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연습에 열중하는 박지은(왼쪽)과 한희원.
“어, 왜 이렇게 망가졌지?”
같이 라운드를 하던 탤런트 C씨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필자는 몇 달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서 아직 몸이 골프에 적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가수 Y씨는 “내가 보기엔 샤프트 강도가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C씨는 Y씨의 S(stiff·가장 강한 샤프트) 스펙을 빌려 쳐보고는 “정말 잘 맞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플레이가 끝난 뒤 필자는 어쩌다 잘 맞은 것일 수도 있으니 신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C씨는 그동안 방향성에 문제가 있었던 이유가 바로 샤프트 강도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Y씨는 70대 초반을 치는 싱글 골퍼였기에 그가 지적하는 것은 ‘진리’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뒤 다시 골프장에서 만났을 때 C씨는 샤프트 강도를 S로 올린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방향성 문제가 해결돼 만족스럽다면서 좋아했다. 본인이 만족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만족감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C씨는 늦은 저녁 필자를 찾아왔다. 아무래도 S강도가 자신에게 버거운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방향성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C씨의 고민은 이랬다. 정말 잘 맞으면 방향성도 기가 막히고 비거리도 만족스러우나, 무난하게 쳤을 때는 거리가 예전보다 20야드 이상 줄고 특히 미스샷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C씨에게 ‘자기 몸에 맞는 골프채’를 고르지 말고 ‘자기 맘에 드는 골프채’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사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시작되는 봄철엔 온갖 신상품이 골퍼들을 유혹한다. 거리가 10야드 더 나가며 방향성이 개선됐다고 잡지, 신문, TV를 통해서 광고를 쏟아낸다. 이들 말대로라면 벌써 드라이버가 약 1000m는 나가야 한다. 그러나 메커니즘상 드라이버의 거리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골퍼들에게 신상품을 팔기 위한 상술일 뿐인 것이다.
필자는 옆에서 조언해주는 골퍼 의견에 지나치게 민감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골프는 민감한 운동이어서 사람마다, 그리고 성격에 따라 선호하는 골프클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누가 치니까’ ‘누가 권하니까’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겨울철 클럽을 잡지 않았거나 연습량이 적다면 한단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몸에 맞는다고 새로운 클럽을 선택했다가는 올 한 해 골프가 짜증날 수 있다. 무엇보다 맘에 맞는 클럽을 믿고 꾸준히 플레이할 때 좋은 결과가 따라주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