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증권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금융범죄를 감사하는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은 특히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미공개 정보 범죄 느는 까닭

금융투자법상 ‘미공개 정보’란 시장에 공개될 경우 주가가 급변할 수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말한다. 회사 내부자가 알고 있는 내부 정보뿐 아니라 정책, 판결, 언론 정보 등 주가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공표되지 않은 모든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 미공개 정보로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피하는 행위는 투자시장 참여자의 공정한 투자를 해치기 때문에 금융투자법 제174조에 따라 처벌되는데, 그 수위도 10년 이하 징역이나 이득을 본 금액 또는 손실을 피한 금액의 1~3배에 달하는 벌금에 처해지는 등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법적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미공개 정보 이용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7월 2일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인기 그룹 CNBLUE의 멤버 이종현(26)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약식기소돼 2000만 원 벌금 처분을 받았다.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 회장은 회계사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은 후 자신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31억 원 상당)을 채권단 자율협약 직전 처분해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체적인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의 적발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범죄를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기소된 인원은 2013년 7명에서 2014년 8명, 지난해 15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14명이 기소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조사 사건 중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조항을 위반한 사건의 비중이 올해 들어 소폭 늘어났다”고 밝혔다.
강한 법적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이처럼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은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계속되는 데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범죄자들이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김대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 이용은 정보를 정말 이용했는지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 현재는 주식 이동으로 간접적인 확인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심증 있어도 확증 잡기 어려워


이처럼 미공개 정보 이용은 정보 전달 사실이 담긴 유형의 문서나 녹취가 없으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뇌물로 제공됐다 해도 재판에서 입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최근 구속된 진 검사장의 구속 이유에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빠진 것도 그 같은 맥락에서다. 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4억2500만 원을 받아 넥슨홀딩스 비상장주식 1만 주를 산 시점은 2005년 6월. 그로부터 4개월 후인 10월 넥슨홀딩스는 거짓말처럼 상장이 이뤄지면서 주가가 5배까지 뛰었다. 1년간 주식을 보유한 진 검사장은 2006년 11월 넥슨홀딩스 주식을 팔아 마련한 10억 원으로 다시 넥슨재팬 비상장주식 8만5000여 주를 샀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1년 11월 넥슨재팬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대박을 쳤고, 진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넥슨재팬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126억 원 시세차익을 남겼다.
넥슨홀딩스와 넥슨재팬의 비상장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진 검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금융투자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이들 기업의 상장 여부 및 시기 같은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대식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는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뇌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미공개 정보가 뇌물로 인정받은 판례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해 피의자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도 그만큼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