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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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敎授)는 교수(巧手)다?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3-10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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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서 교수(敎授)는 전문가로 대접받는 동시에 높은 사회적 신망까지 누리는 ‘할 만한’ 직종으로 통합니다. 그들은 대학에서 학술을 가르치거나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언론에선 흔히 전임강사 이상이면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가릴 것 없이 교수라 통칭합니다. 일종의 예우랄까요? 물론 요즘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서강대의 예에서 보듯 연구실적이 부진한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오래된 ‘철밥통’ 관행이 깨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교수직을 올려다보는 세인의 시선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수들 스스로는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일부’라는 대전제를 깔지 않는다면 불특정 다수의 교수들에게 무수한 비난을 받게 될 테지요. 하여 한국 사회의 일부 교수층, 그중에서도 정치권으로 훌쩍 날아가 ‘교수 출신 장관’으로 수직 상승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를 이번 호에서 다룬 데 대해서도 ‘일부 중 일부’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이는 대학시절 무심코 접했던, 당시 한 60대 노교수에 대한 제 개인적 기억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과대표를 맡았던 4학년 2학기의 어느 가을날 오후, 사은회(謝恩會) 초청장을 전하기 위해 교수회관에 있던 그분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노크를 한 후 문을 연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건 때늦은 점심도시락을 맛있게 드시고 계시던 그의 평화로운 표정이었습니다. 필경 사모님이 싸주셨을 게 분명한 도시락 옆에는 전공서적과 제자들의 논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척에 대학원생들까지 드나드는 교수전용 식당이 있는데도, 식사시간이니 논문 등속은 잠시 놔둬도 될 법한데도 그는 이내 멋쩍은 미소를 띠며 “자넨 점심 먹었나?”라고 물으시더군요.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 풍모가 평소 학자로서 칭송받고 있던 그에 대한 존경심과 묘하게 겹치면서 제 마음 깊이 아로새겨졌습니다. 그는 정치학을 전공한 교수임에도 정치권엔 눈 돌리지 않고 한평생 가르침에만 매진했습니다.

    ‘가을날의 동화(童話)’처럼 회상되는 그때의 그분처럼 곁눈질 따위와는 담 쌓고 후진 양성에 정진하는 교수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얼씨구나 이때다’ 하면서 기회만 닿으면 ‘썩소’를 날리며 정치권과 양손을 맞잡는 ‘교수(交手)’ 행위를 하다 사회적 논란이나 불러일으키는 함량 미달 ‘교수(巧手)’들까지 진정한 교수(敎授)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교수(巧手)는 말 그대로 교묘한 솜씨를 지닌 사람을 뜻합니다.



    교수(敎授)는 교수(巧手)다?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결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어쨌건 바야흐로 ‘대(對)교수 인식 전환시대’입니다.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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