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근무제 전도사’. 유아용 종이 기저귀와 여성 생리대, 화장지 등을 생산하는 한미 합작기업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52)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다른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때마다 자기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4조 근무제의 장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기 때문이다.
문사장은 요즘 들어 목소리에 좀더 힘을 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급격히 침체한 데다 작년 11·3 퇴출 조치 이후 구조조정이 다시 화두로 등장하면서 실업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 문사장은 “불황으로 가동률이 하락했을 때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고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4조 근무제”라면서 “적어도 업종별로 상위 1~2위 회사들은 이 제도를 도입해 국가 전체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조 근무제란 하루 24시간 근무를 4개 조가 나누어 근무하는 것으로 유한킴벌리에서는 사업장에 따라 4조2교대(안양 김천공장) 또는 4조3교대(대전공장) 근무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를 3조로 나누어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시키는 3조3교대제, 또는 2조로 나누어 하루 12시간씩 맞교대하는 2조2교대제 등 우리 기업들에 일반적인 근무형태와 비교해 한두 개 조가 더 많다.
그렇다면 경쟁 기업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더 많지 않을까. ‘구조조정=감원=비용 절감’이라는 ‘상식’에 비춰볼 때 거꾸로 가는 방식은 아닐까. 그러나 문사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93년 가을부터 가동을 시작한 대전공장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4조3교대제 근무를 전제로 근로자들을 채용했는데, 경쟁 업체에 비해 한 개 조, 비율로는 33%를 더 뽑은 셈이다.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1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업체보다 인원이 33% 많기 때문에 인건비가 5% 정도 증가,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리해고를 통해 인건비 비중을 10%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공장의 경우 4조3교대 근무제를 통해 인건비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생산성 증가가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득이 됐다.”
대전공장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은 ‘혁신’의 일환이었다.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는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에 착안,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작업방식의 변화를 꾀한 것. 이런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94~95년 동안 대전공장의 성과를 확인한 문사장은 바로 안양공장과 김천공장에도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71년과 80년 준공 이후 각각 3조3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던 안양공장과 김천공장에 4조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근로자들의 거부반응으로 논의 단계에서 좌절된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의외로 쉽게 다시 찾아왔다. 외환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98년 중반 무렵 한 달에 겨우 5일 정도 공장을 가동하는 등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고용불안 심리가 퍼지고 있었다. 문사장은 다시 노조를 설득했다. 가동률 저하로 인해 생긴 유휴인력을 정리해고하지 않는 대신 이를 예비 근무조로 만들어 4조 근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94년 노조 설립 주도 이후 3대째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남렬 위원장의 회고.
“회사의 제안에 대해 노조 집행부로서도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현장 근로자들의 반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장 근로자들로서는 3조3교대제에서 4조 근무제로 전환하면 특근이 줄어들어 실질임금이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회사가 4조 근무제 실시와 함께 신인사제를 함께 도입,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직무평가를 한다고 하니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였다. 그러나 노조로서는 달리 대안이 없었다. 동료들에 대한 정리해고 아픔 없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4조 근무제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양공장과 김천공장 노조는 투표 끝에 대전공장의 4조3교대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4조2교대 근무제를 채택했다. 안양공장의 경우 98년 말, 그리고 김천공장의 경우 99년 9월의 일이었다. 하루 8시간씩 7일 근무하고 3일 쉬는 4조3교대제에 비해 4조2교대제 하에서는 4일간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4일간 쉬게 된다. 물론 4조3교대제든 4조2교대제든 휴무 기간 중 하루는 직무교육을 비롯해 컴퓨터 및 영어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선 재해율이 과거에 비해 3분의 1 정도 줄어들었다. 최남열 위원장은 “회사에서 안전의식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4조 근무제로 인해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재해율은 0.2~0.3%. 근로자가 재해로 인해 3일 이상 쉬는 사고가 1년에 한 건 정도 일어나는 수준이다. 그러나 문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재해율이 유한킴벌리의 10분의 1인 세계적 기업 듀퐁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 문사장은 다른 실수와 달리 안전사고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 송명식 안양공장장은 “사소한 안전사고라도 일어나면 서너 시간 동안은 깨질 각오를 해야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4조 근무제 실시에 따라 품질 수준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품질 향상을 위한 근로자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결과였다. 4조 근무제를 통해 설비 개-보수 기간을 빼고 1년 내내 기계를 돌리기 때문에 생산성도 자연히 올라갔다. 송명식 안양공장장은 “과거 연간 가동일수가 310~315일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350일 정도 가동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건비 몇 푼 더 들어간 것 이상의 효과를 본 셈이다.
“처음 대전공장이나 안양-김천공장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주위에서는 ‘좀더 두고 보자’는 의견도 많았다. 증가되는 1개 조 인원에 대한 인건비 및 교육훈련비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동안 이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완전히 정착됐다. 이제는 합작 파트너인 킴벌리클라크 그룹의 다른 나라 공장에서도 이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문국현 사장)
수치상의 경영 성과에서도 이 제도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 극심한 경기 후퇴를 겪었던 98년에도 125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비롯, 99년 276억원, 2000년 440억원 등 매년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작년에는 3·4분기까지 이미 418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사장은 “흑자 규모도 규모지만 작년 순이익률 9.5%는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보통 5% 이하다.
