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머메이드’
이처럼 실험적인 컬렉터들의 눈길을 매료하는 작품들은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현대미술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특별함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남다른 안목을 기른 컬렉터들은 컬렉팅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다가서게 되는데, 현재 국내 컬렉터 중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 있다.
이들은 비대중적인 예술작품에 기꺼이 투자를 한다. 손가락만큼 작은 크기의 인체를 세부적으로 표현하는 이동욱이나 돋보기를 들이대야만 보이는 소인나라를 만드는 함진, ‘데오도란트 타입’이라는 자기만의 장르를 만든 권오상의 사진조각 등을 적극적으로 컬렉팅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을 구하기 위해 전시 오프닝부터 구매를 시도하는 컬렉터들이 불과 2, 3년 전 김종학의 ‘설악산’과 이대원의 ‘농원’을 구매하던 컬렉터들과 동일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마켓에서는 이미 ‘저것이 과연 예술인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충격적인 작품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인체를 오브제화해 기묘한 느낌을 주는 미국 작가 로버트 가버의 작품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의 조각작품은 몽환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미묘한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느낌을 불러오는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예술작품의 향유가 시각을 넘어 두뇌를 자극하는 기쁨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미술은 아름다움보다는 추함, 불편함, 어색함, 다름, 예상치 못함을 표현한다. 현대미술을 컬렉팅하는 이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는 사람만이 아트마켓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컬렉터들은 많은 현대작가들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난감해한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마켓, 미술사, 미학뿐 아니라 미술계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난해한 동시대미술을 컬렉팅하는 것은 여전히 진행 중인 작가의 미래를 예측하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좋은 눈만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신중함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