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재검토 논란이 한창이던 4월16일, 정부 및 부산시 관계자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부산 혁신도시 착공식에 참석해 발파버튼을 누르고 있다.
11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 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혁신도시건설사업 예산 규모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조차 못했다. 사흘 후인 28일 열린 예결특위에서도 혁신도시건설사업 내년 예산에 대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전전긍긍했다.
이 의원 : “혁신도시를 하기는 하는 겁니까?”
배 차관 : “네, 당초 2012년에 다 하는 것으로 돼 있죠.”
이 의원 : “내년 예산이 2956억원, 그렇죠? 그럼 2010~12년에 11조7000억원을 공공기관이 땅을 매각하거나 국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것에 대한 재원 대책 계획이 있는 거예요? 부동산경기가 침체될 텐데 과연 공공기관 이런 게 매각 가능할 거라고 봅니까?”
배 차관 : “부동산 경기가 지금은 침체돼 있습니다만, 앞으로 몇 년 후에 상황이 또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의원 : “몇 년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거죠? 2012년까지 혁신도시를 마감한다면서요?”
배 차관: “혁신도시가 그때 이제…, 네.”
혁신도시건설사업은 노무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사업 가운데 하나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특별법’을 제정해 157개의 공공기관을 10개 혁신도시로의 분산 이전(16개 기관은 혁신도시 이외 지역)을 결정했다. 당초 계획한 전체 예산 규모는 4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부지 조성을 위한 보상비 등으로 3조6000억여 원을 쏟아부었다. 그 덕에 현재 10개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 부지 확보율은 평균 90%를 넘어섰다. 혁신도시건설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
공공기관 매각 부진 우려도 새 걸림돌
올 4월 현 정부는 혁신도시건설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가 논란만 키운 채 여야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3개월여 만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한 내년도 혁신도시건설사업 예산이 3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혁신도시사업 재검토 논란이 벌어져 사업이 지연된 데다,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해야 할 내년도 예산을 이 정도만 책정한 것을 보면 정부가 약속과 달리 사업을 재검토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이전 공공기관 157개 가운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 28개, 올해 10월 13개 등 두 차례에 걸쳐 심의 의결한 곳이 41개에 그친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올해 결정된 13개를 보면 경주로 이전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대부분이 연구소, 연수원, 검역원, 학교 등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공공기관이라는 점도 이 의원 측은 예사롭지 않게 본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 측도 “정부가 혁신도시건설사업을 한다고 했다가 안 할까봐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면서 “우리 지역은 아직 별문제 없지만 지역별로 상황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측은 사업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인한다. 국토해양부 주무부서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검토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말했던 사안이라 당초 계획대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잔뜩 얼어붙으면서 공공기관들이 이전하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자칫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혁신도시건설사업 자체가 재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혁신도시건설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