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달구어 해머로 두드려 만든 단조품이 용접이나 쇠를 녹여 부어 만든 주물제품보다 강도 등 모든 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을 써도 비난받지 않는 부품 중 하나가 간류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8년 11월15일 강원도 원주시 찬교역 관내에서 화물 열차 한 대가 선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탈선한 뒤 뒤집힌 사고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가 없어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기관차와 화차 6량이 일부 부서지고 화차 한 량은 완전히 부서지는 큰 피해를 보았다. 사고 원인은 열차의 방향을 바꿔주는 선로 전환기 기계부품의 고장 때문이었다. 선로 전환기 레일 쪽 기계부품의 너트가 진동으로 풀어지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선로 전환기는 전동기(모터)의 힘으로 레일(선로)을 전환시켜 열차나 전철의 운행방향을 조정하고 이들이 통과하기까지 레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장치. 이 장치의 결함은 곧 탈선을 의미할 정도로 철도 안전에 핵심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세계적으로 대형 인명 피해를 낸 철도사고의 90% 이상이 이 장치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철도청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선로 부품 중 하나기도 하다. 철도청은 각 운행 구간의 선로 전환기 간류(間流) 부품을 설치할 때 반드시 단조품(鍛造品)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은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서울시 지하철공사(1~4호선)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철도에서 사용을 금지한 용접과 주물제품을 선로 전환기 기계부품(간류, 사진 참조)으로 사용함으로써 사고 위험에 노출해 있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전 세계 철도와 지하철을 통틀어 선로 전환기 간류 부분에 용접이나 주물 제품을 쓰는 곳은 국내 지하철밖에 없다며 놀라워하는 실정이다.
철도청 신호제어과 Q씨는 “쇠를 달구어 해머로 두드려 만든 단조품이 용접이나 쇠를 녹여 부어 만든 주물제품보다 강도 등 모든 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을 써도 비난받지 않는 부품 중 하나가 간류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류를 용접이나 주물제품으로 쓰는 것은 규정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열차 진동에도 탈선이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라며 “속도가 빠른 새마을호 운행 구간에 이런 간류를 쓸 경우 탈선은 물론, 기차가 공중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며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단조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용접과 주물제품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하철 1~4호선 구간 488조의 선로 전환기와 5~8호선 841조의 선로 전환기 간류의 대부분은 용접과 주물제품이다.
그렇다면 차량-선로 등에서 철도의 규격을 표준으로 삼는 지하철이 선로 전환기 간류 부분에서만은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은 콘크리트 지반이므로 철도보다 진동이 덜하고, 선로 전환기의 운행 횟수가 적기 때문에 단조제품이 아니라도 이상이 없다는 반론을 펼친다. 즉 철도와 지하철은 근본적으로 간류에 가하는 부하가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강한 가공방법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당선-일산선 등 철도청이 운행하는 국철(전철) 구간의 간류에도 모두 단조품이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지하철의 이런 주장이 무색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분당선 국철 수서역의 경우 콘크리트 지반에 같은 유형의 지하철을 운행하였지만 선로 전환기 간류는 모두 단조품이다. 그리고 운행 횟수 면에서도 바로 위층에 있는 지하철 3호선 수서역의 그것보다 훨씬 적다. 즉 똑같은 환경이지만 철도는 단조품을, 지하철은 용접과 주물제품을 선택한 것.
