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처의 지난 1년간 행정 업무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 묻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 좋은 정책을 펴겠다’는 다짐을 받는 자리가 국감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예고한 국토부를 향한 질타는 9월 29일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행한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새누리당 이정현 원내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새누리당이 국감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김 의원의 처지도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새누리당이 최고위원회의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전환하고, 정 의장의 사퇴를 위한 비대위 총괄본부장에 김 의원을 임명한 것. 국감 기간 비대위 총괄본부장이라는 감투를 쓴 김 의원을 보며 그의 지역구 주민들은 어떤 심정일까. ‘벼락출세’라고 반길까, 아니면 “뭣이 중헌디”라며 다음 선거를 벼를까.
새누리당 의원들은 9월 28일 이 대표의 ‘국감 복귀 요청’을 의원총회에서 거부했다. 그러나 국감 거부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일부 의원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방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의원은 9월 29일 ‘국감 거부’란 당론에도 국감에 출석해 위원장으로서 국감 개시를 선언했고,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국감에 나 홀로 참석했다. 29일 현재 국감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 새누리당 의원과 보좌진은 “여름휴가도 못 가고 열심히 국감을 준비했는데, 실력 발휘할 기회조차 없어 안타깝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당의 공천을 받은 만큼 당론을 거스르기 힘들다 해도 작금의 사태는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 신분을 망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보다 당 지도부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번 국감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아 설립 및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재단법인 미르 관련 문제가 상임위원회마다 도마 위에 올라 사실상 ‘최순실 국감’이 됐다. 특히 9월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최씨의 딸 정모 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야당 단독 국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이 최씨 자녀 문제로 번지자 여당도 수수방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