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블루박스와 티파니 보증서. 티파니 블루박스는 단순한 선물상자가 아니라 최상의 제품, 최고의 장인정신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사진 제공 · 티파니, shutterstock]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 그녀는 티파니 주얼리가 진열된 쇼윈도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매장 앞에서 크루아상과 함께 커피를 먹는다. 그녀의 이름은 홀리(오드리 헵번 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화면 캡처]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 소설을 영상으로 옮겨 1961년 개봉했다. 홀리가 사는 맨해튼 한 아파트의 이웃인 가난한 작가 폴(조지 페파드 분)과의 로맨스를 그렸다. 마음에 없는 남자가 귀찮게 군다며 한밤중에 폴의 침대로 들어와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품에 안겨 잠드는 그녀, 길 잃은 고양이를 돌보다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기타를 치며 ‘문 리버’를 흥얼거리는 그녀를 보고 폴이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신분 상승을 꿈꾸며 살아가는 홀리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티파니’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지금으로부터 58년 전 개봉한 이 영화를 통해 유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홍보 효과는 대단했다. 티파니는 지명이 아니다.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창업한 미국 주얼리 브랜드다. 처음에는 은식기와 팬시 용품을 판매하다 19세기 후반 다이아몬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 브랜드 이름으로 영화 제목을 만들고, 전설적인 128.54캐럿의 티파니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리본 로제트 네클리스’를 착용한 오드리 헵번이 포스터에 등장한다. 사실상 PPL(Product PLacement·특정 상품을 방송매체 속에 의도적이고 자연스럽게 노출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전략)의 시조인 셈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하는 티파니 매장은 1940년 문을 연, 뉴욕 5번가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로 현재도 영업 중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미국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1961년 개봉했다. 쇼윈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전설로 남아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화면 캡처]
“난 주얼리에는 관심이 없어요. 물론 다이아몬드만 빼고요.”
그 다이아몬드가 바로 티파니 제품이다. 다이아몬드라고 다 같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다. 헵번이 사랑했던 티파니와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다이아몬드와 무엇이 다를까.
티파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2관에서 8월 10일부터 25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 타이틀은 ‘티파니 다이아몬드(The Diamonds of Tiffany) :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향한 위대한 여정’. 원석 채굴에서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소개하는 체험형 전시회다. 티파니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감정되는 다이아몬드 중 오직 0.04%만이 티파니의 엄격한 품질기준을 통과한다고 한다. 극소수만이 티파니 보석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티파니와 티파니 다이아몬드의 세계로 여정을 떠나본다.
티파니 다이아몬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2관에서 8월 10일부터 25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는 티파니. [사진 제공 · 티파니]
잔 슐럼버제 티파니 주얼리디자이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리본 로제트 네클리스’를 디자인했다. 시대의 아이콘이던 헵번이 ‘티파니에서 아침을’ 포스터 촬영 때 착용한 바로 그 목걸이로, 당시 미국 사회의 대표적인 하이주얼리를 상징하게 됐다. 이 옐로 다이아몬드는 1995년 ‘바위 위에 앉은 새(Bird On a Rock)’라는 브로치로 재탄생했다.
티파니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목걸이를 착용한 레이디 가가. [사진 제공 · 티파니]
1877년 광산에서 발견된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142년의 긴 역사 속에서 목걸이-브로치-목걸이로 거듭나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단 세 여인에게만 착용을 허용했다. ‘티파니의 심장’과도 같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1957년 당시 사교계 여왕이던 메리 화이트하우스, 1961년 영화 주인공이던 오드리 헵번, 그리고 2019년 레이디 가가에게만 말이다. 지금은 뉴욕 5번가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전시 중이다.
티파니 세팅링과 티파니 트루링
결혼반지의 대명사로불리는 티파니 세팅(Tiffany Setting)링. [사진 제공 · 티파니]
새로운 아이콘인 티파니 트루(Tiffany True)링. [사진 제공 · 티파니]
티파니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티파니 블루다. 티파니 블루는 상표로 등록돼 상업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티파니만이 사용할 수 있다. 티파니 블루박스도 마찬가지다. ‘Tiffany Blue Box’라는 용어 역시 상표로 등록돼 있다. 단순한 선물상자가 아니라 최상의 제품, 최고의 장인정신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티파니’ 하면 떠오르는 상징이 된 블루컬러는 딱샛과의 일종인 로빈(지빠귀)의 아름다운 알에서 유래했다. 1845년 처음 발간한 카탈로그의 표지에 블루컬러를 사용한 티파니는 이후 박스, 쇼핑백, 광고 등에 이 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티파니 블루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시작부터 끝까지 곳곳에 등장해 오드리 헵번과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화면 캡처]
영화뿐 아니라 소설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mean reds’로, 바로 헵번이 티파니를 언급할 때 나온다.
오드리 헵번 “나는 티파니가 너무 좋아요(I’m crazy about Tiffnay’s).”
조지 페파드 “티파니요? 주얼리 매장 말하는 거예요?”
오드리 헵번 “우울하거나 슬픈 거 말고 마음이 새빨갛게 물든다(mean reds)는 건 아주 끔찍한 거예요. 갑자기 두려워지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모르죠. 혹시 그런 적 있어요?”
조지 페파드 “있죠.”
오드리 헵번 “그럴 때면 난 택시를 타고 티파니로 달려가요. 그럼 바로 진정되거든요. 고요함과 고고함. 거기에선 그런 나쁜 일들이 일어날 수 없어요.”
마음이 새빨갛게 물들 때 택시를 타고 달려가는 티파니 매장. 그 매장의 쇼윈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헵번의 모습. 새빨갛게 물든 마음을 고요하게 진정시키는 빛깔이 바로 티파니 블루일지 모르겠다.