철도청 망우제어사무소 김봉수 계장은 이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가 예산을 낭비한단 말이냐”고 되물으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로, 다른 모든 부분에서는 철도의 규정을 따라 하는 지하철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그는 “용접 제품은 한 번의 충격으로도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간류의 이용 횟수와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단조제품 전문 생산업자 김모씨(44)의 실험은 이런 철도청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가공인시험 검사기관인 한국생활용품시험연구원에 지하철의 용접 간류와 철도청 단조품 간류에 대한 굽힘 하중 시험을 맡긴 결과, 용접 간류는 8320kg의 하중에서 부러진(파단) 반면(사진 참조), 단조 간류는 1만1850kg에도 끄떡없던 것. 그는 “단조품은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 특성을 가졌지만 용접과 주물은 약한 하중에도 부러지기 때문에 지하철의 무게와 속도 등 엄청난 기계적 부하가 걸리는 간류 부품에 이를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철도청과 생산업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도시철도 선로 전환기 규격서와 시방서에는 단조품과 용접, 주물 등 강재의 가공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 용접과 주물을 써도 탈선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근거를 가졌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96년 도시철도공사가 발행한 물품구매 표준규격서에는 ‘본 레일과 변환 레일(첨단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밀착조절간은 단조로 작업하여야 하며 용접하여서는 안 된다… 기역쇠는 직각을 정확히 유지하여야 하며 용접을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이 나와 있다. 주물과 용접에 대한 규정이 없다던 도시철도공사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지난 96년 이전 개통한 지하철 5호선의 경우 도시철도공사가 이런 규정을 무시했거나 또는 이를 알면서도 용접 간류를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하철공사 신호과의 한 관계자도 “지난 96년 이전에는 단조품을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 후 시방서와 규격서상에서 그 조항을 삭제했다”며 “96년 이전 제품에 어떤 경로로 규정에 어긋나는 용접품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이전까지 철도청의 규정을 받아들였던 지하철의 간류 부품 규격서에서 용접을 금지하는 부분을 갑자기 삭제한 이유는 무엇인가.
철도청의 한 관계자는 “전철의 안전운행과 직결한 규정을 양쪽 공사가 바꾸기 위해 지하철 차량의 무게와 속도 등 전체적으로 선로에 가하는 하중에 용접 및 주물제품이 견딜 수 있다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철의 경우 지하철과 같은 조건에서도 용접은 쓸 수 없다는 강재 시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단조품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공사 신호팀의 한 관계자는 “전철의 부속품 사양은 일반적으로 철도청의 사양을 따르는 것이 관행인데 어떻게 갑자기 규정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도시철도에서는 용접 및 주물 사용시의 안전도 평가를 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평가 결과가 있다면 납품업체나 지난 97년 이후 선로전환기의 물품 발주를 맡은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에서 관련 근거를 가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납품업체나 지하철 건설본부 어디에도 단조품 대신 용접 주물을 써도 간류의 하중에 무리가 없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구로 공구 상가의 간류 생산업자 이모씨(44)는 “철공소에서 만든 용접 간류나 주물 간류에 어떻게 공인 시험성적서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단조품 간류를 생산하는 업체는 2, 3군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정을 뻔히 알 수 있다”며 “제대로 실험한 곳은 철도청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야기를 종합할 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지난 96년 이전까지 규정을 어기고 용접 제품을 받아왔으며, 그 후에는 안전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용접제품 사용 제한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간류 생산업자들은 이들 공사의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단조품 대신 용접과 주물품을 쓴 속사정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용접과 주물이 단조품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는 것. 단조품 간류는 160~180만원선이지만 용접과 주물품의 간류는 60~8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선로 전환기의 전동기 구동부분인 전철기(사진 참조)를 생산하는 전기 설비업체들이 기계 설비인 간류를 일괄 발주하는 이른바 턴키 발주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용접과 주물 간류를 양산하는 주범이 된다고 주장한다. 