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 및 세제 분야 전문가다.
강 내정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 출신이다. 1982년 소망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처음 만나 20년 이상 지기(知己)로 지냈을 뿐 아니라, 2005년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발탁돼 그와 호흡을 맞춘 이력까지 갖췄다.
‘고대’가 명문대를 대표하는 표현이라고 할 때 완벽에 가까운 ‘고·소·영-S라인’을 뽐내는 인물인 셈이다. 게다가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사 출신에 85년 미국대사관 파견 경력까지 있어 새 정부의 ‘코드인사’를 존재 자체로 웅변한다.
강 내정자는 이미 50세가 되기 전 관세청장에 올랐고, 연이어 통상산업부 차관과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내며 ‘장관후보 0순위’ 엘리트 공무원으로 통했다. 외환위기 사태가 없었다면 지금도 ‘장관을 직업으로 삼았을지 모른다’는 평가다.
그러나 98년 3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10년간 그는 본업인 공직을 벗어나 야인(野人)으로 활동했다. 한동안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좌절되며 재기의 칼을 갈아왔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경제전문가인 그의 발언권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 대통령이 주장한 ‘연간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라는 이른바 ‘747’ 공약의 뼈대를 만든 주역이 됐다. 자연스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와 이번에 신설되는 기획재정부 장관직까지 꿰찼다. 이른바 ‘강만수 경제팀’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그는 그동안 잘 알려진 대로 ‘감세와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뿐 아니라 경제부서 후배들의 신뢰도 두터워 그를 정점으로 하는 정책 팀워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바로 대통령선거 유세가 시작된 지 1년도 안 돼 급전직하한 세계경제다. ‘이명박 정부’의 첫 걸림돌은 다름 아닌 경제성장률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 7% 성장률이란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 장본인인 만큼, 국민의 기대 수준에 근접하는 경제부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순간 책임을 지고 단명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막판까지 인수위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경제부처 장관이 아닌 ‘강만수 감사원장설’이 강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결국은 그에게 경제정책의 전권이 주어졌다. 공약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대통령의 의중으로 봐도 될까? 이제 그의 실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