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행을 위한 휴식처라는 측면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증설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던 프랑스 저술가 필립 드 생 쉐롱 씨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렇게 말했다. ‘뽕짝 메들리’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 가게에서 틀어놓은 무지막지한 볼륨의 음악소리를 듣고서다. 한국인 아내를 둔 그는 “여기에 오면 졸음이 당장 달아나겠다”고 덧붙이며 휴게소의 장점을 찾으려 애썼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금방 느껴진다. 여러 간이식당과 먹을거리 가게 앞에 늘어선 인파는 이방인의 눈엔 독특한 풍경으로 비치리라.
휴게소는 오랜 시간 동안 차에 탄 운전자나 승객에겐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운전자는 적절하게 쉬어야 안전운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운행을 위협할 정도로 휴게소 숫자가 모자란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고창 구간에서는 67km의 긴 거리에 1개가 있을 만큼 간격이 멀다. 이 구간을 달리는 운전자들은 “가도 가도 휴게소가 나타나지 않아 기름이 떨어지거나 졸음이 오면 난감해진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외곽순환 127.6km에 한 곳도 없어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수는 151개. 총 연장이 3136km (상·하행선 포함 6272km)이므로 평균 41.5km당 1개소가 있는 셈이다. 고속도로마다 배치 간격 차이도 크다. 경부고속도로에는 32개소가 있어 26km마다, 88올림픽고속도로는 8개소로 46km마다, 중앙고속도로는 14개소로 41km마다 1개가 있다. 개통된 지 오래되고 교통량이 많은 경부고속도로에 휴게소가 몰린 형국이다. 경부고속도로 휴게소 대부분은 장사가 잘되는 곳이어서 서로 운영하려고 눈독을 들인다.
통행량이 뜸한 고속도로에서는 간격이 50km 이상으로 주행시간이 30분 넘게 걸리는 곳만도 12개 구간이 있다. 단양~안동(62km), 곡성~백양사(58km), 정읍~여산(58km), 칠곡~추풍령(55km), 홍천강~원주(54km) 등의 구간이 그렇다. 차량 통행량이 적어 휴게소 문을 열어도 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휴게소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안전운행을 위한 휴식처라는 점에서 이 같은 간격 배치에는 문제가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영업이익은 1개소당 평균 3억8000만원(2006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주로 운영수익을 고려해 휴게소 설치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도로 휴게소 설치기준에 따르면 휴게시설 간 배치 거리는 15~25km를 권장한다.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미비한 곳이 많은 실정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전 구간은 127.6km이지만 휴게소가 한 곳도 없어 교통이 막히면 마땅히 쉴 곳조차 없다. 위험천만이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휴게소에서 휴식 중인 운전자들.
고속도로 첫 휴게소도 최초 출발지에서 먼 곳에 자리잡아 안전운행을 저해한다. 영동고속도로의 용인휴게소는 인천에서 55km, 88올림픽고속도로 거창휴게소는 옥포에서 50km,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는 시흥에서 38km나 떨어져 있다. 인천시민 박모(45) 씨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쪽으로 갈 때 차량이 막힐 경우 첫 휴게소인 용인휴게소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장거리 주행으로 피로가 쌓이면 졸음운전 개연성이 높아진다. 주행속도가 시속 100km이면 50km 거리를 30분에 갈 수 있지만 정체가 생기면 주행시간이 길어져 안전운행을 방해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속도로 졸음운전과 관련이 깊은 교통사고는 7~8%로 집계된다. 영국에서는 고속도로 운전자 안전을 위해 2시간 운전 후 15분 휴식을 권장한다.
유럽 각국 고속도로의 휴게소는 대체로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프랑스에서는 유료 고속도로 2562km에 휴게소 286개소가 설치돼 있다. 약 18km마다 있는 셈이다. 휴게소에는 편의점, 주유소 등이 마련됐다. 레스토랑, 쇼핑몰이 설치된 대형 휴게소도 있다. 덴마크는 978km 길이의 고속도로에 최소한 25km 구간마다 휴게소를 운영한다. 영국에서는 48km마다 1개꼴로 휴게소가 있다. 간격이 너무 멀다는 지적에 따라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서는 24km마다 또는 주행시간 30분마다 설치하려고 추진 중이다.
일본에서는 50km마다 대형 휴게소를, 15km마다 간이휴게소를 배치해놓았다. 민영화된 고속도로(9052km)에서 대형·간이 휴게소 798개소의 평균 간격은 22.7km다. 국토가 넓고 교통량이 적은 편인 호주에서는 대형 휴게소 간격이 100km, 간이휴게소는 50km, 간이정차대는 30km마다 배치해놓았다.
미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설치기준은 100km 또는 1시간 주행거리로 두고 있다. 최근 실태조사를 했는데, 40~50km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조남건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영업이익보다도 도로이용자의 안전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면서 “교통량이 적어 적자운영이 예상되는 곳이라면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갖춘 간이휴게소를 설치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합계 | 경부선 | 88 올림픽선 | 서해안선 | 호남선 | 천안~논산선 | 중앙선 | 영동선 |
연장(km) | 3136 | 416 | 182 | 341 | 276 | 289 | 234 |
휴게소 수 | 151 | 32 | 8 | 18 | 13 | 14 | 13 |
평균간격(km) | 41.5 | 26.0 | 45.5 | 37.9 | 42.5 | 41.3 | 36.0 |
* 자료 :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
전 휴게소 명칭 | 후 휴게소 명칭 | 방향 | 거리(km) | 해당 고속도로 |
군산 | 고창 | 목포 | 67 | 서해안선 |
단양 | 안동 | 부산 | 62 | 중앙선 |
곡성 | 백양사 | 천안 | 58 | 호남선 |
정읍 | 여산 | 서울 | 58 | 호남선 |
칠곡 | 추풍령 | 서울 | 55 | 경부선 |
홍천강 | 원주 | 부산 | 54 | 중앙선 |
덕유산 | 인삼랜드 | 하남 | 45 | 대전~진주선 |
문경 | 선산 | 마산 | 45 | 중부내륙선 |
남강 | 진영 | 부산 | 45 | 남해선 |
* 자료 :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