철도청 김영태 팀장은 “철도청의 경우 전철기는 전철기 전문 생산업체들에, 간류는 기계가공 설비 전문업체에 분리 발주하였으나 지하철은 이를 일괄 발주함으로써 기계부품에 대해 문외한인 전철기 업체들이 이를 용접이나 주물로 생산 납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조품 간류 생산 도매업자 성모씨(55)는 “지난 94년쯤 지하철에 납품하는 전철기 업자에게 하청을 받아 단조품을 잠깐 납품했으나 당시 단조품이 비싸다는 이유로 지하철공사에서 가격을 내리라고 해 납품을 포기했다”며 “대부분의 전철기 업자들이 자격도 없는 철공소에 용접이나 주물 하청을 준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양대 지하철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다 보니 이같은 저가 제품을 쓴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안전을 고려할 때 용접 제품을 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하철에 전철기를 납품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철기 부분에서는 이윤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간류 제품을 단조품으로 쓸 경우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성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값싼 용접과 주물 간류를 쓰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며 구구한 억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규정까지 어기면서 더 나쁜 제품을 쓰고, 또 뚜렷한 근거도 없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40여 년 동안 단조품을 제작했다는 업자 김모씨(51)는 지하철 간류와 관계한 의혹들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 98년 11월15일 강원도 원주시 찬교역 관내에서 화물 열차 한 대가 선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탈선한 뒤 뒤집힌 사고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가 없어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기관차와 화차 6량이 일부 부서지고 화차 한 량은 완전히 부서지는 큰 피해를 보았다. 사고 원인은 열차의 방향을 바꿔주는 선로 전환기 기계부품의 고장 때문이었다. 선로 전환기 레일 쪽 기계부품의 너트가 진동으로 풀어지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선로 전환기는 전동기(모터)의 힘으로 레일(선로)을 전환시켜 열차나 전철의 운행방향을 조정하고 이들이 통과하기까지 레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장치. 이 장치의 결함은 곧 탈선을 의미할 정도로 철도 안전에 핵심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세계적으로 대형 인명 피해를 낸 철도사고의 90% 이상이 이 장치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철도청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선로 부품 중 하나기도 하다. 철도청은 각 운행 구간의 선로 전환기 간류(間流) 부품을 설치할 때 반드시 단조품(鍛造品)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은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서울시 지하철공사(1~4호선)와 서울시 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철도에서 사용을 금지한 용접과 주물제품을 선로 전환기 기계부품(간류, 사진 참조)으로 사용함으로써 사고 위험에 노출해 있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전 세계 철도와 지하철을 통틀어 선로 전환기 간류 부분에 용접이나 주물 제품을 쓰는 곳은 국내 지하철밖에 없다며 놀라워하는 실정이다.
철도청 신호제어과 Q씨는 “쇠를 달구어 해머로 두드려 만든 단조품이 용접이나 쇠를 녹여 부어 만든 주물제품보다 강도 등 모든 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을 써도 비난받지 않는 부품 중 하나가 간류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류를 용접이나 주물제품으로 쓰는 것은 규정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열차 진동에도 탈선이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라며 “속도가 빠른 새마을호 운행 구간에 이런 간류를 쓸 경우 탈선은 물론, 기차가 공중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며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단조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용접과 주물제품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하철 1~4호선 구간 488조의 선로 전환기와 5~8호선 841조의 선로 전환기 간류의 대부분은 용접과 주물제품이다.
그렇다면 차량-선로 등에서 철도의 규격을 표준으로 삼는 지하철이 선로 전환기 간류 부분에서만은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은 콘크리트 지반이므로 철도보다 진동이 덜하고, 선로 전환기의 운행 횟수가 적기 때문에 단조제품이 아니라도 이상이 없다는 반론을 펼친다. 즉 철도와 지하철은 근본적으로 간류에 가하는 부하가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강한 가공방법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당선-일산선 등 철도청이 운행하는 국철(전철) 구간의 간류에도 모두 단조품이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지하철의 이런 주장이 무색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분당선 국철 수서역의 경우 콘크리트 지반에 같은 유형의 지하철을 운행하였지만 선로 전환기 간류는 모두 단조품이다. 그리고 운행 횟수 면에서도 바로 위층에 있는 지하철 3호선 수서역의 그것보다 훨씬 적다. 즉 똑같은 환경이지만 철도는 단조품을, 지하철은 용접과 주물제품을 선택한 것.
