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가슴에 품을 도시 파리는 도시 전체가 건축물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더니티의 수도이자 현대 하이테크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집스레 지켜온 건축물의 전통과 그것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현대성을 함께 맛보는 것도 파리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경험일 것이다. 〈편집자〉
루브르박물관과 그 앞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
센강 변의 도보 여행은 시테섬을 시작점으로 하여 에펠탑을 서쪽 끝점으로 잡는 것도 한 방법. 약 7km 거리에 미술관 등지를 찬찬히 둘러보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파리의 심장이자, 시테섬 최고의 명소인 노트르담성당은 고딕 건축물로 ‘우리들의 귀부인’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높이가 110m에 이르는 이 건물은 14세기 초 완성될 당시 파리에서 가장 높아 ‘탐욕스러운 파리의 돌연변이’로 여겨졌다고 한다. 프랑스대혁명 때는 한동안 술 창고로 쓰이면서 많이 손상되기도 했는데 위고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대대적으로 복원되었다.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퐁피두센터도 주요 볼거리
현대 재건축의 상징인 퐁피두센터.
프랑스의 토목기사인 에펠이 설계한 에펠탑.
강변 동쪽엔 아랍세계연구소 등 현대적 건물 많아
다시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드디어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다. 노트르담성당이 파리의 돌연변이 1호였다면, 에펠탑은 돌연변이 2호. 고층 빌딩이 없었던 1889년, 혁명 100주년 기념을 위해 공학자이자 토목기술자인 에펠에 의해 세워진 에펠탑은 7년 후 철거될 예정이던 임시 구축물이었다.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시민들의 반대 속에서 악평에 시달렸던 에펠탑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철거가 미뤄지다가 이후 안테나가 설치되면서 점점 사랑을 받게 되었다. 1만2000개의 철제 조각이 밀리미터까지 맞춰 정확하게 조립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시테섬을 중심으로 센강 변의 서쪽이 고전의 파노라마였다면, 동쪽은 사뭇 이색적이다. 고전 문화를 대표할 만한 뚜렷한 볼거리는 없지만 현대적인 파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생루이섬 앞, ‘고대의 파리와 현대 파리의 대화’라고 불리는 아랍세계연구소는 센강을 따라 휘어진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건물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 그러나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남쪽의 정문으로 들어가면 그 이유를 곧바로 알 수 있다. 건물의 정면 전체가 카메라의 조리개 형상을 한 수천 개의 창으로 이루어진 것. 더 놀라운 점은 그 조리개가 전기로 광량과 온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아라비아 문양의 고전성에 현대의 첨단 테크놀러지가 결합된 백미다.
또한 보는 이를 압도하는 100m 높이의 미테랑국립도서관도 주요 볼거리다. 펼쳐진 책 모양을 한 4개의 유리 타워와 타워 한가운데에 깊고 넓게 조성된 숲은 건축물 내부로 자연을 끌어들이려는 환경 친화적인 따스한 하이테크다. 도서관 뒤쪽에 있는 복합상영관인 MK2도 볼 만한 곳. 인천국제공항 실내 조경, 서울의 가나아트센터 등 이미 10개가 넘는 건축 작품을 한국에 선보인 바 있는 장 미셸 빌모트의 작품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퐁네프 다리, 오르세미술관, 노트르담성당(왼쪽부터).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시테섬에서 미테랑국립도서관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강변의 예술가들과 사랑스런 연인들, 그리고 19세기 상수도가 건설되면서 거의 사라진, 아주 옛날에는 중요한 직업이었던 물장수를 만날 수 있는 낭만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열심히 걷기를. 비록 아랍계통의 남자가 관광객을 상대로 파는 맛없는 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