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콘셉트 이미지. [Aristomenis Tsirbas]
전기차 시장이 뜨겁다. 자동차에서도 ‘친환경’이 강조되면서 전기 또는 수소를 이용한 신에너지 자동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정통 자동차업체가 아닌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와 전기구동엔진을 적용한 자동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애플이 자동차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과 손잡는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애플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애플카, 현대차와 손잡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배터리와 고성능 반도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보유한 애플 처지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전기차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수익을 올리고 기업 위상도 높이는 이점이 있다. 반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애플에 힘을 실어주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애플카 개발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포함해 애플카 제작은 가장 까다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카에 관한 소문은 사실 수년 전부터 새어나왔다. 2014년 애플이 비밀리에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애플이 타사 자동차에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탑재해 시험주행을 하는 장면도 언론에 수차례 포착됐다.
애플은 2018년 테슬라 엔지니어 더그 필드를 영입했으며, 2019년에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를 인수했다. 최근 애플의 인공지능 책임자 존 지아난드레아가 애플카 총괄 감독으로 나서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카를 만나려면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카는 2024년께 개발될 예정이며, 2025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애플만의 혁신적 디자인
애플카의 도어 시스템 이미지. [Aristomenis Tsirbas]
애플카의 전체적 모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양한 콘셉트 렌더링 이미지를 통해 그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애플카는 애플 로고가 박혀 있으며, 애플이 자주 사용해온 곡선을 살린 미래지향적 모습이다. 애플은 독립적인 슬라이딩 및 리프팅 섹션을 갖춘 곡면의 넓은 선루프와 슬라이딩 개폐 도어를 개발하고 있다. 슬라이딩 도어는 차량 앞뒤로 열리기 때문에 중앙에 넓은 출입구가 생긴다. 도어 레일에는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을 막는 센서를 부착한다.
또 차체가 더욱 매끈하게 보이는 이유는 특수 유리창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동차 내부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고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높이고자 윈도 착색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자동차 유리창을 여러 층으로 제작해 자동으로 착색 농도를 변경할 수 있게 해준다. 외부가 어두운 경우 농도를 연하게, 햇빛이 너무 강한 경우 진하게 변경해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장애물 감지하는 자율주행 기능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 주행 테스트. [‘애플 인사이더’ 유튜브 캡처]
애플의 자율주행 기능 중 하나는 임의 다각형 장애물과의 충돌 방지 기술이다. 2차원 및 3차원 공간에서 사전지식 없이 장애물을 피해 도로를 운행할 수 있으며, 볼록하거나 오목한 물체, 움직이거나 고정된 장애물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헤드라이트 시스템은 장애물을 감지해 조명으로 표시해주며, 도로의 특정 구역을 강조함으로써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린다. 눈부심 방지 기능도 있어 안전 운전을 돕는다.
전면 유리를 통해 정보를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능. [미국 특허청]
AR나 VR를 사용할 때는 물론, 직접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탈 경우 멀미를 느낄 수 있다. 멀미가 발생하는 이유는 시각과 움직임 사이에 괴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애플은 차량 탑승 시 멀미를 방지하고자 ‘상대 관성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회전체의 운동 측정), 자력계 등의 센서를 통해 운행 방향이 바뀌거나 속도를 조절할 때 이동 중인 차량에서 관성을 감지해 운전자나 승객이 느낄 수 있는 멀미를 최소화한다.
애플카 내부에도 센서들을 탑재해 차량 탑승자를 분석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운전 스타일을 결정하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내부 센서는 탑승자 눈의 움직임, 자세, 제스처, 동공 확장, 깜빡임, 체온, 심장 박동, 땀, 머리 위치 등을 모니터링하고, 각종 데이터를 주행 시스템으로 전달한다. 기존 데이터와 주행 경험을 포괄해 탑승자 프로필을 생성하고, 탑승자는 이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탑승자 프로필과 아이폰을 연결해 내부 공기 및 시트 온도 등을 조절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차 위치와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기능. [미국 특허청]
애플카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충전소에서 플러그를 연결해 충전해야 한다. 따라서 비가 오거나 추울 때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전력을 충전할 수 있도록 수동정렬 장치가 설치된 충전시스템을 고안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충전소에서는 차량을 충전기 옆에 세운 뒤 높낮이를 조절해 충전 플러그를 연결할 수 있다.
저렴하고 안전한 LFP 배터리 채택
전기차의 개발 이슈 중 하나는 배터리다. 애플은 배터리 전문가들을 영입해 비용은 급격히 낮추면서 주행거리를 늘리는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애플이 선택한 배터리는 최근 테슬라가 일부 모델에 적용하기 시작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원가가 높은 코발트 대신 철을 사용한다. 무게가 무겁고 성능이 떨어지나,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대안으로 선택된 재료다.LFP 배터리는 다른 유형의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지만 과열 가능성이 적고 충격과 열에 강해 화재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애플은 코어셀 기술을 제시했다. ‘모노셀’로도 알려진 이 기술은 배터리 소재를 담는 파우치와 모듈을 제거해 배터리셀을 대량으로 늘리고 배터리팩 내부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더 작은 패키지에 더 많은 활성물질을 허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밍치 쿠오 애플 애널리스트는 ‘애플 인사이더’를 통해 “애플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한 애플의 차세대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앞으로 현대차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기존 기술을 흡수하고 독창적 아이디어를 더해 애플카를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카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 밍치 쿠오는 “애플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닌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주가 돼야 한다”며 “수년 후 기존 자율주행차들이 축적해온 대량의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향상된 AI 기술을 선보일 때 후발주자인 애플이 그 격차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