철도청 망우제어사무소 김봉수 계장은 이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가 예산을 낭비한단 말이냐”고 되물으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로, 다른 모든 부분에서는 철도의 규정을 따라 하는 지하철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그는 “용접 제품은 한 번의 충격으로도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간류의 이용 횟수와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단조제품 전문 생산업자 김모씨(44)의 실험은 이런 철도청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국가공인시험 검사기관인 한국생활용품시험연구원에 지하철의 용접 간류와 철도청 단조품 간류에 대한 굽힘 하중 시험을 맡긴 결과, 용접 간류는 8320kg의 하중에서 부러진(파단) 반면(사진 참조), 단조 간류는 1만1850kg에도 끄떡없던 것. 그는 “단조품은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 특성을 가졌지만 용접과 주물은 약한 하중에도 부러지기 때문에 지하철의 무게와 속도 등 엄청난 기계적 부하가 걸리는 간류 부품에 이를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철도청과 생산업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도시철도 선로 전환기 규격서와 시방서에는 단조품과 용접, 주물 등 강재의 가공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 용접과 주물을 써도 탈선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근거를 가졌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96년 도시철도공사가 발행한 물품구매 표준규격서에는 ‘본 레일과 변환 레일(첨단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밀착조절간은 단조로 작업하여야 하며 용접하여서는 안 된다… 기역쇠는 직각을 정확히 유지하여야 하며 용접을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규정이 나와 있다. 주물과 용접에 대한 규정이 없다던 도시철도공사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지난 96년 이전 개통한 지하철 5호선의 경우 도시철도공사가 이런 규정을 무시했거나 또는 이를 알면서도 용접 간류를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하철공사 신호과의 한 관계자도 “지난 96년 이전에는 단조품을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 후 시방서와 규격서상에서 그 조항을 삭제했다”며 “96년 이전 제품에 어떤 경로로 규정에 어긋나는 용접품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이전까지 철도청의 규정을 받아들였던 지하철의 간류 부품 규격서에서 용접을 금지하는 부분을 갑자기 삭제한 이유는 무엇인가.
철도청의 한 관계자는 “전철의 안전운행과 직결한 규정을 양쪽 공사가 바꾸기 위해 지하철 차량의 무게와 속도 등 전체적으로 선로에 가하는 하중에 용접 및 주물제품이 견딜 수 있다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철의 경우 지하철과 같은 조건에서도 용접은 쓸 수 없다는 강재 시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단조품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공사 신호팀의 한 관계자는 “전철의 부속품 사양은 일반적으로 철도청의 사양을 따르는 것이 관행인데 어떻게 갑자기 규정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도시철도에서는 용접 및 주물 사용시의 안전도 평가를 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평가 결과가 있다면 납품업체나 지난 97년 이후 선로전환기의 물품 발주를 맡은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에서 관련 근거를 가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납품업체나 지하철 건설본부 어디에도 단조품 대신 용접 주물을 써도 간류의 하중에 무리가 없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구로 공구 상가의 간류 생산업자 이모씨(44)는 “철공소에서 만든 용접 간류나 주물 간류에 어떻게 공인 시험성적서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단조품 간류를 생산하는 업체는 2, 3군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정을 뻔히 알 수 있다”며 “제대로 실험한 곳은 철도청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야기를 종합할 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지난 96년 이전까지 규정을 어기고 용접 제품을 받아왔으며, 그 후에는 안전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용접제품 사용 제한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간류 생산업자들은 이들 공사의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단조품 대신 용접과 주물품을 쓴 속사정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용접과 주물이 단조품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는 것. 단조품 간류는 160~180만원선이지만 용접과 주물품의 간류는 60~8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선로 전환기의 전동기 구동부분인 전철기(사진 참조)를 생산하는 전기 설비업체들이 기계 설비인 간류를 일괄 발주하는 이른바 턴키 발주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용접과 주물 간류를 양산하는 주범이 된다고 주장한다. 철도청 김영태 팀장은 “철도청의 경우 전철기는 전철기 전문 생산업체들에, 간류는 기계가공 설비 전문업체에 분리 발주하였으나 지하철은 이를 일괄 발주함으로써 기계부품에 대해 문외한인 전철기 업체들이 이를 용접이나 주물로 생산 납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조품 간류 생산 도매업자 성모씨(55)는 “지난 94년쯤 지하철에 납품하는 전철기 업자에게 하청을 받아 단조품을 잠깐 납품했으나 당시 단조품이 비싸다는 이유로 지하철공사에서 가격을 내리라고 해 납품을 포기했다”며 “대부분의 전철기 업자들이 자격도 없는 철공소에 용접이나 주물 하청을 준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양대 지하철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다 보니 이같은 저가 제품을 쓴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안전을 고려할 때 용접 제품을 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하철에 전철기를 납품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철기 부분에서는 이윤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간류 제품을 단조품으로 쓸 경우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성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값싼 용접과 주물 간류를 쓰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며 구구한 억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규정까지 어기면서 더 나쁜 제품을 쓰고, 또 뚜렷한 근거도 없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40여 년 동안 단조품을 제작했다는 업자 김모씨(51)는 지하철 간류와 관계한 의혹들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