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유의 ‘사진작가의 스튜디오 안’
두 질문에 대한 예술가들의 대답은 당연히 “No”다. 심지어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선비나 청교도인 양 돈을 독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작품값이 오르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예술가 역시 예술이라는 생산활동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가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본주의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돈이나 자본주의를 작품의 중요한 콘셉트로 끌어오는 경우도 있다.
최근 ‘예술과 자본’의 관계에 관한 전시가 열렸다. ‘예술과 자본 : Spiritual Odyssey’전은 예술과 자본의 관계성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21세기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예술의 또 다른 사회적 기능을 모색하는 전시다. 참여작가는 인도의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 일본의 안테나와 히로시 후지, 중국의 샤오유, 태국의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자, 한국의 플라잉시티와 이동기, 이중근이다.
1_ 이중근의 ‘캐치 미 이프 유 캔’<br> 2_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의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현대생활에서 버려지고 쓸모없는 물건을 모아 새로운 작품으로 ‘리사이클링’하는 작가 히로시 후지는 이번 전시에 ‘Introduction to Kaekko System’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은 장난감을 가져와 교환할 수 있는 일본의 가에코(Kaekko) 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대적 물질가치 교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는 제도화된 모더니즘을 비웃는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계급과 제도에 관한 냉소적 고찰을 담은 ‘Time Book’을 전시한다. 두 작품 모두 모더니즘 시대 특수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던 고급예술(High Art)과 자본주의 시대에서 노동계급이 당하는 차별적 상황을 지적한다.
사실 근대 이후 자본과 미술의 관계는 상당히 밀접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대,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는 아시아에서는 미술과 자본의 결합에서도 새로운 양상이 목격된다. ‘예술과 자본 : Spiritual Odyssey’전과 같은 주제로 열린 세미나(2월1일 홍익대)는 작가와 큐레이터뿐 아니라 갤러리스트, 저널리스트, 사회학자, 경제학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토대로 토론을 벌였다. 1. 현대미술과 자본은 분리될 수 없는 공동체라는 전제하에 둘의 발전적 관계 형성은 가능한가. 2. 미술이 자본에 의해 피해받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적 시스템은 필요한가. 3. 지금까지 서구 미술계가 주도해오던 예술과 자본의 공유 시스템은 완전한 것인가.
이 모두 “Yes or No”를 쉽게 하기가 힘든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질문들이다. 전시는 2월1일부터 29일까지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