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딥 임팩트 프로젝트가 연출한 장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날아가는 총알을 맞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언론 보도가 과장이 아닐 만큼, 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최고의 우주쇼’이자 우주 개척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거사였다(주간동아 493호 참조).
그러나 한편에선 우주공간을 떠도는 돌덩어리를 맞히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혜성의 파편을 얻어 우주 생성의 비밀을 푸는 일이 당장 인간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올지 납득을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에 발을 붙이고 사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저 미국처럼 잘 먹고 잘사는 나라나 관심을 가질 만한 ‘지적 사치’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NASA는 3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는데, 이 정도는 우주 관련 프로젝트 자금 가운데 ‘아담한’ 규모에 속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NASA는 이 같은 비판에 위기감이 고조돼 조직 차원에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우주기술이 당장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의회의 질타가 이어지는가 하면, 부시 정부는 우주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리기까지 했다. 미국이라고 해도 정치 논리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NASA “우주 성과물 일상과 밀접”
하지만 이런 공세에도 NASA는 꿋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NASA는 여전히 인류 우주도전사의 증인이자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이라는 인식이 미국 국민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이 우주 개척의 일인자라는 자부심이 고취됐음은 물론, 우주 기술에서 얻은 성과물이 곧장 일상생활에 적용된다”는 논리를 미국 사회에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는 우주기술이 들어 있다. 작게는 디지털 체온계에서부터 지뢰 제거기, 인공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우주기술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레이저 검과 광속을 뛰어넘는 타임워프 우주선. 우주기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상들이다. 뭔가 거대할 것 같고,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할 수준의 엄청난 기술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이러니 보통 사람들은 우주기술이 체온계에 적용된다는 사실에 의아해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귀형 체온계(귀에 넣어 온도를 재는 체온계)가 바로 이 우주기술을 채용한 귀한 발명품이다. 귓속에 넣으면 바로 ‘삐’ 하는 신호음과 함께 정확한 체온을 표시하는 귀형 체온계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광학온도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NASA는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혜성과 항성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적외선을 쏘아 온도를 측정하는 광학온도계를 개발했고, 이 기술은 다시 의료용 체온계로 거듭난 것이다.
뼈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깁스 재료도 우주기술의 산물이다. 요즘은 깁스 재료로 석고 대신 거품형의 고분자물질을 사용하는데, 가볍고 충격에 강해 환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고분자물질이 우주 셔틀의 외부 탱크에 사용되는 거품 절연재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우주선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는 고열·고압·진동 등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함은 물론이고 가벼운 무게는 필수. 때문에 우주선에 사용되는 재료는 어디에서든 진가를 발휘한다. 물론 인체에도 예외는 아니다.
초소형 인공심장 개발 등 생명 연장에 중요한 구실
우주기술은 생명 연장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우주선의 연료펌프 기술은 초소형 인공심장을 탄생시켰다. 길이 2인치(5.1cm)에 지름 1인치(2.54cm), 무게 4온스(113.4g)의 인공심장은 2000년부터 유럽에서 임상실험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우주 셔틀의 식물성장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특수조명은 어린이 뇌종양 치료에 활용된다. 위스콘신 의과대학 연구팀은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광동력학 치료로 뇌종양을 제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의 신체 검사에 사용하던 측정 장치는 머리 부상을 당한 환자의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므로 비행사가 지구에 귀환하는 경우 몇 단계 적응기간을 거쳐 정상적으로 신체가 활동하는지 철저한 모니터링을 거쳐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측정 장치는 머리 부상을 당한 환자나 현기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앙 신경 이상을 보이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훌륭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대형 의료센터에 이 기기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우주선에 사용된 소형 실험도구 제작기술은 고속혈액 분석장치에, 회전 세포배양기술은 기관지 이식수술에 각각 적용되고 있다. 우주기술이 의료 현장을 혁신하고 있는 셈이다.
