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의 벤처 업종은 영화다. 이 말은 그런데, 사실 정확하지 않다. 창업하는 100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돈을 버는 기업은 고작 한두 곳이라는 벤처기업의 성공률에 비춰보면 요즘 한국영화는 ‘벤처’라기보다는 수익이 ‘거의 확실한’ 안정적인 투자 대상에 가깝다. 그러니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바람난 가족’ 인터넷 펀드 공모가 2분 만에 마감됐다고 하니 영화계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기는 하는 모양이다.
7월에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5.9%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영화의 선전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7월 성적이 이 정도라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7월은 방학철이라 영화계 전체로선 전통적으로 성수기지만 한국영화에게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할리우드도 여름이 황금시즌이라 이 대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영화사들은 이 여름 시즌을 피해 가야 했다. ‘전략적 후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큰 몫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영화들이 ‘여름 전쟁’에 끼어들고 있고 그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의 경우에도 ‘싱글즈’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같은 영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할리우드물을 눌렀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아직 정면 승부에서 이기지 못한 분야가 있다. 큰돈을 들여 만드는 이른바 블록버스터에서는 아직 한국 쪽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100억원을 들여 만든 ‘튜브’(사진)라는 작품이 있지만 이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를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의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예스터데이’ 등에 이어 대작의 참패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블록버스터라 할 만한 흐름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쉬리’의 성공 이후다. 그러나 몇 편의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산 대작 영화들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비천무’ ‘무사’ ‘로스트메모리즈’ 등은 모두 수십억원의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 화제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아직 할리우드에 맞서기는 역부족일까. 다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영학에서 말하는 경쟁전략 측면에서 단순화해 보자면 이유를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경영학은 상품의 경쟁우위 요건으로 흔히 비용과 차별화 전략을 든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거나 동종의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블록버스터는 이중 특히 차별화에 실패했다. 할리우드 제품과의 물량 경쟁은 애당초 감당할 수 없는 게임이다. 한국에선 수십억원이 적잖은 돈이지만 제작비 1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서는 할리우드 대작에는 비할 수 없다.
올해 개봉된 ‘튜브’는 주인공이 모터사이클로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고 역을 빠져나가는 지하철로 돌진해 뒤꽁무니에 매달리는 장면에 많은 돈을 들였다지만 이 장면은 봐줄 만한 정도지, 관객을 빨아들일 만한 수준은 못 됐다. 결국 ‘할리우드물에서나 볼 수 있는 스펙터클’ 등의 수식어를 붙이려는 건 어설픈 흉내내기에 그치기 십상이다. 할리우드의 마이너급 아류를 만드는 데 불과하다. 진짜 할리우드제품을 살 수 있는데, 같은 가격으로 모방 제품을 살 소비자가 있겠는가. 처음에는 ‘한국판’이라는 것 자체가 차별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쉬리’의 성공은 영화 자체의 스케일이나 박진감 넘친 스토리 이외에 ‘제1호’라는 프리미엄에도 상당부분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프리미엄은 시효가 길지 못했다.
결국 블록버스터 이상의, 특유의 스토리 라인이나 영화적 상상력으로 할리우드제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란 건 자본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충무로에 돈이 많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돈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돈이 넘쳐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돈이 지나치게 많으면 거품과 과잉투자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건 1990년대 후반 한국경제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과거 돈이 없을 때의 한을 풀 듯 자본의 힘으로 만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7월에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5.9%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영화의 선전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7월 성적이 이 정도라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7월은 방학철이라 영화계 전체로선 전통적으로 성수기지만 한국영화에게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할리우드도 여름이 황금시즌이라 이 대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영화사들은 이 여름 시즌을 피해 가야 했다. ‘전략적 후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큰 몫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영화들이 ‘여름 전쟁’에 끼어들고 있고 그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의 경우에도 ‘싱글즈’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같은 영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할리우드물을 눌렀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아직 정면 승부에서 이기지 못한 분야가 있다. 큰돈을 들여 만드는 이른바 블록버스터에서는 아직 한국 쪽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100억원을 들여 만든 ‘튜브’(사진)라는 작품이 있지만 이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를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의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예스터데이’ 등에 이어 대작의 참패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블록버스터라 할 만한 흐름이 시작된 것은 1999년 ‘쉬리’의 성공 이후다. 그러나 몇 편의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산 대작 영화들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비천무’ ‘무사’ ‘로스트메모리즈’ 등은 모두 수십억원의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 화제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아직 할리우드에 맞서기는 역부족일까. 다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영학에서 말하는 경쟁전략 측면에서 단순화해 보자면 이유를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경영학은 상품의 경쟁우위 요건으로 흔히 비용과 차별화 전략을 든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거나 동종의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독특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블록버스터는 이중 특히 차별화에 실패했다. 할리우드 제품과의 물량 경쟁은 애당초 감당할 수 없는 게임이다. 한국에선 수십억원이 적잖은 돈이지만 제작비 1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서는 할리우드 대작에는 비할 수 없다.
올해 개봉된 ‘튜브’는 주인공이 모터사이클로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고 역을 빠져나가는 지하철로 돌진해 뒤꽁무니에 매달리는 장면에 많은 돈을 들였다지만 이 장면은 봐줄 만한 정도지, 관객을 빨아들일 만한 수준은 못 됐다. 결국 ‘할리우드물에서나 볼 수 있는 스펙터클’ 등의 수식어를 붙이려는 건 어설픈 흉내내기에 그치기 십상이다. 할리우드의 마이너급 아류를 만드는 데 불과하다. 진짜 할리우드제품을 살 수 있는데, 같은 가격으로 모방 제품을 살 소비자가 있겠는가. 처음에는 ‘한국판’이라는 것 자체가 차별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쉬리’의 성공은 영화 자체의 스케일이나 박진감 넘친 스토리 이외에 ‘제1호’라는 프리미엄에도 상당부분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프리미엄은 시효가 길지 못했다.
결국 블록버스터 이상의, 특유의 스토리 라인이나 영화적 상상력으로 할리우드제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란 건 자본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충무로에 돈이 많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돈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돈이 넘쳐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돈이 지나치게 많으면 거품과 과잉투자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건 1990년대 후반 한국경제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과거 돈이 없을 때의 한을 풀 듯 자본의 힘으로 만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