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가는 길에 흑1로 무심코 들여다본 수가 흐름을 꼬이게 만들었다. 처럼 무조건 백1로 받을 줄 알았다. 그러면 흑4까지 냉큼 젖혀 이어, 다음 백이 한 점(3)을 버리자니 아깝고 후수로 살리자니 똘똘 뭉친 모양이고…. 내심 그런 그림을 그리고 흑1을 두었는데 백2로 내려뻗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흑3이 어쩔 수 없을 때 백4로 보강하자, 흑1이 오히려 상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준 이적수가 되었다.
만약 의 백1 때 눈 질끈 감고 흑2로 끊으면 어찌되는가. 불행히도 백3의 치중수가 대기하고 있다. (이어 흑5로 차단하는 것은 백A로 찌르는 순간 요석 두 점이 떨어져나가므로) 흑4가 불가피한데, 백은 5로 귀를 도려내며 산 모습인 데 비해 흑이 후수로 겨우 연결만 해간 꼴.
아차 하는 순간 크게 당했다 싶은 왕리청 9단은 흑5·7로 A의 단점을 보강하면서 백대마의 공격을 엿보았으나, 흑15까지 귀를 최대한 쪼그려뜨려 놓은 뒤 백16으로 날아버리며 중원을 장악하니 도대체 무얼 했는지 알 수 없는 모양이 되었다. 292수 끝, 백 불계승.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