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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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청장’될까 ‘정치청장’될까

  • 하종대/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orionha@donga.com

    입력2007-03-09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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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12일 김광식경찰청장을 경질하고, 후임자로 이무영서울지방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한 원거리 포석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보다 강력히 경찰개혁을 추진하라는 김대중대통령의 뜻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충성도’가 떨어지는 데다 현실유지적인 태도를 취해온 김전청장 체제로는 경찰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고 내년 총선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게 권력핵심과 경찰 내외의 지배적인 견해였기 때문이다.

    경찰총수가 조직을 새로 정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6개월. 치안정감이나 치안감`-`경무관 등 고위 간부와 총경 이하 중간간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올 9월이나 10월 중 경북 출신의 김전청장을 호남 출신의 이청장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었다. 그러나 김전청장은 올 1월 임명됐으므로 아무 명분 없이 경질할 수는 없는 일. 그러던 차에 인천 호프집 화재사고가 터졌고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구조적인 부패고리가 확인돼, 교체명분이 생긴 것이다.

    이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실세 청장’으로 불렸다. 억세게 좋은 관운 덕분에 서울청장과 경찰청장에 임명된 김전청장이나,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퇴출 대상’에서 하루아침에 경찰총수에 오른 김세옥전 청장과는 크게 다르다. 이청장은 능력을 갖춘 데다 권력 핵심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남청장 시절이던 96년부터 그는 여권 실세인 K의원과 두터운 교분관계를 유지해 왔고 또다른 K씨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것.

    ‘실세 청장’이 취임한 만큼, 개혁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경찰조직에 강한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하순쯤에는 치안정감과 치안감-경무관을 포함한 메가톤급 인사태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이 21명인 치안감에서는 5명 정도가 치안정감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무관급에서는 15명 내외의 승진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1월15일 김대중대통령이 이청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경찰의 개혁과 부패척결을 강조한 만큼 조만간 경찰조직의 부패와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정과 함께 제도개편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개혁작업에 관한 한 이청장은 ‘준비된 청장’임을 자임해 왔다. 경찰종합학교와 경찰대학장 시절 경찰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개혁방안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는 것.

    이러한 개혁안 중 상당수는 이미 서울청장 시절 ‘임상실험’을 마쳤다. 서울청장 재직 시절 무려 131개의 개혁과제를 추진해온 경험이 있는 그는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경찰 대개혁을 위한 100일 계획’을 선언했다. 그러나 55년 이상 쌓여온 경찰의 부패고리가 쉽게 끊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최초의 전북 출신 경찰총수인 그가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새 천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청장은 과연 ‘부패의 온상’을 ‘깨끗한 경찰’로,‘정권의 경찰’ 을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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