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즈니스의 본고장 실리콘 밸리에서는 요즘 인터넷 관련 산업의 생존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올들어 인터넷 비즈니스의 열기가 가라앉고 수많은 닷컴(.com) 기업들이 도산한 것은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이다.
이제 실리콘 밸리는 그들 스스로 무한경쟁을 통해 ‘옥석 가리기’ 작업에 들어갔으며, 개별 업체들은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10월 샌프란시스코의 팔라스 호텔에서는 ‘뉴미디어 비전 2000’이라는 멀티미디어 관련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 행사는 ‘하이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 주최로 지난 93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왔다. 그런데 이 행사는 시작을 불과 1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돌연 취소돼 관계자 및 행사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나중에 밝혀진 취소 이유는 행사를 주최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하이퍼 커뮤니케이션’은 산 마테오에 위치한 미디어 전문 회사로, 1991년에 창립해 멀티미디어 잡지와 CD-ROM을 취급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관
련 사업을 대거 정리하고 newmedia.com 이라는 웹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회사도 ‘닷컴 기업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10월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26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뒤 문을 닫았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리처드 랜드리는 “지금은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 이라며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도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달 뉴욕에서 열린 인터넷 월드 포럼에서는 여성 화장품 전문 쇼핑몰인 eve.com 의 공동 창업자인 머라이엄 내피시와 바샤 라오가 기조 연설을 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들의 연설도 갑자기 취소됐는데, 그 이유 역시 회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eve.com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특한 도메인 이름과 아이템으로 성공한 닷컴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업체였다.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머라이엄 내피시와 바샤 라오를 대신해 연설을 맡은 아메리카 온라인 (AOL)의 대표이사인 배리 슐러는 “최근에 ‘어떻게 Dot Com(닷컴) 기업이 Dot Bombs (폭탄)이 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며 “당분간은 한 걸음 물러서서 닷컴 기업들이 몰락하게 된 실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상황만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지난 5년은 준비 기간이었으며 실제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무너져 가는 닷컴기업의 현재가 미래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기간일 따름임을 새삼 강조했다.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전문가들 대부분은 배리 슐러의 이러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듯하다. 인터넷 비즈니스 역시 타 산업과 동일한 신기술 발전 단계를 보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산업에서의 신기술 발전 흐름은 가능성에 기초한 ‘열광기간’, 기술의 본격적 적용을 준비하는 ‘휴식기간’, 매출의 팽창이 일어나는 ‘성장기간’, 다른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쇠퇴기’를 거치게 되는데, 현재 인터넷 비즈니스는 그중 ‘휴식기간’에 해당한다는 것.
하지만 다른 부문의 신기술 발전 단계와는 상이하게 인터넷에서는 이 휴식기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인터넷이 불과 6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대중이 사용하게 되었고, 산업 전반에 걸쳐 응용되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고통스런 ‘휴식기간’에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성장기에 이르러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휴식기에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경제 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 최근호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우선 수익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인터넷 기업들에 B2C나 B2B와 같은 모델에 집중했던 관심의 초점을 당분간은 P2P (Path to Profitability)로 이동하라고 충고한다. 즉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주장이다. 종전의 투자가들은 수익 모델을 3, 4년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1년도 길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투자자의 바뀐 성향이라는 것.
