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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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신명나게 쏟아내는 열정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07-02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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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으로 신명나게 쏟아내는 열정
    “들어야만 연극을 보는 것은 아니죠. 마음으로 느끼면 그게 감동인 겁니다.”

    2007년 7월 대학로 소극장 무대 한편에 빠른 손놀림으로 수화를 하는 두 사람이 보인다. 1시간쯤 지났을까? 교체돼 들어온 두 명이 이어서 수화를 한다.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소극장 안은 고요했지만 연극이 끝나자 한두 명이 치던 박수는 어느새 우레 같은 기립박수로 커졌다. 박수 소리에 조용히 눈물을 더하는 사람이 있다. 극단 ‘신명나게’ 유영길(37) 대표. 그는 연극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이날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유 대표에게 최고의 순간을 가져다줬던 연극 ‘현정아 사랑해’는 그가 직접 글을 쓰고 연출했다. 장애인들의 사랑 얘기를 다룬 연극이지만 장애인들이 와서 연극을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유 대표는 수화 통역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청각장애인 50명을 연극에 초청했다. 결과는? 대성공!

    연극이 그냥 좋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며 연극에 대한 얘기만으로 하룻밤을 지새울 수 있는 사람. 그가 연극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신입생 시절 선배 손에 이끌려서다.

    “처음 연극을 접하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어요. 연극 동아리에 가입해 제작과 기획 일에 푹 빠졌죠.”



    좋아해서 시작한 연극이 어느새 천직이 됐다. 졸업 직후 무엇을 할지 잠시 고민도 했지만 답은 분명했다.

    “극단 ‘아리랑’에 들어가 5년 가까이 있었죠. 하지만 내 연극도 하고 싶고, 우연히 뜻 맞는 동료들을 만나 ‘신명나게’라는 극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10평 남짓한 연습실 귀퉁이에 장구가 쌓여 있다. 이름처럼 ‘신명나게’ 난타라도 하는 것일까?

    “졸업 후 고성 오광대 탈춤을 배운 적이 있어요. 그때 탈춤을 가르쳐주시던 인간문화제 이윤석 님이 ‘리듬을 타고 신명나게 하늘에서 오는 기운을 받아봅시다’ 그러더군요. 그때 ‘바로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답니다. 물론 촌스럽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웃음)”

    신명이 났던 탓일까? 그는 극단 ‘아리랑’ 시절부터 알게 된 동료와 3년여 열애 끝에 ‘신명나게’ 결혼에 성공했다. 작은 극단이지만 3년여 시간 동안 두 차례의 연극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극단 식구래야 6명이 전부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

    “고마운 친구들이죠. 문제가 있으면 배우만이 아니라 기획, 음악 하는 사람들 모두 함께 해결합니다. ‘나’보다는 ‘우리’인 거죠.”

    2008년 7월. 유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7월18일부터 대학로 아리랑소극장에서 ‘오빠가 돌아왔다’로 관객들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다. 김영하 씨의 소설로 유명한 이 작품을 어떻게 연극으로 풀어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부담되죠. 원작만큼 훌륭한 연극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2008년 7월이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남은 기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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