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4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치른 총선에서 승리해 3연임에 성공했다. [뉴시스]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한 것은 2014년 집권한 이후 인도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앞설 정도로 고속 성장했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경제성장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기는 하지만 오랜 라이벌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국가적 자긍심이 다른 이슈를 덮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인도가 높은 경제성장을 거둔 발판은 아이러니하게도 1991년 발생한 외환위기였다. 1947년 건국 이후 장기 집권에 성공한 국민회의당은 국영기업이 주도하는 수입 대체 산업화 노선을 꾸준히 추진했다. 영국의 식민 통치 과정에서 면직물 공업이 무너졌던 고통을 달래는 한편, 하나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기 위함이었다. 특히 건국 이후 동구권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인도 루피화를 이용한 무역이 활성화된 점도 정책 기조를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
인프라 투자, 미·중 갈등 수혜로 고속 성장
하지만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동구권과 교역이 끊기고 걸프전이 발생해 변화를 맞게 됐다. 중동에서 일하던 인도 근로자들이 귀국길에 오르며 외화 부족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중앙은행이 보유 중이던 금을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했지만, 결국 1991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IMF의 요구에 따라 내수 및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2000년대 중반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의 일원으로서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한 것도 1991년 이후 경제 체질 전환에 큰 힘이 됐다. 특히 2014년부터 집권한 모디 내각은 강력한 인프라(생산이나 생활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 투자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 인도를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착이 일상화된 철도, 만성적 교통체증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그러나 올해 5월 개통한 델리-뭄바이 고속도로는 수송 시간을 기존 12시간에서 6시간 내외로 단축시켜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제성장 과정이 잘 보여주듯이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래프2’는 아시아 주요국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임금을 보여주는데, 중국이 시간당 8달러(약 1만1000원) 벽을 넘은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갈등으로 대중(對中) 투자가 얼어붙은 것도 인도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물론 중국 이외의 투자 대안이 인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디 정부가 개방을 촉진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림으로써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었다.
GDP 대비 국가부채 82%, 국가신용등급 이슈 우려
이처럼 모디 내각 3기의 미래는 매우 밝아 보이지만,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2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첫 번째는 힌두교 우선주의 대두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는 가난하고 인구가 많으며 힌디어를 쓰는 북부 농촌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신, 인도 정보통신 서비스 수출의 66%를 차지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부유한 남부 주들이 모디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분열 정치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모디 정부는 2019년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 최북단 잠무 카슈미르주의 자치권을 박탈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파괴된 이슬람 모스크 부지에 힌두교 사원을 세웠다. 인도혐오연구소(India Hate La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공개적인 혐오 발언 사건 중 4분의 3이 BJP가 통치하는 주에서 보고됐을 정도다. 이와 같은 정치 분열, 종교 갈등은 인도를 하나의 나라로 유지할 구심점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를 높인다.
인도 재정의 급격한 악화는 앞서 설명한 정치 분열보다 더 심각하게 당면한 위험이다. 모디 정부는 향후 2년간 약 44조4000억 루피(약 730조3800억 원)에 이르는 신규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1년 동안의 인프라 투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그리고 이런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결과 IMF가 추산한 지난해 말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82%에 이른다. 물론 연 5% 이상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이니, 이 정도 국가부채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현 속도로 투자 규모가 늘어난다면 국가신용등급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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