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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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롯데行은 정수근 작품?

두산 뛰쳐나오자 이적 적극 권유 … 롯데 측, 협상 때부터 VIP 대접하며 마음 빼앗아

  • 윤승옥 스포츠서울 기자 touch@sportsseoul.com

    입력2008-12-08 1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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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간판스타 홍성흔이 프리에이전트(FA)를 선언한 뒤 롯데와 계약했다. 이 때문에 근래 밋밋하던 스토브리그가 모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홍성흔은 롯데와 올 시즌 연봉(1억8600만원)에서 50% 인상된 2억7900만원에 1년 계약했다. 액면상 1년이지만 사실 4년 계약이다.

    홍성흔은 1999년 두산에 입단해 10년 동안 팀의 간판으로 맹활약했다. 그렇기에 롯데와의 전격적인 계약은 야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친정인 두산 구단 관계자, 두산 팬들, 동료와 코칭스태프는 침통해 말을 잃었고, 반면 올 시즌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냈던 롯데 팬들은 횡재한 듯 비명을 질렀다. 반응 모두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었다.

    두산 동료들 전화 못하고 문자메시지로 축하

    두산은 그가 다른 팀과 계약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눈치였다. 시장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수준 이상의 조건이 나올 리 없다고 확신했던 것. 두산은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에 홍성흔과 만나 4년, 20억원대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4년이 온전한 4년은 아니었다. 2년 잘하면 향후 2년을 보장하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화근의 씨앗. 당연히 홍성흔으로선 달갑지 않은 조건이었다.

    올해 초 팀 내에서 벌어진 일이 이적(移籍)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시즌 전 포수 마스크를 계속 쓰고 싶어하는 그에게 줄기차게 지명타자 자리를 요구했다. 홍성흔은 결국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요구했지만 두 달여 투쟁 끝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우군으로 알았던 히어로즈가 뒤로 빠지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홍성흔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명타자 자리를 받아들이고 삭감된 연봉계약서에도 사인했다. 이런 배경이 있었으니 올 시즌 타율 0.331로 타격 2위에 오른 그가 FA 협상 때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해와 마찬가지로 두산은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었고, 결국 별 소득 없이 홍성흔과 우선협상 기간을 보내버렸다.



    그때 롯데가 접근했다. 롯데는 홍성흔을 특급으로 대접했다. 몇 차례 집 근처로 찾아가 면담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고, 지난달 말 김해공항에 박진웅 사장이 타는 고급 세단을 대기한 뒤 홍성흔을 협상 장소인 롯데호텔까지 모셨다.

    협상 장소도 VIP 전용 최고급 회의실, 제시한 몸값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FA 규정이 바뀌어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계약금도 못 받고 장기 계약도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규정일 뿐, 관례대로 계약은 높은 수준의 조건으로 성사되고 있다. 다만 밝히지 않을 뿐이다.

    나중에 밝힌 얘기지만 홍성흔은 두산 시절 절친했던 롯데 정수근의 조언에도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고 한다. 정수근은 올 시즌 막판 음주, 폭행사건으로 실격선수 처분을 받은 뒤 근신 중인 상황에 이번 FA 시장에서 홍성흔이 두산을 뛰쳐나오자 적극적으로 롯데행을 권했다.

    홍성흔의 롯데행이 전해지자 두산은 망연자실했다. 마무리 훈련을 마칠 즈음 홍성흔의 계약 소식을 들은 김경문 감독은 “내년 1월 초까지 휴가를 받았지만 쉬는 게 쉬는 게 아닐 것 같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침통해했다. 두산 팬들도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모여 성토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10년간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은 차마 전화는 못하고 대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아쉬움과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홍성흔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계약 이후 “며칠 속병을 앓았다”는 그는 “이적이 확정된 뒤 아내가 많이 울었다”고 심정을 에둘러 밝혔다. 이어 “99년 입단 이후 10년 동안 두산 팬들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떠나게 돼 가슴이 아프다. 두산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같은 내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자신을 10년간 응원해준 두산 팬들에게 예를 갖췄다. 이에 두산 팬들은 아쉬움과 격려를 한데 모아 그를 떠나보냈다.

    롯데 팬 대환호 … 벌써 홍성흔 응원가 만들어

    롯데 팬들의 반응은 반대로 엄청났다. 이적이 발표된 직후 곧바로 ‘홍성흔 응원가’를 만들 정도. 롯데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페이지인 ‘갈매기 마당’에 등장한 홍성흔 응원가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롯데의 홍성흔 오오오오~ 홍성흔 오오오오~ 그대와 함께하리라~’라는 가사가 입혀졌다. 응원가는 곧바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됐다.

    영입 작업을 지휘한 롯데 이상구 단장은 “우승을 위해 홍성흔을 영입했다. 내년 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머무르고 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난 행복한 감독”이라면서 “타격 2위 홍성흔을 영입했다니 정말 잘했다. 올 시즌 불안정한 공격력 때문에 힘들었는데 구단이 도와줘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홍성흔이 이진영 정성훈과 함께 FA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컸다고 한다. 타선을 보강하고 싶다는 뜻도 수차례 구단에 전했다. FA 중에서 공격력에 관해서는 최고인 홍성흔에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던 것. 원하던 대어(大魚)를 낚은 그는 전지훈련을 통해 홍성흔을 백업 포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홍성흔은 12월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새로 태어나기 위해 두산 시절의 등번호 22번 대신 49번이 새겨진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는 “롯데에 몸담게 된 만큼 팬들과 하나가 돼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 구단 관계자들은 “유니폼이 참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홍성흔의 거인군단 입성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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