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쉽게 ‘찰칵찰칵’ 하는 사진 찍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낸 디지털 카메라는 21세기 대한민국을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도시락 사진은 결식아동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고발했고,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진의 힘을 실감한 사례인 셈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즉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격언은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다.
과학 세계에서도 사진의 위력은 메가톤급이다.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과학사를 뒤바꿔놓는다. DNA 모형의 창안자이자 위대한 생명과학자로 명성을 얻은 왓슨과 크릭 역시 단 한 장의 사진에서 위대한 동기를 얻었다. 불운한 여성과학자인 로잘린 프랭클린이 찍은 한 장의 X선 사진을 통해 DNA가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아챘고, 그들은 이 사진을 통해 과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
10억분의 1초 ‘나노 카메라’도 이젠 구식
또한 우주공간에 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사진 한 장 한 장은 모두 우주의 비밀을 여는 열쇠이다. 그만큼 과학에서 사진은 사실을 규명하고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더욱 정확하고 선명한 사진을 찍는 데 열광한다. 사진은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마법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셔터 속도는 얼마나 될까. 0.01초? 0.0001초?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숫자를 읊어보자. 요즘은 나노(nano·n)시대라고 하니, 10의 마이너스 9승(10-9) 정도는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즉, 셔터 속도 10억분의 1초 정도면 나노시대에 걸맞은 카메라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나노초 카메라가 진정 세계 챔피언일까.
유감스럽게도 나노초 카메라는 세계 최고에 비하면 몇 수나 아래다. 현존하는 최고의 카메라 셔터 속도는 무려 1천조분의 1초(0.000000000000001초)나 된다. 10의 마이너스 15승(10-15), 즉 펨토(femto·f)의 세계다.
그러나 펨토초 카메라가 천하를 호령하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을 듯하다. 과학자들이 이보다 더 빠른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의 마이너스 18승 초(10-18)라는 이름도 생소한 아토(atto·a)초 레이저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1980년대에 원자현미경을 개발해 물질을 이루는 기본단위인 분자와 원자를 찍는 데 성공했다. 이 업적으로 인간은 삼라만상의 모든 비밀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실제 처음으로 원자 사진을 얻었을 때, 전 세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질의 근원에 대한 해답이당장 손에 잡힌 듯했지만 기대는 곧 한계에 부딪혔다. 분자의 크기에는 접근했으나, 시간에는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자 간의 상호작용은 펨토초 단위에서 일어나므로 원자현미경만으로는 그 빠른 반응을 쫓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가만히 서 있는 슈퍼맨을 찍으면 그의 가슴에서 빛나는 S마크까지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슈퍼맨을 찍으면 S마크는 고사하고 형체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도 흐릿한 흔적만이 남을 테니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진이 되고 만다. 빛의 빠르기로 움직이는 슈퍼맨을 찍으려면 그만큼 빠른 카메라가 필요한 셈이다. 분자 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각각의 수소와 산소 분자를 촬영할 수는 있지만, 이들이 결합해서 물이 되는 과정은 포착할 수 없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더욱 빠른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수소 분자가 산소 분자에 어떻게 달라붙는지 움직임을 알고 싶은 것이다. 100m 달리기 선수의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가 달리는 모습을 찍어 느린 동작으로 분석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것처럼 분자가 움직이는 순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 운동을 이해하고 또한 제어방법을 찾을 수 있다.
분자 운동 순간 사진 촬영 성공 … 전자 운동 포착도 멀지 않아
그러나 문제는 분자운동을 촬영하기 위해 빛을 10-15 정도의 빠르기로 제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사진작가들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빛과 싸우듯, 과학자들은 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짧고 빠른 빛 만들기에 나섰다. 날아가는 테니스공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약 수천분의 1초의 노출시간이 필요하듯, 분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아예 빛의 길이를 짧게 만들 수 있느냐에 성패 여부가 갈린다. 즉 관건은 얼마나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택한 방법은 같은 위상을 가지는 넓은 파장 영역의 광원을 이용해 펄스(pulse·매우 짧은 지속 시간을 갖는 전기의 흐름)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파장의 빛이 같은 위상을 가지면 간섭효과에 의해 펄스의 빛이 생기는 점에 착안해 펨토초 레이저 발진에 성공했다. 이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궤적의 추적이 가능하게 됐다. 분자운동의 순간 사진 촬영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직 이 기술이 정착된 것은 아니다. 속속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분자 사진 촬영에 대한 보고가 나오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인간의 눈으로 분자의 움직임을 쫓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과학자들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분자의 움직임보다 더 빠른 전자의 움직임을 잡아내려 한다. 문제의 해답은 좀더 짧은 펄스의 레이저 발진에 있다. 이것은 X선의 연구와 관련이 있는데, 과학자들은 X선을 발생시키는 실험 도중 원자 기체에 강한 세기의 레이저를 쬐어 아주 짧은 파장의 X선을 얻었다. 이는 기존의 펨토초 레이저를 능가하는 것으로, 여기서 아토초 레이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구현한 가장 짧은 파장의 레이저는 250아토초 정도. 2004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공동연구팀이 250아토초의 X선 펄스를 조사하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기술이 구현되는 경우 원자 내부에서 움직이는 전자 운동을 포착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의 빠른 움직임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사(實寫)로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가시 영역을 무한대로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
과학 세계에서도 사진의 위력은 메가톤급이다.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과학사를 뒤바꿔놓는다. DNA 모형의 창안자이자 위대한 생명과학자로 명성을 얻은 왓슨과 크릭 역시 단 한 장의 사진에서 위대한 동기를 얻었다. 불운한 여성과학자인 로잘린 프랭클린이 찍은 한 장의 X선 사진을 통해 DNA가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아챘고, 그들은 이 사진을 통해 과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일궈낼 수 있었다.
