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사랑나눔캠프 참가자들. 예술체험은 장애아동에게 ‘통제’가 아닌 ‘허용’을 경험하게 한다.
“인호, 오늘 선생님이랑 그림 그리기로 했어, 안 했어?”
“응, 안 했어요.”
“에? 우리 약속 했잖아~.”
부모들도 아이 돌보는 스트레스 잊고 각종 프로그램 참여
그렇게 인호는 그림을 그리지 않은 채 다른 아이들의 곁을 기웃거린다. 발에 묻은 물감으로 뭔가를 그리려나 싶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했고, 손에 물감을 묻힐 듯하더니 그냥 지나친다. 서서히 기분이 좋아져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고 끝이 말린 종이 두루마리를 평평하게 펴기도 한다. 그렇게 오솔길 끝에서 끝까지 뛰어다니길 일고여덟 번. 인호의 담당 선생님 박소정(26) 씨는 숨이 차다 못해 눈 아래 살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한다. ‘그림 그리기는 인호에게 소용없는 걸까’라며 조바심 낼 법도 한데 박씨는 “인호야~, 인호야” 부르며 인호를 따라 계속 뛰어다닌다.
“인호는 어릴 때부터 심장이 많이 아파 죽을 뻔했대요. 또 몇 차례 수술을 받느라 굉장히 힘들기도 했고요.”
박씨는 캠프가 시작된 뒤 인호에게 꼬집히고 맞아서 팔다리에 상처와 멍이 많이 생겼다. 어젯밤에는 인호 때문에 펑펑 울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호를 직접 겪고 인호 어머니에게 인호가 아파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호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인호가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마침내 인호는 “아~” 소리를 내며 물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우리 인호 기분 어때?”라는 박씨의 질문에 “좋아요, 헤헤!”라며 크게 웃는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부모의 통제 안에 있습니다. 밖에 나가면 차가 있어 위험하고, 책상 위에만 올라가도 떨어질까 싶어 내려오라고 하죠. 여기 캠프에서는 음악과 그림 등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통제’가 아닌 ‘허용’을 경험하도록 합니다.”(원광대 예술치료학과 정동훈 교수)
소아마비를 앓다가 재작년 수술 후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수정(가명)도 캠프에 참여했다. 수정이는 의학적으로 보조기구를 떼도 되지만 보조기구 없인 불안해서 걷지 못하는 아이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한참 동안 물감을 칠하며 놀았다. 그러다 문득 다리를 보니 보조기구가 없어 그 자리에 도로 주저앉아버렸다.
“보완의학은 양의(洋醫)가 약물 치료와 수술로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맡습니다. 예술이나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이 내재된 감정을 풀어주죠. 그렇게 하면 생활습관이 좋아지고 두려움도 사라집니다.”(정동훈 교수)
긴 머리카락의 한 아이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물감을 묻히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온 마음을 담아 그리는 그림이 피카소 작품 못지않은 추상화가 된다.
“늘 이렇게 ‘눈에 띄는’ 성과를 얻는 건 아니지만 0%에서 단지 1%로만 바뀔 수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SK텔레콤 사회공헌팀 윤상준 씨)
장애아동과 부모를 위한 예술체험 프로그램인 제7회 ‘사랑나눔캠프’는 원광대와 SK텔레콤 주최로 8월9일부터 14일까지 5박6일간 원광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전국 각 지역의 만 5~12세 장애아동 150명과 보호자 150명을 비롯해 교수와 치료사 150명, 자원봉사자, 의료팀 등 600여 명이 참여했다.
“‘여름이 돼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캠프를 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이 캠프를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을 따뜻한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동서보완의학대학원장 최봉규 교수)
올해 7회째 … 신청자 가운데 150명만 선별
장애아동 가족을 위한 예술체험 캠프인 사랑나눔캠프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그대 사랑하는 난~ 행복한 사람~.”(연극반 일동)
도예, 무용, 난타반 등 다양하게 마련된 수업 가운데 특히 연극에 관심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 자신을 구속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커다란 검은색 천에서 벗어나 자유를 상징하는 색색의 천을 흔들며 춤추고 노래한다.
5박6일간 아이들은 150명의 치료사들이 전담하고 보호자는 여러 문화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찰흙으로 멋진 꽃병을 만들고 있던 도예반의 박민옥(41) 씨는 “그동안 일상에 시달리다 이런 걸 배우니 새롭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작보다 결과가 아주 좋다”는 교수의 말을 듣고 “혼을 담았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앞으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원광대 나용호 총장)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캠프인 ‘사랑나눔캠프’. 이번에는 많은 참가 신청자 가운데 150명만 선별해 열렸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를 ‘당연히’ 더 많이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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