우주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의료 분야뿐만이 아니다. 우주 셔틀에 사용되는 로켓 연료는 지뢰 제거에 이용된다. 폭발성 있는 불꽃을 활용해 지뢰를 무력화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택배업체들이 자사의 차량 이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차량 추적기술도 뿌리는 우주기술이다. 우주선을 추적·감시하는 기술이 차량으로 옮겨진 것이다. 대부분의 위치추적 기술은 바로 이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일부분이듯,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기술과 도구에 우주기술이 숨어 있는 셈이다. 우주를 가르며 날아가는 우주선에는 우리가 미래에 사용할 수많은 도구와 기술들이 블록처럼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설령 과장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우주공간을 떠도는 돌덩어리를 맞히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혜성의 파편을 얻어 우주 생성의 비밀을 푸는 일이 당장 인간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올지 납득을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에 발을 붙이고 사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저 미국처럼 잘 먹고 잘사는 나라나 관심을 가질 만한 ‘지적 사치’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NASA는 3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는데, 이 정도는 우주 관련 프로젝트 자금 가운데 ‘아담한’ 규모에 속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NASA는 이 같은 비판에 위기감이 고조돼 조직 차원에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우주기술이 당장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의회의 질타가 이어지는가 하면, 부시 정부는 우주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리기까지 했다. 미국이라고 해도 정치 논리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NASA “우주 성과물 일상과 밀접”
하지만 이런 공세에도 NASA는 꿋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NASA는 여전히 인류 우주도전사의 증인이자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이라는 인식이 미국 국민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이 우주 개척의 일인자라는 자부심이 고취됐음은 물론, 우주 기술에서 얻은 성과물이 곧장 일상생활에 적용된다”는 논리를 미국 사회에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는 우주기술이 들어 있다. 작게는 디지털 체온계에서부터 지뢰 제거기, 인공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우주기술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레이저 검과 광속을 뛰어넘는 타임워프 우주선. 우주기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상들이다. 뭔가 거대할 것 같고,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할 수준의 엄청난 기술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이러니 보통 사람들은 우주기술이 체온계에 적용된다는 사실에 의아해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귀형 체온계(귀에 넣어 온도를 재는 체온계)가 바로 이 우주기술을 채용한 귀한 발명품이다. 귓속에 넣으면 바로 ‘삐’ 하는 신호음과 함께 정확한 체온을 표시하는 귀형 체온계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광학온도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NASA는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혜성과 항성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적외선을 쏘아 온도를 측정하는 광학온도계를 개발했고, 이 기술은 다시 의료용 체온계로 거듭난 것이다.
뼈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깁스 재료도 우주기술의 산물이다. 요즘은 깁스 재료로 석고 대신 거품형의 고분자물질을 사용하는데, 가볍고 충격에 강해 환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고분자물질이 우주 셔틀의 외부 탱크에 사용되는 거품 절연재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우주선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는 고열·고압·진동 등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함은 물론이고 가벼운 무게는 필수. 때문에 우주선에 사용되는 재료는 어디에서든 진가를 발휘한다. 물론 인체에도 예외는 아니다.
초소형 인공심장 개발 등 생명 연장에 중요한 구실
우주기술은 생명 연장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우주선의 연료펌프 기술은 초소형 인공심장을 탄생시켰다. 길이 2인치(5.1cm)에 지름 1인치(2.54cm), 무게 4온스(113.4g)의 인공심장은 2000년부터 유럽에서 임상실험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우주 셔틀의 식물성장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특수조명은 어린이 뇌종양 치료에 활용된다. 위스콘신 의과대학 연구팀은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광동력학 치료로 뇌종양을 제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의 신체 검사에 사용하던 측정 장치는 머리 부상을 당한 환자의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므로 비행사가 지구에 귀환하는 경우 몇 단계 적응기간을 거쳐 정상적으로 신체가 활동하는지 철저한 모니터링을 거쳐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측정 장치는 머리 부상을 당한 환자나 현기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앙 신경 이상을 보이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훌륭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대형 의료센터에 이 기기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우주선에 사용된 소형 실험도구 제작기술은 고속혈액 분석장치에, 회전 세포배양기술은 기관지 이식수술에 각각 적용되고 있다. 우주기술이 의료 현장을 혁신하고 있는 셈이다.
우주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의료 분야뿐만이 아니다. 우주 셔틀에 사용되는 로켓 연료는 지뢰 제거에 이용된다. 폭발성 있는 불꽃을 활용해 지뢰를 무력화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택배업체들이 자사의 차량 이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차량 추적기술도 뿌리는 우주기술이다. 우주선을 추적·감시하는 기술이 차량으로 옮겨진 것이다. 대부분의 위치추적 기술은 바로 이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일부분이듯,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기술과 도구에 우주기술이 숨어 있는 셈이다. 우주를 가르며 날아가는 우주선에는 우리가 미래에 사용할 수많은 도구와 기술들이 블록처럼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설령 과장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