10억분의 1초 ‘나노 카메라’도 이젠 구식
또한 우주공간에 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사진 한 장 한 장은 모두 우주의 비밀을 여는 열쇠이다. 그만큼 과학에서 사진은 사실을 규명하고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더욱 정확하고 선명한 사진을 찍는 데 열광한다. 사진은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마법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셔터 속도는 얼마나 될까. 0.01초? 0.0001초?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숫자를 읊어보자. 요즘은 나노(nano·n)시대라고 하니, 10의 마이너스 9승(10-9) 정도는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즉, 셔터 속도 10억분의 1초 정도면 나노시대에 걸맞은 카메라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나노초 카메라가 진정 세계 챔피언일까.
유감스럽게도 나노초 카메라는 세계 최고에 비하면 몇 수나 아래다. 현존하는 최고의 카메라 셔터 속도는 무려 1천조분의 1초(0.000000000000001초)나 된다. 10의 마이너스 15승(10-15), 즉 펨토(femto·f)의 세계다.
그러나 펨토초 카메라가 천하를 호령하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을 듯하다. 과학자들이 이보다 더 빠른 카메라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의 마이너스 18승 초(10-18)라는 이름도 생소한 아토(atto·a)초 레이저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원자현미경의 개념도. 원자의 굴곡 위를 움직이는 탐침을 레이저로 측정하여 원자를 표현한다.
가만히 서 있는 슈퍼맨을 찍으면 그의 가슴에서 빛나는 S마크까지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슈퍼맨을 찍으면 S마크는 고사하고 형체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도 흐릿한 흔적만이 남을 테니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진이 되고 만다. 빛의 빠르기로 움직이는 슈퍼맨을 찍으려면 그만큼 빠른 카메라가 필요한 셈이다. 분자 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각각의 수소와 산소 분자를 촬영할 수는 있지만, 이들이 결합해서 물이 되는 과정은 포착할 수 없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더욱 빠른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수소 분자가 산소 분자에 어떻게 달라붙는지 움직임을 알고 싶은 것이다. 100m 달리기 선수의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가 달리는 모습을 찍어 느린 동작으로 분석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것처럼 분자가 움직이는 순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 운동을 이해하고 또한 제어방법을 찾을 수 있다.
분자 운동 순간 사진 촬영 성공 … 전자 운동 포착도 멀지 않아
그러나 문제는 분자운동을 촬영하기 위해 빛을 10-15 정도의 빠르기로 제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사진작가들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빛과 싸우듯, 과학자들은 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짧고 빠른 빛 만들기에 나섰다. 날아가는 테니스공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약 수천분의 1초의 노출시간이 필요하듯, 분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아예 빛의 길이를 짧게 만들 수 있느냐에 성패 여부가 갈린다. 즉 관건은 얼마나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택한 방법은 같은 위상을 가지는 넓은 파장 영역의 광원을 이용해 펄스(pulse·매우 짧은 지속 시간을 갖는 전기의 흐름)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파장의 빛이 같은 위상을 가지면 간섭효과에 의해 펄스의 빛이 생기는 점에 착안해 펨토초 레이저 발진에 성공했다. 이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궤적의 추적이 가능하게 됐다. 분자운동의 순간 사진 촬영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직 이 기술이 정착된 것은 아니다. 속속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분자 사진 촬영에 대한 보고가 나오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인간의 눈으로 분자의 움직임을 쫓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과학자들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분자의 움직임보다 더 빠른 전자의 움직임을 잡아내려 한다. 문제의 해답은 좀더 짧은 펄스의 레이저 발진에 있다. 이것은 X선의 연구와 관련이 있는데, 과학자들은 X선을 발생시키는 실험 도중 원자 기체에 강한 세기의 레이저를 쬐어 아주 짧은 파장의 X선을 얻었다. 이는 기존의 펨토초 레이저를 능가하는 것으로, 여기서 아토초 레이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구현한 가장 짧은 파장의 레이저는 250아토초 정도. 2004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공동연구팀이 250아토초의 X선 펄스를 조사하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기술이 구현되는 경우 원자 내부에서 움직이는 전자 운동을 포착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의 빠른 움직임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사(實寫)로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가시 영역을 무한대로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