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이 11월 23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반도체업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1월 23일 ‘주간동아’와 만난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같은 터널의 끝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노 센터장은 “늦어도 3분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반도체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 분야인 만큼 현 상황은 어렵지만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1999년부터 20년 넘게 반도체 분야를 담당해온 전문 애널리스트다. 센터장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매달 10여 건의 반도체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다.
“내년 1월 국내 반도체주 매수 시기”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개발에 앞서가면서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하고 있다. [GettyImages]
“공급 과잉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80~90% 진행된 것 같다. 아직 바닥이라고 얘기하긴 이르다. 맨 마지막 바닥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다만 가격이 깊게 떨어지는 국면은 올해 연말이면 거의 마무리될 것이라 본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D램은 내년 2분기, 낸드 플래시는 내년 3분기 초쯤 가격 하락을 멈출 것 같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내년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하락 사이클이 더 길고 깊어진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하나.
“오히려 반대로 봐야 한다. 시장에 단기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 인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실수요 이외에 고객사와 공급자 간 심리게임도 중요하다.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가 적정 가격 수준에 영향을 미쳐 20% 빠질 것을 5~10%만 하락하게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가격에 반전이 일어나 상승세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불황 강도가 약해질 뿐 갑자기 호황으로 바뀌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SK하이닉스도 내년 50% 감산을 선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전략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뭔가.
“기초체력이 달라서 그렇다. 삼성전자는 순현금을 110조 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순차입금이 14조 원을 넘는다. 금리인상기에는 현금흐름을 고려해야 하기에 SK하이닉스가 감산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불황 때 투자해 호황기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삼성전자의 구상이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 때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판매액 기준 D램은 45.6%에서 42%로, 낸드 플래시는 36%에서 33%로 하락했다. 경쟁사가 투자에 소극적일 때 기존 투자 수준을 유지해 점유율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비슷하게 위기 관리를 잘하는 반도체 기업으로는 TSMC, 소니, 퀄컴, AMD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언제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늦어도 내년 3분기면 돌아온다. 개인형 컴퓨터(PC), 스마트폰, 서버 등으로 구분되는 메모리 반도체 중 서버 쪽에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과 AMD 모두 내년 초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를 앞두고 있다. 2~3분기부터 CPU 코어에 맞는 신규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PC, 스마트폰은 내년에도 일반 소비자의 구매량이 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PC,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도체 주문을 거의 안 하고 있어 내년 2분기 말쯤 되면 재고가 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 3분기부터는 내년 하반기에 수요가 없더라도 2024년을 겨냥해 반도체 주문을 늘리는 ‘인벤토리 빌드업’이 시작될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새롭게 투자하려 한다면 시기는 언제가 적당한가.
“아직 못 샀다면 내년 1월 조정기 때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년 1월 4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지금(11월 23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6만1000원, SK하이닉스 8만5200원)보다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원래 메모리 반도체는 역발상 투자가 기본이다. 기업 실적이 안 좋을 때 주가가 오른다. 지금 나쁘다는 게 곧 상승 사이클이 돌아온다는 의미라서 그렇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가 4분기 첫 영업적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까지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면 주가가 떨어진다. 이 기간에 반도체주가 바닥을 찍고 완만한 V자를 그리며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전저점(삼성전자 5만1000원, SK하이닉스 8만 원대 초반)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비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를 유연하게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업체가 뜨고 있는데.
“맞다. 범용성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고객사에 맞춰 주문 제작해야 한다. 이때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공정의 중요성이 크다. 파운드리를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위인 나노미터(㎚)는 1m의 10억 분의 1을 의미한다. 나노 앞에 붙는 숫자가 작을수록 반도체 칩 크기도 작아져 동일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양이 증가한다. 미세 공정, 선단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자 하는 고객사의 수요가 커져 파운드리의 부가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TSMC가 현재 파운드리업계 강자다.”
삼성전자 주가 지금 물려 있어도 괜찮아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해온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할 수 있다고 보나.“TSMC의 3나노 공정 개발이 계속 늦어진다면 가능하다.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TSMC는 ‘굳이 빨리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현재 TSMC 3나노를 사용할 계획을 가진 고객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게 기회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또 TSMC는 반도체 생산 공정이 3D(3차원) 핀펫(FinFET·Fin Field Effect Transistor)이라서 3나노로 전환하더라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하는 삼성전자에 비해 전력 사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발열 이슈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 등도 삼성전자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2~3년이 삼성전자의 명운을 결정할 시기다.”
워런 버핏이 TSMC 주식을 대거 매입해 화제가 됐다. 메모리와 비메모리(파운드리)를 통틀어 단 하나의 반도체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면 어디를 꼽겠나.
“길게 봐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로 1년 안에 수익을 엄청나게 내지는 못한다. 다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메모리 쪽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보이고 파운드리에서도 1등 기업을 위협할 새로운 기술을 갖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아직 가능성이다. 숫자로 증명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러나 아주 전략적인 거래선을 3나노로 잡았고 그게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해 평가한다면? 현재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계속 가져가도 괜찮은 건가.
“반도체산업은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AI(인공지능)든, 로봇이든 모두 반도체 기술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으로 건전하면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반도체 기업에는 장기투자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빠져서 처분 못 하고 있는 투자자가 많은데 희망을 가져도 된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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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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