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대학생들이 던진 돌이 프랑스 좌우 동거정부의 분열을 야기시킬지도 모를 메가톤급 폭탄이 되었다. 2월 마지막 주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방문했던 프랑스 사회당 소속 조스팽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에 정해진 기한내에 레바논 점령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동시에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중인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했다. 이 ‘테러리스트’란 표현에 대해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조스팽이 뒤이어 방문한 팔레스타인 지구내 비르 제트(Bir Zeit) 대학에서 돌멩이 세례를 퍼부으며 항의했다. 자국의 정부 수반이 외국 순방국가에서 폭행당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생히 전달되면서 프랑스는 정치계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자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에 대한 문제다. 프랑스는 이원집정제 국가로서,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은 군사, 외교 문제 등 국가권력의 영역만을 담당하며 국내정치는 하원선거에 따라 임명되는 총리와 내각이 담당한다. 물론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해산권이나 긴급조치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의 활동을 존중하면서 국내정치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갖는, 이른바 좌우동거 체제가 자주 탄생하더라도 정치는 별다른 문제없이 유지된다. 현재의 좌우 동거체제는 97년 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하면서 탄생했는데 35시간 노동제 채택, 사법개혁, 남녀평등법안 등 각종 개혁정책과 실업률 저하, 최근 유럽내 가장 높은 경제성장 등으로 국민에게 가장 이상적인 좌우동거로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었던 외교문제에 총리가 개입하면서, 특히 총리의 외교적 발언이 돌멩이 세례라는 폭력사태를 낳으면서 권력분배 문제가 전국적인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폭력이 발생하자마자 “총리에게 외교적 가르침을 줘야겠다”며 총리가 귀국 즉시 자신과 면담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조스팽 총리는 이에 응하지 않고 귀국한 다음날 대통령과의 매주 정기적인 모임에서 외교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라크는 ‘균형과 공정함’이라는 프랑스의 중동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어 벌어진 국회 대정부 질문은 좌우파 의원들의 격론의 장이 되고 말았다. 시라크 대통령 소속 정당인 ‘공화국 연합’을 비롯해 우파의원들은 한결같이 총리의 권한 남용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스팽 총리는 ‘행정부는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헌법 20조를 언급하면서 이 조항이 정부의 권한을 국내정책에만 한정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현재의 좌우동거 정부가 탄생한 이래 코소보 전쟁이나 유럽연합과 관련해 행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대통령과 아무런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80년대 현 대통령인 시라크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좌파 미테랑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여러 차례 비판적으로 간여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우파 의원들은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총리의 발언이 무책임한 실언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발언권이 강했던 프랑스가 아랍국가들과의 우호관계 아래 미국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견제와 균형 역할을 했던 과거 수십년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에 방영된 이번 폭력사태가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스팽은 자신이 ‘헤즈볼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이란 용어 대신 ‘테러리스트’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프랑스의 대 중동정책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의 평화가 각종 테러에 의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 지역에 순조롭게 평화가 정착되도록 프랑스가 테러행위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균형과 공정함’의 외교원칙에 찬성하면서도 이 원칙이 ‘평화, 민주주의 그리고 발전’이라는 가치와 목적 아래에서만 지켜져야 하며 이것들이 프랑스 외교정책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기치 못했던 폭력사태의 와중에 자신과 프랑스 수행원들이 보여준 ‘우아함’이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게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AFP통신은 폭력사태 발생 하루 뒤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레바논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반프랑스 시위를 벌였지만 이틀 뒤에는 30여명만이 상징적 시위를 벌였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하원에서의 이러한 논란은 프랑스 정당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조스팽의 발언은 일부 극좌그룹을 제외하고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좌파정당 의원들의 기립박수와 일부 우파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다양한 우파정당 의원들은 일제히 고함과 야유를 보냈다.
의회가 끝난 뒤 사회당 의원들은 조스팽이 신념에 찬 용기있는 답변으로 의원들을 설득시켰다고 평가했으나, 우파 정당의 원내총무들은 총리가 핵심사항들을 비켜갔고 답변 내용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평했다.
언론 보도도 정치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르 몽드’ ‘뤼 마니테’ ‘라 리베라시옹’ 등 좌파 신문이나 친좌파적 경향의 신문들은 조스팽 총리의 의회연설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르 몽드’는 조스팽의 연설이 프랑스의 대중동 외교정책을 새로운 페이지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르 피가로’ ‘르 파리지엥’ 등 우파 신문은 반대되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은 총리의 의회 발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민여론 역시 다양하다. 폭력사태가 텔레비전에 방영된 직후 조사된 바로는 66%의 국민이 대통령과 총리 모두에게 외교적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62%가 이번 사태로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가 손상을 입었으며, 47%가 총리의 ‘헤즈볼라’ 테러리스트 발언을 잘못된 것으로, 74%가 몇 개월 내에 좌우동거 체제가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응답했다.
