3일 폐기물관리법이 강화돼 개인의 소각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환경오염과 산불방지 등을 위해 법적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허가 없이 소각할 경우 폐기물관리법 제68조 3항 위반으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한 소각 시 과실로 인해 산불로까지 번질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환경문제로 개별적인 유품 소각을 금지하는 (정부의)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 유족들이 바라는 것처럼 유품 소각이 원활히 되려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유족들의 처지가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과 장례문화 相生 위한 해법 찾아야

    내 가족의 유품, 쓰레기 봉투에 버려라?

    유족들은 고인의 유품을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 일원동 소각장 내 쓰레기 반입을 기다리는 쓰레기 차량.

    과거에는 화장터나 매장시설 안에서 따로 소각장을 운영해 유족들이 사후 물품을 소각 처리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소각로가 대부분 사라졌다. 개정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유품 소각 시 다이옥신 배출 허용기준이 신설되면서 사실상 소각장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방의 몇몇 화장터와 매장시설은 아직도 자체 소각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적법성과 환경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터) 관계자는 “2002년까지 화장터 안에 유품용 소각로를 운영해왔으나 환경문제가 있다는 정부 지적에 따라 운영을 중지했다. 유품처리를 하게 해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많지만 방법은 종량제 쓰레기봉투 처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기관이 권장하는 대로 유품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유족은 드물어 오히려 이용객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매년 사망자 수는 2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많은 사망자의 유품이 대부분 몰래 소각된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양의 유품이 관계기관 검증 없이 소각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기에 좀더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전문가들도 난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족 측과 정부 측 주장이 모두 나름의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창원전문대 장례복지학과 김달수 교수는 “유품 소각을 위해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논할 만큼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말끔히 유품을 처리하고픈 유족이나 환경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정부 처지 모두 이해되는 만큼 향후 여론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정부와 가족을 잃은 아픔에 유품이라도 원활하게 처리하고픈 유족, 둘 사이의 평행선은 언제쯤 교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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