다음으로 민간투자가들을 집중 공략하라고 밝히고 있다. 한때 닷컴 기업들은 미국 나스닥 증시의 ‘연인’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지금은 연인이 아니라 ‘원수’가 된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닷컴기업들은 주식시장이 아닌 다른 민간 자금을 동원할 수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이와 함께 사업 계획을 상황에 맞게 계속 수정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죽은 기업’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기술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업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성공한 사업계획의 ‘옛 추억’에만 젖어 있는 닷컴기업의 도산은 이미 보장된 상태라는 게 ‘위크’지의 분석이다. 따라서 닷컴기업들에 새로운 사업계획의 모색은 ‘필요’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사처럼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기술이 공개되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 업체도 가까운 장래의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다. 독특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업체만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 ‘위크’지는 그 예로 온라인 여행 전문 사이트인 트래블로시티의 예약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자신이 탈 비행기의 좌석을 인터넷 상에서 미리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입맛’이 변해 가는 네티즌들의 세계에서 신기술의 개발과 함께 ‘단골 고객’의 개발은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단순한 접속자 수나 웹사이트 트래픽은 중요하지 않으며 실제 수익과 연결될 수 있는 고객을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문제라는 것. 이를 위해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게 닷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금까지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제2의 성장기’를 대비해야 할 시기다.” 뼈아픈 자기반성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실리콘 밸리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내놓은 이러한 대안들이 ‘집단홍역’을 앓고 있는 국내 인터넷 업계에도 좋은‘처방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실리콘 밸리는 그들 스스로 무한경쟁을 통해 ‘옥석 가리기’ 작업에 들어갔으며, 개별 업체들은 생존 전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10월 샌프란시스코의 팔라스 호텔에서는 ‘뉴미디어 비전 2000’이라는 멀티미디어 관련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 행사는 ‘하이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 주최로 지난 93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왔다. 그런데 이 행사는 시작을 불과 1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돌연 취소돼 관계자 및 행사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나중에 밝혀진 취소 이유는 행사를 주최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하이퍼 커뮤니케이션’은 산 마테오에 위치한 미디어 전문 회사로, 1991년에 창립해 멀티미디어 잡지와 CD-ROM을 취급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관
련 사업을 대거 정리하고 newmedia.com 이라는 웹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회사도 ‘닷컴 기업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10월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26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뒤 문을 닫았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리처드 랜드리는 “지금은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 이라며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도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달 뉴욕에서 열린 인터넷 월드 포럼에서는 여성 화장품 전문 쇼핑몰인 eve.com 의 공동 창업자인 머라이엄 내피시와 바샤 라오가 기조 연설을 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이들의 연설도 갑자기 취소됐는데, 그 이유 역시 회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eve.com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특한 도메인 이름과 아이템으로 성공한 닷컴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업체였다.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머라이엄 내피시와 바샤 라오를 대신해 연설을 맡은 아메리카 온라인 (AOL)의 대표이사인 배리 슐러는 “최근에 ‘어떻게 Dot Com(닷컴) 기업이 Dot Bombs (폭탄)이 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며 “당분간은 한 걸음 물러서서 닷컴 기업들이 몰락하게 된 실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상황만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지난 5년은 준비 기간이었으며 실제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무너져 가는 닷컴기업의 현재가 미래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기간일 따름임을 새삼 강조했다.
실리콘 밸리의 인터넷 전문가들 대부분은 배리 슐러의 이러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듯하다. 인터넷 비즈니스 역시 타 산업과 동일한 신기술 발전 단계를 보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산업에서의 신기술 발전 흐름은 가능성에 기초한 ‘열광기간’, 기술의 본격적 적용을 준비하는 ‘휴식기간’, 매출의 팽창이 일어나는 ‘성장기간’, 다른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쇠퇴기’를 거치게 되는데, 현재 인터넷 비즈니스는 그중 ‘휴식기간’에 해당한다는 것.
하지만 다른 부문의 신기술 발전 단계와는 상이하게 인터넷에서는 이 휴식기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인터넷이 불과 6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대중이 사용하게 되었고, 산업 전반에 걸쳐 응용되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고통스런 ‘휴식기간’에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성장기에 이르러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휴식기에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경제 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 최근호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우선 수익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인터넷 기업들에 B2C나 B2B와 같은 모델에 집중했던 관심의 초점을 당분간은 P2P (Path to Profitability)로 이동하라고 충고한다. 즉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주장이다. 종전의 투자가들은 수익 모델을 3, 4년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1년도 길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투자자의 바뀐 성향이라는 것.
다음으로 민간투자가들을 집중 공략하라고 밝히고 있다. 한때 닷컴 기업들은 미국 나스닥 증시의 ‘연인’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지금은 연인이 아니라 ‘원수’가 된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닷컴기업들은 주식시장이 아닌 다른 민간 자금을 동원할 수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이와 함께 사업 계획을 상황에 맞게 계속 수정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죽은 기업’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기술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업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성공한 사업계획의 ‘옛 추억’에만 젖어 있는 닷컴기업의 도산은 이미 보장된 상태라는 게 ‘위크’지의 분석이다. 따라서 닷컴기업들에 새로운 사업계획의 모색은 ‘필요’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사처럼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기술이 공개되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않는 업체도 가까운 장래의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다. 독특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업체만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 ‘위크’지는 그 예로 온라인 여행 전문 사이트인 트래블로시티의 예약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자신이 탈 비행기의 좌석을 인터넷 상에서 미리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입맛’이 변해 가는 네티즌들의 세계에서 신기술의 개발과 함께 ‘단골 고객’의 개발은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단순한 접속자 수나 웹사이트 트래픽은 중요하지 않으며 실제 수익과 연결될 수 있는 고객을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문제라는 것. 이를 위해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게 닷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금까지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제2의 성장기’를 대비해야 할 시기다.” 뼈아픈 자기반성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실리콘 밸리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내놓은 이러한 대안들이 ‘집단홍역’을 앓고 있는 국내 인터넷 업계에도 좋은‘처방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