좀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쳐 실시된 여론조사도 이와 비슷하다. 총리의 외교문제 개입은 찬성 57%, 반대 38%, 중동지역에서 유지돼온 프랑스의 영향력 감소 가능성은 ‘그렇다’가 54%, ‘아니다’가 42%, ‘헤즈볼라’의 테러리스트 규정은 찬성 37%, 반대 53%, 좌우동거 체제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것이냐는 질문에는 50%가 ‘그렇다’, 46%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론조사의 모든 항목에 대해 우파정당 지지자들은 사회당 총리에게 불리한 답변을 했고 좌파정당 지지자들은 총리의 외교적 권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의견이 반반 정도로 갈렸다. 이에 대해 ‘르 파리지엥’은 이번 사건으로 사회당 지지자들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들은 35시간 노동제의 정착 등 국내의 여러 정치적 문제들이 쌓여 있는 데다 올 하반기 프랑스가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좌우동거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좌우동거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파리 시내의 카페에서는 정치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것이 팔레스타인에서 날아온 돌멩이 때문에 생긴 일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에 대한 문제다. 프랑스는 이원집정제 국가로서,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은 군사, 외교 문제 등 국가권력의 영역만을 담당하며 국내정치는 하원선거에 따라 임명되는 총리와 내각이 담당한다. 물론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해산권이나 긴급조치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의 활동을 존중하면서 국내정치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갖는, 이른바 좌우동거 체제가 자주 탄생하더라도 정치는 별다른 문제없이 유지된다. 현재의 좌우 동거체제는 97년 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하면서 탄생했는데 35시간 노동제 채택, 사법개혁, 남녀평등법안 등 각종 개혁정책과 실업률 저하, 최근 유럽내 가장 높은 경제성장 등으로 국민에게 가장 이상적인 좌우동거로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었던 외교문제에 총리가 개입하면서, 특히 총리의 외교적 발언이 돌멩이 세례라는 폭력사태를 낳으면서 권력분배 문제가 전국적인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폭력이 발생하자마자 “총리에게 외교적 가르침을 줘야겠다”며 총리가 귀국 즉시 자신과 면담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조스팽 총리는 이에 응하지 않고 귀국한 다음날 대통령과의 매주 정기적인 모임에서 외교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라크는 ‘균형과 공정함’이라는 프랑스의 중동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어 벌어진 국회 대정부 질문은 좌우파 의원들의 격론의 장이 되고 말았다. 시라크 대통령 소속 정당인 ‘공화국 연합’을 비롯해 우파의원들은 한결같이 총리의 권한 남용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스팽 총리는 ‘행정부는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헌법 20조를 언급하면서 이 조항이 정부의 권한을 국내정책에만 한정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현재의 좌우동거 정부가 탄생한 이래 코소보 전쟁이나 유럽연합과 관련해 행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대통령과 아무런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80년대 현 대통령인 시라크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좌파 미테랑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여러 차례 비판적으로 간여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우파 의원들은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 총리의 발언이 무책임한 실언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발언권이 강했던 프랑스가 아랍국가들과의 우호관계 아래 미국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견제와 균형 역할을 했던 과거 수십년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에 방영된 이번 폭력사태가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스팽은 자신이 ‘헤즈볼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이란 용어 대신 ‘테러리스트’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프랑스의 대 중동정책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의 평화가 각종 테러에 의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 지역에 순조롭게 평화가 정착되도록 프랑스가 테러행위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균형과 공정함’의 외교원칙에 찬성하면서도 이 원칙이 ‘평화, 민주주의 그리고 발전’이라는 가치와 목적 아래에서만 지켜져야 하며 이것들이 프랑스 외교정책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기치 못했던 폭력사태의 와중에 자신과 프랑스 수행원들이 보여준 ‘우아함’이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게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AFP통신은 폭력사태 발생 하루 뒤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레바논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반프랑스 시위를 벌였지만 이틀 뒤에는 30여명만이 상징적 시위를 벌였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하원에서의 이러한 논란은 프랑스 정당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조스팽의 발언은 일부 극좌그룹을 제외하고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좌파정당 의원들의 기립박수와 일부 우파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다양한 우파정당 의원들은 일제히 고함과 야유를 보냈다.
의회가 끝난 뒤 사회당 의원들은 조스팽이 신념에 찬 용기있는 답변으로 의원들을 설득시켰다고 평가했으나, 우파 정당의 원내총무들은 총리가 핵심사항들을 비켜갔고 답변 내용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평했다.
언론 보도도 정치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르 몽드’ ‘뤼 마니테’ ‘라 리베라시옹’ 등 좌파 신문이나 친좌파적 경향의 신문들은 조스팽 총리의 의회연설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르 몽드’는 조스팽의 연설이 프랑스의 대중동 외교정책을 새로운 페이지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르 피가로’ ‘르 파리지엥’ 등 우파 신문은 반대되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은 총리의 의회 발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민여론 역시 다양하다. 폭력사태가 텔레비전에 방영된 직후 조사된 바로는 66%의 국민이 대통령과 총리 모두에게 외교적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62%가 이번 사태로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가 손상을 입었으며, 47%가 총리의 ‘헤즈볼라’ 테러리스트 발언을 잘못된 것으로, 74%가 몇 개월 내에 좌우동거 체제가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응답했다.
좀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쳐 실시된 여론조사도 이와 비슷하다. 총리의 외교문제 개입은 찬성 57%, 반대 38%, 중동지역에서 유지돼온 프랑스의 영향력 감소 가능성은 ‘그렇다’가 54%, ‘아니다’가 42%, ‘헤즈볼라’의 테러리스트 규정은 찬성 37%, 반대 53%, 좌우동거 체제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것이냐는 질문에는 50%가 ‘그렇다’, 46%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론조사의 모든 항목에 대해 우파정당 지지자들은 사회당 총리에게 불리한 답변을 했고 좌파정당 지지자들은 총리의 외교적 권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의견이 반반 정도로 갈렸다. 이에 대해 ‘르 파리지엥’은 이번 사건으로 사회당 지지자들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들은 35시간 노동제의 정착 등 국내의 여러 정치적 문제들이 쌓여 있는 데다 올 하반기 프랑스가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좌우동거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좌우동거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조사 결과처럼 파리 시내의 카페에서는 정치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것이 팔레스타인에서 날아온 돌멩이 때문에 생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