물론 4조 근무제의 성공에는 98년 말 이후의 경기 회복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4조 근무제를 통해 가동률을 늘렸다 하더라도 경기침체로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면 4조 근무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일자리 나누기’는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이 구조조정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되는 우리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문사장은 요즘 들어 목소리에 좀더 힘을 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급격히 침체한 데다 작년 11·3 퇴출 조치 이후 구조조정이 다시 화두로 등장하면서 실업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 문사장은 “불황으로 가동률이 하락했을 때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고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4조 근무제”라면서 “적어도 업종별로 상위 1~2위 회사들은 이 제도를 도입해 국가 전체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조 근무제란 하루 24시간 근무를 4개 조가 나누어 근무하는 것으로 유한킴벌리에서는 사업장에 따라 4조2교대(안양 김천공장) 또는 4조3교대(대전공장) 근무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를 3조로 나누어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시키는 3조3교대제, 또는 2조로 나누어 하루 12시간씩 맞교대하는 2조2교대제 등 우리 기업들에 일반적인 근무형태와 비교해 한두 개 조가 더 많다.
그렇다면 경쟁 기업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더 많지 않을까. ‘구조조정=감원=비용 절감’이라는 ‘상식’에 비춰볼 때 거꾸로 가는 방식은 아닐까. 그러나 문사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93년 가을부터 가동을 시작한 대전공장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4조3교대제 근무를 전제로 근로자들을 채용했는데, 경쟁 업체에 비해 한 개 조, 비율로는 33%를 더 뽑은 셈이다.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1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업체보다 인원이 33% 많기 때문에 인건비가 5% 정도 증가,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리해고를 통해 인건비 비중을 10%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공장의 경우 4조3교대 근무제를 통해 인건비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생산성 증가가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득이 됐다.”
대전공장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은 ‘혁신’의 일환이었다.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는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에 착안,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작업방식의 변화를 꾀한 것. 이런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94~95년 동안 대전공장의 성과를 확인한 문사장은 바로 안양공장과 김천공장에도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71년과 80년 준공 이후 각각 3조3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던 안양공장과 김천공장에 4조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근로자들의 거부반응으로 논의 단계에서 좌절된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의외로 쉽게 다시 찾아왔다. 외환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98년 중반 무렵 한 달에 겨우 5일 정도 공장을 가동하는 등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고용불안 심리가 퍼지고 있었다. 문사장은 다시 노조를 설득했다. 가동률 저하로 인해 생긴 유휴인력을 정리해고하지 않는 대신 이를 예비 근무조로 만들어 4조 근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94년 노조 설립 주도 이후 3대째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남렬 위원장의 회고.
“회사의 제안에 대해 노조 집행부로서도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현장 근로자들의 반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장 근로자들로서는 3조3교대제에서 4조 근무제로 전환하면 특근이 줄어들어 실질임금이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회사가 4조 근무제 실시와 함께 신인사제를 함께 도입,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직무평가를 한다고 하니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였다. 그러나 노조로서는 달리 대안이 없었다. 동료들에 대한 정리해고 아픔 없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4조 근무제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양공장과 김천공장 노조는 투표 끝에 대전공장의 4조3교대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4조2교대 근무제를 채택했다. 안양공장의 경우 98년 말, 그리고 김천공장의 경우 99년 9월의 일이었다. 하루 8시간씩 7일 근무하고 3일 쉬는 4조3교대제에 비해 4조2교대제 하에서는 4일간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4일간 쉬게 된다. 물론 4조3교대제든 4조2교대제든 휴무 기간 중 하루는 직무교육을 비롯해 컴퓨터 및 영어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선 재해율이 과거에 비해 3분의 1 정도 줄어들었다. 최남열 위원장은 “회사에서 안전의식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4조 근무제로 인해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재해율은 0.2~0.3%. 근로자가 재해로 인해 3일 이상 쉬는 사고가 1년에 한 건 정도 일어나는 수준이다. 그러나 문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재해율이 유한킴벌리의 10분의 1인 세계적 기업 듀퐁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 문사장은 다른 실수와 달리 안전사고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 송명식 안양공장장은 “사소한 안전사고라도 일어나면 서너 시간 동안은 깨질 각오를 해야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4조 근무제 실시에 따라 품질 수준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품질 향상을 위한 근로자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결과였다. 4조 근무제를 통해 설비 개-보수 기간을 빼고 1년 내내 기계를 돌리기 때문에 생산성도 자연히 올라갔다. 송명식 안양공장장은 “과거 연간 가동일수가 310~315일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350일 정도 가동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건비 몇 푼 더 들어간 것 이상의 효과를 본 셈이다.
“처음 대전공장이나 안양-김천공장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주위에서는 ‘좀더 두고 보자’는 의견도 많았다. 증가되는 1개 조 인원에 대한 인건비 및 교육훈련비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동안 이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완전히 정착됐다. 이제는 합작 파트너인 킴벌리클라크 그룹의 다른 나라 공장에서도 이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문국현 사장)
수치상의 경영 성과에서도 이 제도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 극심한 경기 후퇴를 겪었던 98년에도 125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비롯, 99년 276억원, 2000년 440억원 등 매년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작년에는 3·4분기까지 이미 418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사장은 “흑자 규모도 규모지만 작년 순이익률 9.5%는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보통 5% 이하다.
물론 4조 근무제의 성공에는 98년 말 이후의 경기 회복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4조 근무제를 통해 가동률을 늘렸다 하더라도 경기침체로 제품이 팔리지 않았다면 4조 근무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일자리 나누기’는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이 구조조정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되는 우리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