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던 12년 전 ‘별밤’을 통해 연예계에 등장한 박경림은 별밤지기가 된 감회가 그만큼 남다르다고 말한다.
1996년 여고생이던 박경림은 당시 최고 인기를 끌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별밤’의 여름캠프에 참가했다. 그리고 걸출한 입담으로 삽시간에 좌중을 사로잡으며 일반인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별밤’ DJ 이문세의 도움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박경림은 교복을 입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고 빠르게 재능을 인정받았다.
박경림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문세는 박경림의 DJ 발탁 소식이 알려진 후 전화를 걸어 “드디어 ‘별밤’이 제 주인을 찾았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박경림은 이문세와의 대화를 기자에게 전하면서 “오랫동안 별밤지기(별밤 DJ를 부르는 애칭)를 해온 이문세 아버지의 응원이 힘이 되고 또 부담도 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2년 6개월 동안 진행한 라디오 ‘심심타파’를 그만두면서 박경림은 당분간 DJ는 멀리하려고 마음먹었다. 밤 12시에 시작해 새벽 2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DJ는 쉬자’던 박경림의 다짐은 ‘별밤’의 러브콜로 무너지고 말았다. 학창시절부터 꿈꿔온 별밤지기는 박경림에게 도전이자 기회였기 때문이다. 박경림은 그동안 여러 번 DJ로 청취자와 만났지만 별밤지기만큼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방송인이란 직업을 갖게 해준 첫 무대이자 오랫동안 꿈꾸던 자리인 이유에서다.
DJ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에서 박경림은 “훗날 ‘별밤지기답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희망을 먼저 드러냈다. 그가 생각하는 ‘별밤지기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저의 학창시절에는 ‘별밤’에 사연이 소개되면 다음 날 학교에서 어느 톱스타 못지않은 유명인사가 됐다”고 추억한 박경림은 “그때의 순수하고 예민한 감성을 다시 꽃피우고 싶다”고 했다.
별밤 통해 연예계 데뷔 … 이제 DJ 남다른 각오
중고생이 주로 듣는 ‘별밤’ 특성을 고려해 청소년 상담에 충실히 나서는 일도 박경림이 밝힌 별밤지기의 역할이다. “마음에 품은 고민을 ‘별밤’을 통해 털어놓을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 방법을 같이 찾아볼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7월 한 살 연하의 남편 박경훈 씨와 결혼해 한창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는 박경림이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밤마다 남편과 생이별을 하기가 싫었기 때문. 하지만 ‘별밤’ 진행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박경림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별밤’ 진행자 자리가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남편의 응원은 박경림을 ‘별밤’ DJ 자리에 앉히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 매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계속되는 프로그램 탓에 또다시 남편은 밤을 홀로 보내야 하지만 “공부하며 혼자 할 일을 찾아보겠다”는 말로 박경림의 짐을 덜어줬다고 한다.
고교생 방송인으로 출발한 박경림은 12년이 흐른 지금 TV와 라디오를 넘나드는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편안한 말투와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에게는 누구보다 친근한 스타다. 이런 장점 덕분에 데뷔 초 ‘박경림의 목소리로는 절대 DJ를 할 수 없다’는 방송사의 반대를 물리치고 현재 라디오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별밤’으로 새 출발하는 박경림은 “아이를 가져도, 출산을 해도 곧바로 라디오 부스로 돌아오겠다”면서 “만약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별밤지기를 한다면 그것처럼 큰 행운은 없을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